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그가 예측한 대로 흘러왔고, 미래 역시 그의 예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백만 년 인류의 궤적과 700년 자본의 흐름 위에 구축한 미래 50년의 역사 한국의 가까운 미래 ■■■ 2025년, 11대 강국으로 거듭날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 “강대국 대한민국이 되기 위한 자크 아탈리의 처방!” 2007년 3월 6일, 에이전시로부터 메일 한 통이 왔다. 드디어 한국어판에 들어갈 자크 아탈리의 글이 도착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어판을 위한 원고를 쓰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로 몇 달 ... 더보기 “시간은 그가 예측한 대로 흘러왔고,
미래 역시 그의 예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한국의 가까운 미래
2025년, 11대 강국으로 거듭날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
“강대국 대한민국이 되기 위한 자크 아탈리의 처방!”
<미래의 물결> 곳곳에서 한국이 미래의 새로운 정치적, 경제적 지배 세력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자크 아탈리의 ‘한국 사랑’을 여러 번 접했기에, 큰 기대를 갖고 특별기고의 봉인을 뜯었다.
자크 아탈리는 역시 냉철한 지식인이었다.
여전히 한국의 저력과,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높이 사고 있었지만,
아탈리의 글은 한국이 보다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정책적 ? 문화적 사안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특별기고에서 자크 아탈리는 먼저 한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세력으로 세계사에 등장할 수 없었던
3가지 이유를 밝힌다.
첫째, 제조업보다는 지대와, 지대에 얽혀 있는 관료들의 이익을 우선시했던 점.
둘째, 해양산업에 소홀했던 점.
셋째, 창조적 계급 양성에 실패했던 점 등이다.
이어서 아탈리는 남북의 통일 문제를 거론한다.
남북통일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북한이 점진적인 개방에 이어 중국을 모델로 하는 체제 변화를 실현한 다음 남한과 북한이 하나로 수렴되는 방식이다.
무력충돌은 최근 40년 동안 이루어 놓은 성과를 하루아침에 초토화시킬 것이며,
북한 체제 붕괴에 따른 유민의 증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물류와 금융 허브로서 ‘동북아시아의 관문’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들을 다룬다.
공동체 의식과 집단적 욕망이 한국의 발전을 이룬 가장 큰 원동력이었지만, 사회 불평등으로 인해 이 원동력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예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자크 아탈리는 충고하고 있다.
엄청난 사교육비와 여성해방 추세, 육아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점 역시 한국이 당면한 과제다.
인구 저하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크 아탈리는 가족정책, 교육정책, 이민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이어서 일본, 중국과의 관계를 진단한다.
기술적인 면에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일본과, 자국의 영토 내에서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 없는 중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자크 아탈리는 이 세 나라가 오래전부터 경제 파트너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 세 나라의 시장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크 아탈리가 전망하는 대한민국의 전망은 분명 밝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난 시간 속에 존재해 온 법칙을 살펴보고 역사의 교훈을 따라야 한다. 이 책의 의미가 바로 거기에 있다.
자크 아탈리는 1980년부터 국제 사회의 권력 이동 경로,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리즘의 위협 등 국제 정세에 대한 미래 전망뿐만 아니라, 기후의 이상변동과 금융 거품 현상, 휴대폰과 인터넷 만능 시대 등
사회 전 방위에 걸쳐 미래 사회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해 왔다.
그동안 아탈리의 머릿속에 허구로 존재하던 미래를 향한 개념들은
이 책을 통해 명확한 형상을 갖추게 되었으며, 비로소 보다 구체적인 현실성을 획득했다.
아주 긴 이야기
역사를 관통하는 법칙과 상수常數들_기원전 700만 년~기원전 1300년경
“과거는 역사의 구조물이며 미래의 주춧돌이다!”
자크 아탈리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먼저 인류의 문명과 역사 속에 형성된 몇 가지 불변의 법칙들을 되돌아본다.
인류 사회에는 언제나 세 가지 권력이 공존해 왔다.
