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소박, 진실의 결정체
이정호론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에서 수필평론을 쓰고 있는 권대근입니다.
오늘, 공단 도시가 아니라, 생태도시, 떠나고 싶어 하는 도시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 울산에서, 더하여 이정호 교장 선생님의 인간관과 교육관이 녹아있는『그때 그 교실로 향하여』출판기념회 자리에서 축사를 겸한 서평을 하게 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이정호 교장 선생님은 교육 현장에 계시면서 오랫동안 울산광역시교육청 기관지, 경상신문 등의 지방신문에 수십 차례 칼럼과 시론을 써오면서 문필 활동을 해온 문필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본격수필전문지 계간 에세이문예지 여름호에 <아버지의 딸>을 비롯한 수필 5편으로 한국문단에 등단하게 된 수필가이기도 합니다.
저는 물론 신인상 심사위원장으로서 당선자 이정호 교장 선생님과 이런 인연으로 만나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당선작인「아버지의 딸」은 각박한 현대인들의 삶 속에 따뜻한 인간애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수필을 쓰시는 문필가가 문학작품과는 관계가 없는 소중한 책을 상재하였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그때 그 교실로 향하며>에 실린 글들은 향토 서정과 패밀리스트로서의 가족애가 묻어나는 수필이 아니라 대부분 제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엽서입니다. 스승이 그것도 교장 선생님이 수십 년째 제자들과 문자로 메일로 편지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과 같은 ‘스승이 없다’는 시대에 눈여겨 볼만한, 인간학의 정수가 담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문필가는 가슴 속에 꽃씨, 옹달샘, 거울, 종소리, 그리고 엽서를 가져야 합니다. 꽃씨나 옹달샘, 거울과 종소리를 가진 사람은 더러 본 적이 있으나 엽서를 가진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정호 교장 선생님은 가슴에 엽서를 가진 분이십니다. 가슴 속에 우체국을 가진 이정호 교장 선생님은 분명 가슴이 따뜻할 것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주고 받은 편지 글을 만천하에 공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공개하겠다는 결단 그 자체만으로도 이 분이 가지는 인간성과 인격적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만용을 넘어서지 않는 용기는 인간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가치이자 덕목입니다.
이 책은 편지글을 통하여 인연을 새기며 제자들의 삶에 등불이 되고자 하는 이정호 교장 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애틋한 정과 각별한 관심이 녹아 있을 뿐만 아니라 초임교사 시절부터 길러낸 제자들의 스승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엿볼 수 있어 감동을 줍니다. 가면을 써야 살 수 있는 세상, 한 점 부끄럼 없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진정한 감동은 진실에서 나옵니다. 주고 받은 편지 글에는 하나의 거짓도 없습니다. 글이 곧 그 사람이기에 이 책은 자신이 곧 제자이고 또한 스승인 사람들에게 진실한 감동을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학생은 많으나 제자는 적고, 선생은 많으나 스승은 없다” 우리 시대에 교장 선생님은 정말 보기 드문 훌륭한 스승입니다. 이런 보기 드문 교육자가 쓴 이 책 또는 대단히 보기 드문 책입니다. 표절과 모방이 판치는 거짓의 세상에서 진실한 마음이 담긴 글을 읽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교단에 발을 디딘 지 36년, 교장 선생님은 그 동안 3,000여 장이 넘는 편지를 받고 답장해주는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과 사연을 그냥 흘려보내기 안타까워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책의 출간은 편지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이 책의 출간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봅니다. 교육의 열쇠는 학생이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인간관계 최고 미덕은 give-and-take 즉 소통이 아닙니까. 스승과 제자가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교육자적 양심과 교직이라는 자존감을 소중히 지켜 오신 교장 선생님은 “이 책을 통하여 같은 길을 걸어온 동료들이나 후배들이 공감해 주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꿈과 사랑과 추억의 교실을 지향해 왔던 스승, 제자들과의 교감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써왔던 이정호 교장 선생님과 같은 훌륭한 스승을 알게 된 것만 해도 저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하나는 적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읽는 사람입니다. 이 좋은 세상 모든 사람의 꿈은 오래 오래 사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꿈이 아니겠습니까. 읽는 사람이 오래 살겠습니까. 적는 사람이 오래 살겠습니까. ‘읽자 생존’이란 말은 없어도 ‘적자 생존’이란 말은 있습니다. 적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뜻입니다. 글을 쓰시는 사람 중에 오래 사시는 분이 많습니다.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을 적는 사람에게는 삼락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글을 써서 문단에 등단하는 일이요, 두 번째는 쓴 글을 책으로 내는 일이요, 세 번째는 문학상을 타는 일입니다. 교장 선생님에게는 이제 문학상을 타는 것만 남았습니다.
소통은 이 시대 최고의 가치입니다. 교장 선생님은 '인생'이라는 책을 쓰는 작가였습니다. 빈 종이를 글로 채워나가는 것처럼, 편지를 쓰면서 인연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도 먼저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 했던 분입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출판하신 이 책을 정독하면서 놀란 것은 수많은 학생들에게 써 보냈던 편지가 하나하나 내용이 다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고급문장의 제일 원리는 동어반복이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발간하신 이 책이야말로 고급문장의 진수가 담긴 책이라 하겠습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눈물, 소박, 진실의 결정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제자에 대한 사랑, 스승에 대한 존경, 수평적 소통의 관계 중요성을 일깨워준 한국판 <에밀>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만큼은 이 뜻 깊은 자리를 핑개 삼아 교장 선생님을 한껏 자랑해 드리고 싶습니다만 교장 선생님께서 미리 저에게 긴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셔서 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출판기념회를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모쪼록 강건하시어 수필가로서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 돌아가시거든 이 책을 꼭 정독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국민들이 이 책을 읽고 모든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았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오늘 여기 모이신 소중한 여러분들과 함께 한 이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이정호 교장 선생님의 이 책이 울산은 물론 온 나라의 방방곡곡에서 널리 읽혀지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으로 축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