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사 28억 ..매수자 없어 값 하락
15억은 회사계좌, 5억은 현금 받아
대금 받은 날 노린 범행 가능성
피의자, 이씨 부친 벤츠도 훔쳐가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33.수감)씨 부모가 살해된 날 이씨 동생(31)이 부가티 차량을 판매한 대금 중 5억원을 부모에게 건넨 것과 관련해 경찰이 매각 과정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씨 동생이 단독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A투자사 명의의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2011년식)는
중고 수퍼카 매매업계에서 범행일 전에 매각 소문이 퍼졌다.
초고가 희귀 매물이기 때문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부가티와 같은 초고가의 차를 처분할 수 있는 길은 국내에서 몇 곳 안된다.
그만큼 이 바닥이 좁고 관심도 많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 동생은 지난달 25일 부가티 차량의 판매대금 20억 중 5억원을 현금으로 받아 모처에서 부모에게 전달했는데,
이날이 공교롭게도 김모(34)씨 일당이 이씨 부모를 살해하고 5억원을 뺴앗은 범행일이었다.
이 때문에 김씨 등이 미리 차량 매각 정보를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게됐지만 김씨는 경찰에서 '매각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씨 동생이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뒤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가 시장에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희망 매도 가격은 28억원으로 책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가격이 떨어졌다.
살해된 이씨 부모는 매매 당일 직접 중고차 매장을 찾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이씨 동생의 회사 직원이 동행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이씨 동생이 모처에서 부모를 만나 5억원이 든 돈가방을 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가티 차량은 현재 해당 중고차 매장에 보관돼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씨 부모가 돈가방을 건네받은 지난달 25일 오후 4시 6분 안양 아파트로 들어오는 장면이
폐쇄회로 TV(CCTV)에 담겼다.
바로 15분 전인 3시51분 김씨는 고용한 중국동포 3명과 아파트로 들어와 현관에 대기했다.
혼자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5억원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니만 경찰은 이 부분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이씨 부부의 집에 현금 5억원이 있다는 사실을 피의자 김씨가 알았을 가능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김씨는 현재 진술 거부권을 행사 중이다'고 말했다.
20일 법원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수원지원에 출석하면서 '내가 안 죽였다.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서 김씨가 이씨 아버지(62) 소유의 벤츠 승용차를 훔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삿짐센터를 통해 이씨 아버지의 시신이 유기된 냉장고를 임차한 평택 창고로 옮기기 전 대리기사를 불러 차를 빼돌린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현장 인근에 주차한 자신의 차를 타고 대리기사에게 '벤츠를 몰고 따라오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벤츠 차량 트렁크에는 피해자들의 피가 묻은 이불 등이 실려 있었다.
김씨는 차를 넘겨받은 후 이를 꺼내 불태웠다고 한다.
훔친 벤츠 차량은 이씨 아버지 시신이 유기된 평택 창고 앞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범행 이후 행적을 조사할 예정이다. 안성.성남 최모란.김만욱.남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