기도 시간과 농사의 리듬을 결정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관장하는 종교 권력, 사냥과 방어, 정복을 결정하는 군사 권력, 생산과 자금을 관장하며 노동 결과를 상업화시키는 상업 권력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권력은 각각 제례적 체제와 제국적 체제, 상업적 체제를 형성했다.
제례적 체제는 신학적 이상을 추구하고, 제국적 체제는 영토의 확장을, 상업적 체제는 개인주의의 확산을
으뜸가는 이상으로 추구한다.
자크 아탈리는 이 변하지 않는 역사와 지배 권력의 상수들을 정립하기 위해, 7백만 년 전 두 종류의 영장류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하던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로 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원생인류가 진화를 거듭하며, 집단을 조직하고 종교를 탄생시키며 계급을 형성하고 국가와 제국을 세우는 궤적을 추적한다.
단 19페이지 분량에 담긴 이 명쾌하고도 선명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류의 생존방식과 체제, 제도의 연관성을 살펴본 자크 아탈리의 시선은 ‘개인’과 시장, 민주주의 출현의 계기를 마련한 땅, 지중해로 향한다.
자본주의의 짧은 역사
시장민주주의와 아홉 개의‘거점’_기원전 1300년경~2006년
“명멸하는 문명과 제국의 역사와 상업적 이상”
기원전 1300년경 지중해 지역의 창조적인 부족들(그리스인, 페니키아인, 히브리인)은 세계를 발전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는 것이 신에게 다가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이들이 추구한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은 오늘날까지도 모든 상업적 체제의 이상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중국 등지에서 일어난 문명과 제국들이 명멸을 거듭하고 인구의 대이동이 진행되는 동안 크리스트교는 대중의 삶과 사상 속으로 깊숙이 침투한다. 제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로마는 결국 부흥에 실패하고 점점 축소된다. 종교적이고 군사적이면서 정치적인 이슬람 세력은 유연하고도 효율적인 유목 조직을 바탕으로 차례차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북아프리카, 스페인 지역을 정복해 나간다.
이 무렵 최초의 은행가들이 탄생한다. 이들 대부분은 유대인이었다. 유대교만이 유일하게 돈놀이를 허용하는 종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술가, 상인, 금융가, 학자, 시인이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이 시장에서 저 시장으로 옮겨 다니며 한동안 잠들어 있던 유럽과 아시아의 시장을 깨운다.
상인들로 이루어진 엘리트 계급은 이동과 창조의 자유,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전달하는 자유, 재산을 불릴 자유를 확보함으로써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을 한층 심화시킨다. 종교적 체제와 제국적 체제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에도 상업적 체제는 돈이라는 단 하나의 언어를 매개로 서서히 세력을 키워 나간다. 그리고 이 상업적 체제는 뜻밖에도 벨기에의 소도시, 브루게에 ‘거점’의 지위를 부여하며 이곳에서 뚜렷하게 형태를 갖춘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된 아홉 개의‘거점’도시들”
한 도시의 창조적 계급들이 다른 도시의 창조적 계급에 비해 새로운 서비스를 대량생산 가능한 산업제품으로 만드는 능력이 월등할 때, 그 도시는 ‘거점’이 될 수 있다. ‘거점’에서는 농업 생산품이나 수공예품이 점차 산업화되고, 노예는 사라지고 봉급생활자 체제가 이를 대체한다. ‘거점’에서는 에너지와 정보의 생산이 기계화되고, 엔지니어, 상인, 은행가, 선박 ? 무기 제조업자, 예술가, 지식인이 모여든다. ‘거점’에서는 개인적인 자유의 장, 시장과 민주주의 장이 확대된다.
세계 경제의 첫 번째 ‘거점’이 되는 영광은 벨기에의 브루게가 차지했다(1200~1350). 이후로 베네치아(1350~1500), 앤트워프(1500~1560), 제노바(1560~1620), 암스테르담(1620~1788), 런던(1788~1890) 등 유럽의 도시에 안착했던 ‘거점’은 19세기 후반 태평양을 건너 신대륙의 보스턴(1890~1929), 뉴욕(1929~1980), 로스앤젤레스(1980~현재)에 둥지를 튼다.
