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1942- )
전남 영광 출생으로 서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에 〈새벽〉이, 1966년 〈꽃 외〉가 추천되고, 1968년 〈잠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문학을 이론적으로 연구한 저서가 여러 권이다.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오 시인은 정지용과 박목월의 계보를 잇는 순수서정시인이다. 1965~68년 박목월 시인 추천(<현대문학>)으로 등단해 그간 시집 25권을 냈다. 2007년 서울대 국문학과에서 퇴임할 때까지 35년 동안 대학 강단에서 현대문학을 가르쳤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인 그의 시집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체코 스페인 프랑스에서 번역 출판됐다.
그가 보기에 미당은 정지용과 함께 한국 최고 시인이다. “소월의 시는 영혼의 울림이 있어요. 직관적이죠. 그래서 시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요. 하지만 미당과 정지용 시는 상상력이 넓고 깊어요. 젊은 시인들이 훈련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죠.”
‘시’ 쓰기는 일상의 경험을 분석하는 일에 치중하는 것도 아니고, 초월적인 영역을 고집하는 것만도 아니다. 이것이 오세영의 시작 태도이다. 그의 시는 사물의 존재와 그 가치를 대한 깊은 해석은 철학과 종교의 영역을 넘나들 정도로 심오하다. 오세영의 시는 일상의 삶을 불교의 교리를 통해서 자기 나름으로 해석함으로 시적 대상과 일상 간에 거리를 두기에 성공하였다.
오세영의 시는 섬세한 언어 감각을 자랑하면서도 시적 긴장감은 이끄는 주제의 무게로 살려낸다. 이 말은 일상을 시적 흐름으로 다루면서도 궁극적인 의미를 가지게 하였다.
‘모순의 흙’이라는 그의 시를 보자. 시인이 이 시에서 주목하는 것은 ‘흙’ 그 자체가 아니다. 흙의 구채적인 형상보다, 흙의 본질을 말하고자 한다. 말하자면 사물의 존재를 이야기하면서도 종재의 궁극적인 것을 드러내려고 한다고 하겠다 이 시에서도 ‘흙’과 ‘그릇’을 반복적으로 말한다.
하나의 그릇이 되기 위해서 존재하는 ‘흙’과 다시 깨어져서 흙으로 돌아가는 ‘그릇’ 사이에 일어나는 관계를 다루었다.(이렇게 다루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권영민의 설명이다.)
모순의 흙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그릇
언제인가 접시는
깨어진다.
생애의 영광을 차지하는
순간에
바싹
깨지는 그릇
인간은 한 번
죽는다.
물로 반죽되고 불에 그슬리어
비로소 살아 있는 흙
누구나 인간은
한 번쯤 물에 젖고
불에 탄다.
하나의 접시가 되리라.
깨어져서 완성되는
저 절대의 파멸이 있다면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모순의 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