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3일 01시 50분.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 내 토트넘 소속의 손흥민이 일을 냈다. 21-22 시즌 마지막 경기인 38라운드 노리치 전에서 후반 2골을 넣어 득점왕(Golden Boot)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이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의 득점왕이며, 리버풀 소속의 살라(이집트)와 공동 수상이긴 하지만 패널티 킥 없는 순수 필드 골(23골)이란 점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해당 경기는 축구팬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관심 속에 일요일 자정임에도 시청률 6.8%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럼 손흥민은 얼마나 국위선양을 했을까?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얼마만큼 경제에 기여했는가를 따지는 것만큼 어려운 얘기다. 일단 같은 종목에서 활약했던 차범근의 예로 그 기여 정도를 가늠해보자. 차범근은 1979년부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10시즌 동안 통산 98골을 넣었다.
시즌을 이어 차범근의 활약이 두드러지자 홈팬들이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차붐을 연호했다. 두 번째 소속팀이었던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는 한글이 표기되는 전광판을 설치했고, 차범근이 골을 넣을 때마다 한글로 그의 이름을 명시했다. 또 시인 에크하르트 헨샤인트(Eckhard Henscheid)는 시를 헌정하며 그의 모국 Korea에 감사하기도 했다.
‘Hymne auf Bum Kun Cha(차범근 찬가)’
Scho"n ist, Mutter Natur, deiner Erfindung Pracht,
아름다워라, 어머니 자연이여, 당신의 피조물의 모습은,
...
Genius des Ostens! Sel'ges Korea! 동방의 수호신이여! 지복한 코리아여!
...
Cha, kennt Deutschland, kennt Asien, die Welt so und so --- Ew'ges Korea!
차는 독일이 알고, 아시아가 알고, 세계가 아노라 --- 영원한 코리아여!
먹고살기 힘들어 남의 나라에 광부&간호사를 파견하던 나라, 동아시아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 관심도 없던 듣보잡 나라에서 온 용병 선수. 그 1명으로 인해 적어도 축구팬들에게만은 Korea가 각인되었던 것이다.
2005년부터는 그 바통을 박지성이 이어받았다. 박지성은 EPL 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 동안 활약하며 ‘두 개의 심장’으로 영국 축구팬들에게 다시 한 번 Korea를 각인시켰다. 한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대한민국 대표팀이 큰일을 냈다.
cf. 2002년 한&일 월드컵
D조에 속한 대한민국이 폴란드와 포르투갈을 잡고 2승1무로 16강에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는 월드컵 본선(32강)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기에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그때 감독을 맡고 있던 히딩크 왈, “우리는 여전히 배고프다.” 이후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안정환의 연장전 골든골로 이탈리아를 2:1로 누르고 8강, 두 번째 경기에서 스페인과 0:0으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 홍명보가 골을 성공(5:3)시키며 아시아 최초로 4강에 진출한다.
참고로 2002 월드컵 순간 최고 시청률은 첫 경기 對 폴란드전의 86.3%. 늦은 밤 밭에 김매러 나선 할머니 빼곤 모든 국민이 경기를 지켜봤다.
이러한 국위 선양은 당연히 다른 종목에서도 있었다.
1977년 파나마에선 ‘4전5기’의 홍수환(WBA)이,
1992년 바르셀로나에선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1998년 U.S. 여자 오픈에선 맨발의 박세리가,
2010년 벤쿠버에선 유나퀸 김연아가...
결론적으로
손흥민은 얼마나 국위선양을 했을까?
-적어도 토트넘 홈구장이 있는 북런던에선 태극 문양 국기가 Korea 국기인 것을 안다.
-일본/중국/베트남/사우디... 의 축구팬들은 Korea에서 EPL 득점왕이 나온 걸 안다.
-‘Korea 4강 신화’를 까던 목소리(특히 이탈리아)가 다소라도 수그러들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
보리 섞인 밥 먹어가며 돈 안 들어가는 투기종목에서 헝그리 정신 하나로 싸웠던,
때로는 고단했던 국민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독재정권이 조장했던 스포츠.
이제는 제법 먹고 살만한 세월이 되었지만 바라건대,
손흥민의 활약이 계속 이어져, 제2의 SONNY가 계속 나타나
K-POP, K-무비&드라마의 뒤를 잇는 K-SOCCER 열풍이 불어오기를...
첫댓글 그 날의 감동을 날방으로 함께 한 나를 칭찬해 😁
울 해밀 방장님. 축구에도 관심이 많으셨나?
@낭만배달부 겁나 좋아라합니다.
예전엔 새벽 알람 해놓고 유럽 축구리그 시청하고. . 오로지 바르셀로나 메시본다고 스페인 여행갔었던. . (근데 메시는 a매치로 본국 갔더만요)
ㅋㅋㅋ
k-classic도 장난 아니죵~^^
글쵸, K-클 내에서도 소프라노 임선혜님의 국위선양도 만만치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