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장단은 1년 유임한다. 단 카페를 활성화하고 내년 2월 안으로 광고 문예를 출간할 것.(평소 회장을 추앙해 마지 않던 김형근 총무가 몇 차례 반란을 시도했지만 박석구 회장은 아직은 물러설 때가 아니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2. 정기모임을 1년에 2차례 갖기로 한다.(1년에 두 차례는 모여야 저번 모임 불참을 조질 수 있기 때문. 1년에 한 번 모이면 우선 반가와서 조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함.)
그 밖에 자질구레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만 크게 결정된 내용은 위와 같습니다. 혹시 착오나 빠뜨린 이야기가 있으면 정정,추가해 주십시오.
모시기로 했던 서기남 선생님은 개인 사정상 불참하시고 주성식 동문은 심한 몸살 감기로 불참을 통보해 왔습니다.
우선 이 내용을 내가 정리하는 이유는 참석자 중 가장 연장으로서 왕성한 기억력을 과시하고 싶어서 입니다. 그리고 카페의 활성화를 위하여 먼저 주접을 떨어야 후배들도 함께 동참해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서 입니다.
카페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었습니다마는, 지금으로서도 충분하다, 더 이상 높이면 부담스럽다는 의견들이 주조를 이루었습니다. 형근이는 자기 혼자 더 이상 카페를 도배하고 싶지 않다, 오늘이라도 자숙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옛날에는 가만이 있으면 절반 정도 갔는에 지금은 침묵하는게 가장 윗길이란다나 뭐라나. 좌우간 매일 카페에 들려 도배하는자는 정말 할 일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존심이 상한답니다. 남들은 어쩌다 한 번씩 글을 올리면 금방 조회수가 상한가를 치는데 단골 메뉴들은 어쩌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조회하는 정도라고 푸념합니다.
그러나 카페가 활성화되려면 모두 형그니와 봉이기 같은 한심한 친구들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봉익이 매번 그 먼길을 마다 않고 달려와주어 고맙네. 참고로 봉익이는 하루에 세번 카페에 들른답니다.)
나종영 시인은 시에 대한 열정을 토로하면서, 카페가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도 문학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역시 시인이 되려면 술을 잘해야 하는지 유감없는 술실력을 과시하면서 혼자서 나머지 후배들을 상대하면서 거의 분위기를 초토화(?)시켰습니다. 맞상대인 주성식 논객의 불참으로 여간 심심한 술자리가 아니였습니다.
삶에 찌든 우리에게 문학은 정말 호사로운 소리요, 잘 가라앉지 않는 젊은 날의 찌꺼기 같은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동문들을 볼 때 마다 얼마나 치열하게 잘 살아주고 있는지 부러울 따름입니다. 굳이 이름을 붙여주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문학적입니다. 문학의 지경을 넓히시고 크게 욕심부리지 마십시오. 그대들의 말 한마디, 글 한줄이 바로 문학입니다.
카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리플을 달아주는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너무 토론이 진지해지면, 쌈박질이 벌어지거나 슬슬 도망가게 되니까 우선은 칭찬과 격려의 리플을 대여섯개씩 달아줍시다. 그리고 완전히 활성화되면, 그때부터 좀 본격적인 토론을 벌려보자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노래방에 곧 죽어가는 분위기가 도우미가 들어옴으로써 아연 활기를 띠듯이 우리 카페에도 여성 회원들이 필요하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정회원 이상으로 맹렬한 관심을 보여주었던 이방인, 그리고 후원금까지 보내 주었던 미스 보훈병원 제씨에게 새삼 감사하다는 말씀을 대신 전합니다. 따라서 이 카페에 집사람들을 대거 진출시키면 훨씬 분위기가 살아나리라는게 소생의 생각입니다.
회식을 벌인 장소가 봉선동 민속 음식점(한정식집)이어서 몇사람의 미즈들이 번갈아 가면서 방을 들락거리며 음식을 날랐습니다. 가슴에 명찰을 차고 있었는데 이름들이 한결같이 난실이, 국실이, 죽실이 이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미즈들이 들락거리면서 후배 몇 사람이 함께 들락걸리데요. 그래서 결국 K후배의 눈부신 활약으로 그 중 두 미즈가 우리의 2차에 합류했습니다. 문제는 K가 가장 눈독을 들였던 난실이란 아가씨는 불참했다는 것입니다. K는 끝까지 26회 두 선배가 그 아가씨를 빼돌렸으리라는 의심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오비이락이랄까, 잘생긴 26회만 1차에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입니다. 의심때문에 결국 난실이란 아가씨의 집에 전화까지 걸어서 그 소재를 확인하고야 말았습니다.
완이는 조정래의 소설이 결코 좋은 소설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던거 같습니다. 독자에게 생각하도록 하는 소설이 아니라 생각을 강요하는 소설이라는 것입니다. 생각의 뼈대가 드러나는 소설과 생각의 뼈대가 감추인 소설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요. 민휴는 이문열이는 주위 사람들을 엄청 챙기는데 조정래는 번 돈으로 후배들에게 술한잔 안사고 주식에 투자해서 몽땅 잃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의(自己義)에 취해 전혀 주위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죠.
종영은 맥주집 화분 뒤에서 고스돕을 치고 있는 아줌마들에게 똬리를 붙이다가 여의치 않았는지 그 늦은 시간에 종완이를 만난다면서 택시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회장이 봉익이를 재운다면서 금호지구 무슨 장으론가 나머지 일행을 데리고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쯤 노래를 늘어지게 부르고 2시 쯤에 해산했습니다. 나와 문제의 K는 그 후로도 두 시간쯤 밤거리를 헤맸습니다. 좌우간 K의 그 강렬한 야성과 집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덕분에 운전 반, 졸음 반의 상태로 5시쯤 집에 귀가했던 것 같습니다.
동문들이 대체로 시를 좋아하고 아름다운 시들을 많이 쓰지만 그 중에는 당대의 산문가들이 있습니다. 성식, 종완, 석구, 봉익, 기웅, 형근, 민휴의 산문들을 다들 좋아했습니다.종영은 형수의 산문을 극찬했습니다. (형수는 동문들의 기대를 저바리지 말고 서울에서라도 열심히 소식을 전해주기 바란다.)
시를 쓴다는건 이런 것 아닐까요?
비오는 날, 남들은 다 우산을 쓰고 다니는 데 나 혼자 비를 맞고 걸어가는 것.
빗물을 질질 흘리며 50이 되도록 주접을 떠는 것.
동문 제현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