단 한 번도 우연은 없었다. 아홉 개의 ‘거점’들은 ‘거점’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반드시 갖추고 있었다.
때로는 도시가 자체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이나 결점이 오히려 ‘거점’이 되기 위한 이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자크 아탈리는 충분히 ‘거점’이 될 수 있었던 파리, 도쿄 등의 도시가 왜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없었는지,
또 ‘거점’이었던 도시들이 어떻게 ‘거점’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으며,
새롭게 ‘거점’이 된 도시들은 어떤 자격을 갖추고 있었는지 진단하면서
여기에도 일정한 방향성과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제 아탈리의 시선은 미래로 향한다.
미국이라는 제국의 종말
급속한 환경 변화와 제국의 몰락_2006년~미래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일레븐’의 등장”
국제사회의 맹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느라 극도로 지친 미국은 스스로 맹주의 자리를 내놓게 된다.
미국은 여전히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남아 있을 테지만, 그 지배력은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미제국의 몰락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1. 인터넷 기업(가상 기업)의 자율성 확보에 따른 탈미국화
2. 연방정부의 구속력 약화와 실재 기업의 해외 이전
3. 봉급생활자의 좌절감 심화
4. 도시 인구 집중에 따른 기반시설 부족과 세수의 급감
5. 국가 채무 증가
6. 달러화의 가치 하락
7. 타국가의 성장에 따른 힘의 평준화
미국이 하차함으로써 생긴 지배 권력의 공백은 ‘일레븐’이라고 불리는 11대 강국이 새로운 경제적 ? 정치적 세력으로 부상하여 메우게 된다.
미국
일레븐(11대 강국)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제1세력
아르헨티나, 이란,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네수엘라, 카자흐스탄, 터키,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모로코,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
제2세력
한국은 ‘일레븐’ 중에서도 강대국의 반열에 든다.
그리고 아일랜드, 두바이, 싱가포르, 이스라엘, 노르웨이 등의 소규모 국가들은 별도의 특별한 역할을 하게 된다.
미래의 세 가지 물결
전 지구적인 제국의 등장과 인류의 미래_현재 또는 미래
“거대한 결합, 거대한 분쟁”
미국의 몰락 이후, 세계는 여러 지배 세력이 공존하는 ‘다중심적 체제’로 변환된다.
하지만 이 체제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한다. 국가의 지배력이 약화되면서 국경도 서서히 사라진다.
시장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체제가 전 지구적 규모로 성장한 시장을 중심으로 통합된다.
‘하이퍼 제국’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이퍼 제국은 공공 서비스 시스템을 파괴하고, 민주주의와 정부조직, 국가의 구분을 차례로 파괴한다.
하이퍼 제국은 실체가 없는 하나의 거대한 가치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이퍼 제국은 극대화된 시장의 논리, 특정 산업의 득세, 고독과 우울의 팽배, 끊임없는 자기 감시를 유발한다.
인간 역시 대량생산 가능한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지역 분쟁, 희귀재화를 둘러싼 충돌, 종교적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국지적인 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 국지적인 분쟁들이 하나로 통합될 경우, 세계는 ‘하이퍼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자크 아탈리는 하이퍼 제국의 출현과 하이퍼 분쟁을 예견하면서 결코 상상력만을 동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크 아탈리가 제시하는 증거들은 현재 진행형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우울한 미래 시나리오는 지금 현재 인류가 걷고 있는 길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 자크 아탈리는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사건들을 미래 예측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자크 아탈리의 미래 시나리오가 회색 톤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하이퍼 분쟁으로 인해 인류가 멸종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절망적인 조건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하이퍼 분쟁 이후에 인류는 스스로 생존의 방식으로 평화를 선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하이퍼 민주주의’가 도래하게 된다.
“트랜스 휴먼과 관계 위주의 경제”
시장의 극단적인 논리로 참화를 겪은 인류는 오래전부터 희미하게 자생해 온
또 다른 형태의 경제 체제를 도입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관계 위주의 경제’다.
