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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감기약 부작용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이영정씨. |
"약국에서 흔히 살 수 있는 감기약 몇 알을 먹고 하루아침에 두 눈을 잃게 됐다. 3년 동안 병마와 싸우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기관 어느 곳도 귀기울여주지 않았다."
감기약 부작용인 '스티븐스존스증후근'으로 배우자가 실명됐다며 올해 초 해당 의약품 제조사와 의약품을 판매한 약사, 의료기관,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이영정씨가 6일 저녁 '환자샤우팅카페' 무대에 섰다.
이 씨의 배우자인 김진영씨는 2010년 1월 약국에서 해열진통제 성분의 감기약을 구입해 복용한 뒤 '스티븐스존스증후군'으로 진단받아 현재는 빛이 있다는 것을 아는 정도의 시력만 유지한 채 살아가고 있다.
지난 3년은 부부에게는 고통스런 나날이었다. 김 씨는 그동안 각막이식술을 4번, 양막이식술을 10번 이상 시술했다. 하지만 15분에 한번씩은 눈에 인공누액을 넣어줘야 병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힘든 병마와 싸우는 아내 곁을 지키는 것 못지 않게 남편 이 씨를 힘들고 화나게 만든 것은 무책임한 정부기관들과 제도였다.
현행 법령은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는 절차를 만들도록 하고 있지만 관련 제도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씨는 보유하던 집 두 채를 모두 팔아서 치료비를 대면서도 정부로부터 단 한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억울한 사연을 알려도 정부기관들은 손사래쳤다. 국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복지부, 식약청, 소비자원, 의약품안전관리원, 제조사인 I사 등이 하나 둘 이 씨의 입에서 호명됐다.
이 씨는 "안타깝지만 다른 데 알아보라는 식으로 하는 말이 다 똑같다"면서 "정부기관이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환자샤우팅카페' 자문단의 일원인 이인재 변호사는 "의약품을 복용하고 부작용이 생겨도 국가가 단 한푼의 치료비도 보태주지 않는 게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개탄했다.
이 변호사는 "인과관계 등을 입증하는 등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이 씨가)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보상받는 싸움의 첫 삽을 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는 "(공무원들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에 너무 쉽게 대응하는 것은 문제다.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면서 "특히 치료비 부분은 시급히 보완돼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