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구백여든네 번째
펜타곤이 불타고 있다!
누군가가 가짜뉴스를 올리자 다른 누군가가 가짜라고 짚어주었습니다. SNS를 통해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정보들은 믿을 만한가요? 오래된 얘기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이 부동의 1위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공업용 우지牛脂 사건’이 있었습니다. 삼양라면이 폐기물 쇠기름을 사용한다는 기사였습니다. 물론 보건사회부가 고발해서 그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훗날 이 공업용 우지는 미국 고급식당이나 가정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하는 2등급 고가 우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직원 80% 이상이 실직하게 되었고 160만 박스의 라면을 폐기 처분한 훨씬 뒤였습니다. 지난해 미국국방부 청사 펜타곤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화재에 불타는 모습이 SNS에 퍼졌었습니다. 또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상 속 재난의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이 모두가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딥페이크 사진이었습니다. 미국 주의원 7,000여 명에게 AI가 쓴 편지와 사람이 작성한 편지를 동시에 보냈는데, 두 편지에 대한 응답률이 거의 비슷했답니다. 사람이 만든 진짜 정보와 AI가 생성한 가짜 정보를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대개 가짜뉴스의 확산은 분노의 확산입니다. 문학비평가이자 서평가 미치코 가쿠타니는 진실이 죽어가는 이 세계를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자기를 폄훼하는 노이즈마케팅조차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목만 끌 수 있다면 말입니다. 가짜뉴스가 진짜보다 6배 빠르게 확산한다는 통계도 있었습니다. ‘진실 따위는’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섬뜩한 말인지 고민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가짜가 진짜처럼 행세하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