이러한 경제 체제를 이끌 관계 위주의 기업들은 현재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다.
각 시민단체, 비영리재단, NGO 등이 그것이다.
관계 위주의 기업은 트랜스 휴먼이라는 새로운 리더들에 의해 운영된다.
트랜스 휴먼이란, 타인이 존재함으로써 내가 존재하고 사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오늘날의 트랜스 휴먼을 꼽으라고 한다면,
마더 테레사와 멜리나 게이츠(빌 게이츠의 아내)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세계는 이제 보편적인 지능을 획득하고, 이 보편적 지능은 각 개인이 지닌 능력의 총합보다 더욱 크다.
교육과 의료, 오락은 무상으로 제공된다.
2006년 현재, 관계 위주의 기업의 생산은 세계총생산의 10퍼센트에 육박한다. 자크 아탈리는 근거 없는 장밋빛 미래로 하이퍼 분쟁의 우울함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바라는 미래’가 아니라 ‘다가 올 미래’를 보여 주고자 한다. 자크 아탈리가 서문에서 밝히듯, 미래에 관한 모든 예언은 현재를 다루고 있다.
책 속으로
시장은 글로벌화하지만 세계적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법규마저도 마련되지 않았다. 강대국은 겨우 자국 영토에서 법 준수를 보장할 수 있을 뿐이고 법이 비켜갈 수 있는 영역은 허술하게 방치하고 있다. 미국의 세력은 약해지지만 그 어느 국가도 미국을 대신해서 국제사회의 현안들을 이끌어갈 수 없는 실정이다. 오래된 국가는 해체되고 정체성 보호와 취약 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연대를 보장할 수단을 잃어가고 있는 나라도 수십 개에 달한다. 지역 전체가 무법지대로 타락하며 권력을 잡은 금융, 보험, 오락 산업은 실질경제와 전... 더보기 시장은 글로벌화하지만 세계적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법규마저도 마련되지 않았다.
강대국은 겨우 자국 영토에서 법 준수를 보장할 수 있을 뿐이고 법이 비켜갈 수 있는 영역은 허술하게 방치하고 있다.
미국의 세력은 약해지지만 그 어느 국가도 미국을 대신해서 국제사회의 현안들을 이끌어갈 수 없는 실정이다.
오래된 국가는 해체되고 정체성 보호와 취약 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연대를 보장할 수단을 잃어가고 있는 나라도 수십 개에 달한다. 지역 전체가 무법지대로 타락하며 권력을 잡은 금융, 보험, 오락 산업은 실질경제와 전체의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통화는 혼란에 빠졌고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pp. 13~14)
바람직한 세계정부는 지구와 인류 전체의 이익을 돌보아야 한다.
따라서 다국적 정부로는 충분하지 않고 초국가적 차원을 띠어야 한다. 그런 정부를 그려보려면 불완전한 국가를 개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탈환해야 할 바스티유 감옥도 없고(프랑스혁명을 의미) 퇴위시켜야 할 군주도 없으며 장악해야 할 부처나 궁도 없기 때문이다. 비행기에 기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아예 조종실이 없는 형국인 셈이다.
따라서 권력을 잡는다는 측면에서 세계정부를 생각해서도 안 되고 기존의 권력기구 속에 편입된 세계정부를 그려서도 안 된다. (pp. 18~19)
기독교 세계에서는 교황, 동로마제국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그리고 유럽의 몇몇 군주들이 세계정부 비슷한 것을 차지하려고 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그 세계정부는 이미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중략) 그 세계서양에서는 신성로마제국, 교회, 그 밖의 여러 나라들이 세계정부라 믿었던 것을 서로 차지하려 했다.
