권우상 칼럼 - 임나경영설로 삼국역사를 날조하는 일본 ＜＜양산신문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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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나경영설로 삼국역사를 날조하는 일본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일본은 지금도 4세기 후반에 대화(大和)정권이 군대를 내어 2세기 동안 한반도남부지방을 지배하였다는 것을 기정 사실로 하여 중.고교 고대사 고과서에 크게 취급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편찬한 ‘신편일본사’이며 윤영식의 ‘백제에 의한 왜국통치 삼백년사’에 의하면 ‘임나경영설(任那經營說)’은 이렇게 기술돼 있다. “대화조정은 한반도의 철자원이나 선진기술 등을 확보하기 위해 4세기 후반경 조선의 낙동강 하류의 가라(任那) 지방에 진출하여 거점을 두었다.

고구려 好太王(광개토왕) 비문에 왜인이 백제에 대하여 신라의 우월권을 둘러싸고 391년에서 404년에 걸쳐서 고구려와 교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리하여 조선반도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던 대화조정은 5세기에 이르러서는 중국의 남조(南朝 : 宋. 齎)와도 적극적인 외교를 전개하였다. 송서(宋書) 왜국전(倭國傳)에 의하면 찬(讚). 진(珍). 제(濟). 흥(興). 무(武)의 왜왕은 송나라 제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조선제국에 대하여 군사지휘권을 갖는 것을 의미하는 높은 작호를 얻으려고 하였다”

일본이 ‘임나경영설’을 기정 사실로서 정설을 내세우게 된데는 고구려의 광개토왕 비문에 있는 한 줄의 글이 결정적인 근거 자료가 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광개토왕은 고구려 19대 왕으로서 정식 시호는 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인데 이를 줄여 광개토왕 또는 호태왕이라고 하며 그의 년호를 따 영락대왕이라고도 한다. 재위 기간은 AD391(辛卯年)부터 AD412년(壬子年)까지로서 백제의 아신왕. 왜(倭)의 讚王(應神天皇)과 같은 시대다. 광개토왕이 죽자 AD414년 아들 장수왕은 부왕의 공적을 후세에 전하기 위하여 높이 6.3m가 되는 거대한 자연석에 1800여 자의 글자를 새겨 세웠던 것이다. 이 비문이 일본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883년에 남만주 각지를 다니며 첩보활동을 하던 일본 육군 참모본부의 사고우(酒尼) 중위가 그 비문을 일본에 가져와서부터다.

그 비문에는 “倭以辛卯年來渡海破百濟OOO羅以爲臣民”이란 구절이 있는데 일본 학계에서는 이를 “倭가 辛卯年(AD 391) 바다를 건너와서 百殘(백제)OO, 신라를 쳐부수고 군신으로 삼았다” 이렇게 해석하고 이것이 바로 임나경영설을 뒷받침 하는 근거 자료라고 믿었다. 이를 근거로 일본이 한반도 출병과 한반도를 지배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광개토왕 비문은 일본이 한반도 지배에 대한 근거 자료로 주장하기에는 매우 좋은 증거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비문의 글귀가 왜 이렇게 기록되었을까? 모든 사료(史料)가 그대로 다 진실일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가 대하는 많은 사료 가운데 위작, 조작, 날조의 시비 대상이 되었던 것이고 지금도 역사학계에서는 이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고대 한일관계사에 있어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많은 현안 중의 하나가 광개토왕 비문에 새겨진 “辛卯年의 倭”인 것이다. 하지만 삼국사기 진사왕편을 보면 신묘년은 왕이 서쪽 대도(大島 : 강화도)에 나갔고 그해 구원(拘原 : 경남 김해)에서 사냥(실은 전쟁을 숨겨 표현 한 것)을 하였으나 왕이 돌아오지 않아 신하들이 찾아보니 구원의 행궁에서 사망한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진사왕은 구원행궁에서의 사망은 應神天皇 3년편에 있는 紀角宿彌 등이 진사왕을 공격한 것과 관계가 있는 것이고 광개토왕 비문에서 장수왕이 말하는 “辛卯年의 倭”는 應神天皇이 보냈다고 하는 紀角宿彌 일행을 지칭한 것이 분명하다. 왜 그런가? 이때 일본에는 근초고왕이 세운 那良百濟가 있었고 應神天皇은 那良百濟를 통치하고 있었다. 당시 천황은 那良百濟를 통치하던 근초고왕이 임명한 총독이었다.

그리고 紀角宿彌는 那良百濟를 탈취할려고 應神天皇과 공모하여 반란으로 일으켜진사왕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辛卯年의 倭’라는 것은 신묘년에 왜인(紀角宿彌)이 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구나 紀角宿彌는 침류왕의 아들인 아신왕과 사촌형제간이다. 형제간의 권력투쟁이 분명한 대목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광개토왕비에 적힌 ‘辛卯年의 倭’란 글자를 마치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했다며 임나경영설을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개탄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