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우리가 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갓 내린
영혼을 테이크아웃해 온 거라고 믿는다면. 하나뿐인
몸에 일렁이는 마음. 다시 돌아가 무를 수 없는 첫
모금이 시작된 거라면
너를 봤어.
넌 태어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문가에 앉아
있었지. 얼음이 녹아갈 때 마음의 겉면은 맑고 슬픈
액체를 흘린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잠시
너는 플라스틱 컵, 깨진 액정, 한쪽뿐인 이어폰, 이
면지, 어설픈 맞춤법, 끝물 과일을 사랑한다고 했어.
불완전해서 유일해진 것들만을
인간은 자신 아닌 모든 것을 영원이라고 부르지. 미
래는 이미 끝나버렸고 옛날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
니까. 일회용 컵을 씻어 다시 물을 마시고 구멍을 뚫
어 흙을 채우고 식물을 심으며, 다시 태어날 것을 몰
래 믿으며
매장에선 끝없이 음악이 흘러나왔어. 다정한 사람
들이 무심히 노인이 되어가는 동안. 다시 들을 수 없
고 2절 없는 단순한 무한
너를 훔쳐보며 하루치의 시간을 마시다가 지금이
나의 마지막 신이라는 걸 눈치챈 순간 남아 있던 영
혼이
뜨겁게
탁자 위로
엎질러졌다
버려진 영수증을 주워 펼치면 음용 시 주의사항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지 ; 오늘의 감정에는 오늘의
책임이 필요합니다
[사랑에 대답하는 시],아침달,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