실제로 세계정부는 몇몇 유럽 상인들의 손에 조금씩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진행되는 현상이었다. 플랑드르와 지중해의 작은 항구 도시들은 세계교역이 확대되리라 믿고 이를 조직했으며 거기에서 떨어지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챙겼다. (pp. 81~82)
안트베르펜 시장은 베네치아를 대체했고 세계 최대의 금융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곳에서는 매우 정교한 은행 거래망이 형성되었는데 새로 도입된 은화의 가치는 엄격하게 관리되었다. 안트베르펜은 이후 나타날 새로운 중심들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기술적 혁신을 최초로 도입한 산업도시였다. 1450년경 마인츠에서 재발견된 중국의 발명품 활자 인쇄술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고 믿었던 교회와 로마제국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세계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히 해주리라 믿었다. 모든 민족이 라틴어를 읽고 말할 줄 알게 되면 로마제국은 그들의 언어를 만국어로 삼을 수 있게 되고 교회는 또 교회대로 성경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p. 96)
아베 드 생피에르는 무력으로 세계정부를 실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평화는 계약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 유럽의 군주들이 일종의 상시 기구로 단결하여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제안한 것은 유럽의 18개 주요 강대국(프랑스, 에스파냐,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위스, 피렌체, 제노바 및 그 부속 도시들, 교황령, 베네치아, 사부아, 로렌, 덴마크, 쿠를란트와 단치히, 신성로마제국, 폴란드, 스웨덴, 러시아)이 연합 조약을 맺는 것이었다. (중략) 아베 드 생피에르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관심을 확대했다. 유럽의 군대를 중요한 무역로에 파견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러시아와 타타르족 국경, 터키와의 국경 그리고 이집트에 각각 파견할 것을 주장했다. (pp. 120~121)
각 대륙의 선택과 대륙 간 균형도 영국의 정책에 따라 결정되었다. 영국은 유럽 왕정 정치의 핵심이었다.
빅토리아 여왕의 자녀 9명은 독일이나 러시아 왕가에 시집·장가를 갔고 그로 인해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은 명실상부한‘유럽의 조모’가 되었다. 다른 제국들과 마찬가지로 영국도 역시 세계 지배의 사명을 신에게서 받았다고 주장했다. (p.142)
그러나 경제는 이번에도 민족주의에 저항했다.
시장이 잘 돌아가려면 국경이 무너지고 규범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주의의 이상향을 꿈꾸는 자들과 해외 시장에서 재화가 자유롭게 이동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의 뜻이 맞아 떨어진 것도 이때였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은 치열한 세력 넓히기 경쟁에 들어갔고
승자는 늘 그렇듯이 경제적 세계정부의 중심에 가장 먼저 견고히 자리 잡은 자였다. (p. 154)
“세계국가는 조직적이지 않고 일관성도 없다. 중심도 없고 수도도 없으며 회합의 장소도 없다.
선주들은 파리에, 은행업자들은 마드리드나 베른에 모인다. 또 매우 중요한 조율의 문제는 브뤼셀의 어느 호텔 흡연실에서 결정된다. 세계국가는 일정한 사무국도, 주소도 없다. 미국은 세계국가에 사무국을 마련해주어야 하며 국제 활동을 조율할 중앙조직사무국을 인류 문명에 부여하고 인원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화된 국제기구들을 합쳐놓는다고 해서 평화를 수호할 세계정부가 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류는 처음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런던에 이어 세계의 중심이 되려는 후보자들의 경쟁은 과열되었다. 세계전쟁은 더 이상 막을 수 없었다. (pp. 178~179)
서로 주거니 받거니 세력을 확장하던 종교, 군사, 경제 제국들은
인류에게 엄청나게 복잡한 세계정부를 선사했다.
세계정부는 대통령궁, 대통령, 수도, 행정부, 경찰, 군대, 사법부, 전략도 없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조차 갖지 못했다.
스스로 마련한 초라한 규칙을 준수하게 만들 수단도 없었다.
세계정부는 이를테면 상호보완적인 수많은 권력의 집합체로 요약될 수 있다.
그 권력들은 서로 얽혀 있고 때로는 서로 모순되기도 한다. 터무니없게도 각국 정부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의 주인 행세를 하는 미국의 행동을 이어나간 것도 그런 권력들이다. (p. 231)
미국은 앞으로도 세계 최강대국의 자리를 고수할 것처럼 보인다.
