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공간의 미래 (유현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알쓸신잡, 유튜브 등을 통해 알게 된 홍익대학교 유현준 교수님의 책을 사서 읽어보았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이 내게는 정말 보물같이 느껴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뇌과학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어 꿈 꾸고 있고, 김상욱 교수님, 정재승 교수님 등등 과학 대중화에 힘쓰시는 분들이 혜성처럼 등장해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러한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들 중 하나가 바로 유현준 교수님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다.
살면서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억울하고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공간과 사회, 공간과 정치, 공간과 경제의 문제를 혁신,권력,돈에 대한 창의적 아이디어로 방향성을 제시한다. 가장 공감했던 것은 우라나라의 획일화된 건축물들이다. 신도시라고 만든 도시조차 구조마저 똑같은 아파트장판이 되어있으니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수도권 집중현상이 획일화된 건축양상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지방도시는 차별화된 매력 없이 서울의 짝퉁도시가 되어버려 지방도시에서 돈 번 사람들은 서울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또한 똑같은 아파트들은 화폐의 역할을 하게 된다. 다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가치평가가 쉽고, 획일화된 집으로 획일화된 문화와 생활 양식이 만들어져, 사람들을 평가할 때 액수와 평수로 평가한다. 이러한 틀은 사회발전에 발목을 잡는다.
앞에서 말했듯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무기력해지는 이유는 자연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건축학적 설계에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뇌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중에서 자연의 변화는 체감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평안하다. 우리의 조상이 그래왔듯이. 그런데 길거리에는 자연을 바라보며 휴식할 벤치의 수가 적고, 차도와 인도가 붙어있어서 보행중에 위협을 느끼고 소음도 있다. 도시의 풍경은 차와 정적인 건물이 전부가 된다. 자율주행 지하 물류 터널을 통해 지면의 차들을 지하로 대부분 보내버리고 그 위에는 사람들이 다닐 공간에 여유를 주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서 교류와 융합을 이룰 공원을 만들되, 무료로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선형의 공원을 만들어 표면적을 넓힌다.
공동체 의식 형성에는 시공간 공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기가 어렵다. 바로 공원같은 사람들이 교류할 장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빈부에 따라 가는 공동체가 정해져 있으니 세대차이, 사회적 의견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 사람들에게는 공짜의 공간이 필요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역할을 커피숍이 하고 있다. 그래서 돈이 있는 사람은 스타벅스로, 돈이 없는 사람은 빽다방으로 간다. 뉴욕에 사는 미국인에게 어디 사냐고 물어보면 미국에 산다고 하지 않고 뉴욕에 산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이 사는 뉴욕이라는 공동체가 자랑스럽고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존중하고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공동체는 망할 수 밖에 없다. 같은 지역에 살지만 함께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가지 못하니 위태롭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의 가장 큰 원인은 낡은 건축법의 바뀌지 않는 문제, 거대한 건설사, 심의와 자문에 있다고 한다. 용적률과 건폐율 문제로 필로티 구조의 집들만 들어서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보는 풍경은 1층에 주차된 자동차들이 돼버렸다. 대형 건설사들의 의 의사결정은 나이가 많은 임원들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그들은 안정되고 짦은 임기동안에 위험을 만들고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항상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여 단조롭고 아름답지 않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많은 수 의 소형 건설사가 이 일들을 나눠 맡게된다면 더욱 다양해지고 소비자가 원하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심의와 자문에 있다고 하는데 일을 맡기기 전에는 꼼꼼히 따져야하지만 일을 맡기고 나서는 말 그대로 맡겨야한다. 꼼꼼히 따지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에 또 다른사람을 불러 심의하고 자문자를 부르게되는 것이다. 심의 과정에서는 아무런 부담 없이 평가할 수 있고 평가자가 바뀌는 것에 따라 항상 비판적인 평가가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무미건조하거나 항상 해왔던 관례를 따르게 되는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공감되었던 것은 홍길동이라 부르는 정치가들에 대한 얘기다. 우리나라에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표를 얻고 권력을 얻어 나눠주는 홍길동과 같은 정치가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공동주택의 형태로 저급의 부동산을 공급하는 것은 청년들을 노예로 만드는 것과 같은 과정이라고 한다. 집을 소유하지 못한 월세, 전세살이 청년들은 물가상승률에 따른 집값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고 자신들이 계속해서 연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월세를 낮춰주는 정책을 피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이 튼튼한 중산층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레버러지를 많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를 막아버리고 공동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것은 신분제를 공고히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양질의 부동산을 공급하여 집값을 안정시키고 청년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야 출산율 문제,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세종대왕같은 정치가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내용이 너무나 공유하고 싶은 고급 지식들이 많아서 내 의견은 별로 적지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기에 꼭 책과 유현준교수의 유튜브 셜록현준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건축학적 요소에 인생이 결정되어 버렸다. 도시에서 살 때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와의 시간이 부족했고 시골로 이사하고 나서부터는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의 공간적 제약이 너무나 컸다. 친구 집까지는 멀고 인도도 없어서 갈 수도 없었고 집 근처에는 내 나이 또래가 단 한 명 살고 있었다. 도시에서 살아도 다 건물로 들어가니 변화가 없고 시골에 사는 것은 생존의 문제로 역시나 더욱 제한적인 건물 속 생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 그 생활은 이 책이 제시하는 방향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