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여인숙
-김경
박재삼문학관 앞뜰에 동백 피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시인
고향에 내려와 빚진 잠을 자던 노산공원 돌계단 아래
이제는 허물어져버린 노산여인숙
새빨간 간판같이,
거기
숙박부도 없이 달月잠 자던 뱃사람들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
주워 피운 꽁초 끝, 새빨갛게 타오르던 설움 같이
동백 피었다
가난은 빈속에 더욱 서럽고 어지러워 눈앞이 노래지는 것,
남해안 바닷가
오늘은 어디서 글 잔치라도 열렸을까
저렇게 쪼그리고 않아
벌겋게 줄담배를 태우고 있는 시인
술밥 간에 솔찮게 심사료가 생겼는갑다.
-김경 시집,『삼천포 항구』(지혜,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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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 동서금동에 바다를 향해 돌출한 언덕 노산(鷺山), 그곳에
노산공원, 박재삼문학관이 있다.
시 「노산여인숙」은 박재삼문학관 앞뜰에 핀 동백꽃을 세 겹의 비유로 펼쳐놓고 있다.
그 동백꽃은 “이제는 허물어져버린 노산여인숙/새빨간 간판”과
“저렇게 쪼그리고 않아/벌겋게 줄담배를 태우고 있는 시인” 박재삼이 그것이다.
그런데 초라한 행색의 박재삼 시인을 묘사하고 있는 마지막 시행이
또 한 겹의 비유인데, 박재삼문학제에 참여한 우리 시대 가난한
시인들의 초상(肖像)이기 한 것이다.
올해도 “술밥 간에 솔찮게 심사료” 벌러 삼천포 박재삼문학관이 있는
노산에 오르고 싶다.
아, “살아서 가난했던 시인” 박재삼, 지역의 후학들 덕분에 죽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부유하고 행복한 시인이 되었다.
-이종암(시인)
<대경일보> 2017년 2월 17일(금)
노산여인숙
-김경
박재삼문학관 앞뜰에 동백 피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시인
고향에 내려와 빚진 잠을 자던 노산공원 돌계단 아래
이제는 허물어져버린 노산여인숙
새빨간 간판같이,
거기
숙박부도 없이 달月잠 자던 뱃사람들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
주워 피운 꽁초 끝, 새빨갛게 타오르던 설움 같이
동백 피었다
가난은 빈속에 더욱 서럽고 어지러워 눈앞이 노래지는 것,
남해안 바닷가
오늘은 어디서 글 잔치라도 열렸을까
저렇게 쪼그리고 않아
벌겋게 줄담배를 태우고 있는 시인
술밥 간에 솔찮게 심사료가 생겼는갑다.
-김경 시집,『삼천포 항구』(지혜,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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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 동서금동에 바다를 향해 돌출한 언덕 노산(鷺山), 그곳에
노산공원, 박재삼문학관이 있다. 시 「노산여인숙」은 박재삼문학관 앞뜰에 핀 동백꽃을 세 겹의 비유로 펼쳐놓고 있다. 그 동백꽃은 “이제는 허물어져버린 노산여인숙/새빨간 간판”과
“저렇게 쪼그리고 않아/벌겋게 줄담배를 태우고 있는 시인” 박재삼이 그것이다. 그런데 초라한 행색의 박재삼 시인을 묘사하고 있는 마지막 시행이 또 한 겹의 비유인데, 박재삼문학제에 참여한 우리 시대 가난한 시인들의 초상(肖像)이기 한 것이다.
올해도 “술밥 간에 솔찮게 심사료” 벌러 삼천포 박재삼문학관이 있는 노산에 오르고 싶다. 아, “살아서 가난했던 시인” 박재삼, 지역의 후학들 덕분에 죽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부유하고 행복한 시인이 되었다.
-이종암(시인)
<대경일보> 2017년 2월 17일(금)
노산여인숙
-김경
박재삼문학관 앞뜰에 동백 피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시인
고향에 내려와 빚진 잠을 자던 노산공원 돌계단 아래
이제는 허물어져버린 노산여인숙
새빨간 간판같이,
거기
숙박부도 없이 달月잠 자던 뱃사람들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
주워 피운 꽁초 끝, 새빨갛게 타오르던 설움 같이
동백 피었다
가난은 빈속에 더욱 서럽고 어지러워 눈앞이 노래지는 것,
남해안 바닷가
오늘은 어디서 글 잔치라도 열렸을까
저렇게 쪼그리고 않아
벌겋게 줄담배를 태우고 있는 시인
술밥 간에 솔찮게 심사료가 생겼는갑다.
-김경 시집,『삼천포 항구』(지혜,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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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 동서금동에 바다를 향해 돌출한 언덕 노산(鷺山), 그곳에
노산공원, 박재삼문학관이 있다. 시 「노산여인숙」은 박재삼문학관 앞뜰에 핀 동백꽃을 세 겹의 비유로 펼쳐놓고 있다. 그 동백꽃은 “이제는 허물어져버린 노산여인숙/새빨간 간판”과
“저렇게 쪼그리고 않아/벌겋게 줄담배를 태우고 있는 시인” 박재삼이 그것이다. 그런데 초라한 행색의 박재삼 시인을 묘사하고 있는 마지막 시행이 또 한 겹의 비유인데, 박재삼문학제에 참여한 우리 시대 가난한 시인들의 초상(肖像)이기 한 것이다.
올해도 “술밥 간에 솔찮게 심사료” 벌러 삼천포 박재삼문학관이 있는 노산에 오르고 싶다. 아, “살아서 가난했던 시인” 박재삼, 지역의 후학들 덕분에 죽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부유하고 행복한 시인이 되었다.
-이종암(시인)
<대경일보> 2017년 2월 17일(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