한편 다자간 기구들은 오늘날 일관성 있는 세계정부를 구성하며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잘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가 하면 각 나라는 국내 통치를 강화하는 듯하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든 것이 겉모습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많은 나라가 해체 일로에 놓여 있다.
미국은 당분간 세계 최강의 군대, 화폐, 경제를 쥔 강대국이겠지만 그 영향력은 상대적일 것이다.
인구도 지나치게 많아지고 모든 것이 복잡해져 제어가 되지 않는 상태의 세계에서 미국은
더 이상 주인 노릇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다른 제국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이라는 제국도 경쟁국과의 관계에서 자국을 위협하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인류 공동체에 대한 위협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들을 다룰 만한 연맹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 문제들이란 인구 이동의 증가, 바람직하지 못한 획일화, 한계를 벗어난 금융 시스템, 신뢰를 잃고 있는 법치주의, 군비 강화, 심각해지는 오염, 희귀해지는 자원, 제어 불가능한 기술, 비국가 권력의 영향력 증가,
범죄조직의 강화 등이다.
이 문제들은 어떤 제국도, 어떤 국제기구도 예상하지 못한 체계적 위험을 낳는다. (pp. 275~276)
이제 인류는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적인 세계정부를 두어야 한다.
이데올로기적 이유가 아니라 민주주의만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담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가 없다면 효율적이고 정당한 시장은 존재할 수 없고, 법을 준수하게 할 세계국가가 없다면 세계적 법치주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여성과 남성이 똑같은 권리를 누리고 똑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세계,
지구의 이익, 모든 생물의 이익, 미래 세대의 이익이 함께 고려되는 세계가 건설될 길은 그 길이 유일하다.
그 세계에서는 모든 성장의 원천이 생태학적으로 나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사용될 것이다. (pp. 307~308)
출판사 서평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가 밝혀낸 세계 권력의 향방 누가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인가?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세계를 뒤흔들어놓았다. 미국 내 금융위기가 미국의 실물경제 위기를 불러온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거침없는 속도로 산업 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국의 급성장은 세계적인 자원 부족,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진다. 아마존 밀림의 훼손이 세계적 이상 기후를 발생시키는가 하면, 궁지에 몰린 제3세계 국가는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을 핵무기를 비장의 카드로 뽑아든다. 이처럼 각 국... 더보기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세계를 뒤흔들어놓았다.
미국 내 금융위기가 미국의 실물경제 위기를 불러온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거침없는 속도로 산업 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국의 급성장은 세계적인 자원 부족,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진다.
아마존 밀림의 훼손이 세계적 이상 기후를 발생시키는가 하면, 궁지에 몰린 제3세계 국가는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을 핵무기를 비장의 카드로 뽑아든다. 이처럼 각 국가의 지역적 문제들이 몇 단계를 거치면 전 세계적인 문제로 연결되고 하나로 연결된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오늘날 세계는 촘촘히 연결되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서로 하나로 얽힌 세계에는 반드시 ‘주군’의 노릇을 하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
현재까진 냉전시대 이후 세계의 중심 자리를 공고히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여전히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미국이 힘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세계는 그들이 과연 계속하여 자본주의의 맹주로 군림할 수 있을지,
그 기간이 얼마나 유지될지, 혹은 그들이 밀려난 이후 세계의 중심은 과연 어느 나라가 차지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인가?
세계를 위협하는 문제와 혼란을 극복하고 세계를 구원할 것인가?
아니, 세계를 자신의 패러다임 안에 두고 패권을 행사할 자가 과연 누구란 말인가?
미국, 중국, 유럽연합, G20, 아니면 중동의 산유국? 이에 대한 시원한 해답은 누구도 쉽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변수가 크고, 미래를 전망하기에는 모든 상황과 조건이 시시각각 놀라울 정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크 아탈리가 인류 역사에서 찾아낸 위기 해법과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
이 책에서 아탈리는 ‘세계를 지배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은 인간이 사고능력을 갖게 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인류의 역사에서 세계 중심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또 패권의 향방이 무엇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는지 연대기적으로 고찰해낸다.
그가 세계정부라는 하나의 고리로 엮어낸 구조는 인류의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 예술과 체육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다시 말해 아탈리는 인류가 행한 모든 행위와 활동 속에서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계속되어왔음을 규명한 셈이다.
중국의 반고, 그리스의 프로메테우스의 신권에서 유대 기독교의 세계정부, 다시 로마제국을 건너, 바티칸과 교황의 세계정부, 바다를 통제하던 제국과 뒤를 이은 종교, 권력, 그리고 마침내 시장의 힘으로 성립된 세계의 중심을 밝힌다.
아탈리는 특히 유대인들의 기독정부를 인류 최초의 세계정부로 규정하고, 세계시민을 정의하면서 그들에게 율법이라는 강력한 규범이 존재하였으며, 이것이 전 세계적인 법치주의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짚어낸다.
뒤이어 그리스 철학자들의 세계시민, 즉 코즈모폴리턴이란 개념을 앞세우며 마케도니아에서 이집트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형성된 로마 제국을 세계정부로 규정한다. 이후 기술의 발전, 전쟁 등을 통한 영토 확장과 세계 중심의 이동을 살피고,
흔히 우리가 ‘제국주의 정복’의 역사라고 일컫는 시기와 동서로 갈린 냉전의 시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제, 문화, 사회 등 다각도에서 세계 정부가 시도되었음을 조명한다.
그런데 아탈리가 이런 역사를 요목조목 밝혀냄으로써 궁극적으로 찾아가고자 했던 것은 바로 ‘현재를 구성하고 있는’ ‘시장’ 중심의 패권이라 할 수 있다. 아탈리는 최초 브루게, 베네치아, 안트베르펜, 제노바에서 시작된 시장 중심의 체계가 네덜란드와 대영제국을 거쳐 현재의 미국에 안착하기까지 그 중심이 어떻게 이동되었는지를 규명하고, 그 안에서 생겨난 문제들이 현재의 세계 위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밝힌다.
물론 인류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가치 있는 일을 추진하려는 노력 역시 존재했다는 것도 주목한다.
즉 인류가 공통선을 추구하며 만들어낸 만국우편연합, 최초의 근대 올림픽,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연합UN 등이 추진해온 다양한 사업에서 ‘세계정부’의 가능성을 찾아냈다.
하지만 이렇게 인류가 추구해온 공존, 연대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합의체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혹은 패권을 쥔 ‘중심’을 위해 기능함으로써 발생한 인류의 위기상황을 명징하게 짚어낸 것이다. 세계화라는 논리 안에 소외되는 국가들은 중심을 향해 분투하고, 또 패권을 쥔 중심이 자신의 이익만을 향해 달려가면서 발생한 파국적 상황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제언
아탈리의 혜안이 정점에 달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현재의 문제들이 생성된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규명해냈다. 시장은 글로벌화되었고, 기업은 국제화되었으며, 정보는 초단위로 세계를 넘나들지만 여전히 세계적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법규마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그 시작이다.
아탈리는 이 부분에서 이렇게 일갈한다.
“미국의 세력이 약해지지만 그 어느 국가도 미국을 대신해서 국제사회의 현안들을 이끌어갈 수 없는 실정이다.
오래된 국가는 해체되고 정체성 보호와 취약 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연대를 보장할 수단을 잃어가고 있는 나라도 수십 개에 달한다. 지역 전체가 무법지대로 타락하며 권력을 잡은 금융, 보험, 오락 산업은 실질경제와 전체의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통화는 혼란에 빠졌고,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이민이 가속화되며 환경이 파괴되고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인류를 파괴할 수 있는 핵, 생물학, 화학, 유전학적 수단이 증가하고 있고, 체계적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아탈리는 이처럼 세계가 직면한 금융, 인구, 원자재 부족, 환경 문제 등 초국가적인 위기상황을 ‘체계적 위험’으로 규정하고, 이 체계적 위험의 본질을 낱낱이 규명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갈한다. 다시 말해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는 위험요소는 너무 방대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각각의 개별 국가의 힘으로는 세계가 처한 체계적 위험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자크 아탈리는 이 책을 통해 ‘전 지구적인 민주주의 정부’라는 세계정부의 건설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각각의 국가가 하나의 연방 정부가 되는 형태인 셈이다.
아탈리는 이런 세계정부가 의회와 다수 정당, 행정부, 사법부, 경찰력, 중앙은행, 화폐, 복지체계, 군비축소 관할 당국, 민간 핵 안전성 관리 당국, 권력 견제 기구 등을 갖추어야 한다고 밝힌다. 그의 제안은 어떤 면에서는 자칫 아나키즘으로 오인할 만하기도 하고, 국가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은 너무 이상적이어서 실현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탈리는 작은 변화와 혁신만으로도 세계가 처한 위기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이나 UN 등 현존하는 합의체의 개혁만으로도 인류가 재앙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탈리는 나아가 이 연방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까지 내놓았다. 세계시민의 권리와 의무, 의회와 세계행정부의 보완적 관계, 신뢰할 수 있는 사법체계의 구성 방식, 나아가 세계정부가 취해야 할 개혁안과 실행 방안에 이르기까지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역사적인 차원에서 말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즉 1년이나 10년 또는 15년 안에, 그러니까 2030년 이전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새로운 수단들로 인간에게 끝없는 잔혹함을 안겨 줄 재앙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부나 권력에 관계없이 모든 삶을 삼켜 버릴 쓰나미로부터 아무도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지나간 세상의 잔해 위에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전까지는, 피할 수도 있었을 파국을 그저 한탄하게 될 것이다.” (p. 8) “최선의 세상을 바라기에는 너무 늦은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보기 “실제로 역사적인 차원에서 말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즉 1년이나 10년 또는 15년 안에, 그
러니까 2030년 이전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새로운 수단들로 인간에게 끝없는 잔혹함을 안겨 줄 재앙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부나 권력에 관계없이 모든 삶을 삼켜 버릴 쓰나미로부터 아무도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지나간 세상의 잔해 위에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전까지는, 피할 수도 있었을 파국을 그저 한탄하게 될 것이다.” (p. 8)
“최선의 세상을 바라기에는 너무 늦은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30년이라면 그때는 단연코 늦다.
그러므로 2030년까지 이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최선과 최악의 경우를 모두 고려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을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기 위해서이다.” (p. 12)
“사실 향후 15년 동안 이 세상은 거대한 인구적, 기술적, 이념적 진보를 겪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오로지 자유, 시장, 기술만으로도 풍요와 평화와 조화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이론적 묘사를 통해 예상해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매우 부정적인 변화 추세도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의 지정학적 위기를 일으킬 위험을 안고 있다. 그 위기는 너무도 거대한 것이어서 개인의 운명을 선택하려는 의지나 자기 자신 되기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무의미해지고 말 것이다.
그러면 분노의 경제는 격분의 경제로 옮아갈 것이다.
격분의 경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p. 115~116)
“그러므로 어렵더라도 우리는 최악의 세상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낙관적이어도 안 되고 비관적이어도 안 되며 체념해서도 안 되고 꿈만 꿔서도 안 된다.
필요한 일은 그저 화를 내는 것, 몹시 화를 내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는 무기를 들고 파멸로 이끌기 위해서가 아닌, 이 세상이 계속 지금 모습을 유지하거나 예측한 대로 변화하게 두었을 때 나타날 미래의 모습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분노이다.
그 후에는 역사의 흐름을 바꿔 주고 각자에게 자유롭고 열정적인 삶을 허락해 줄 방아쇠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밝혀 내야 한다.” (p. 188)
“항상 그러하듯 대대적인 공동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먼저 개인의 변화, 내면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를 변화시켜 세상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자신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결국, 자기 자신의 변화는 그 자체로 이 세상에 대한 변화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p. 188~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