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8. 9. 수요일.
아래 글은 생활글 일기이지요.
글 다듬어서 문학지에 내려고 하지요
오래 전에 써둔 일기라서 오탈자가 많을 겁니다.
누구라도 지적해 주시면 고마워 하면서 글을 더 고치겠습니다
부탁 드립니다.'
돈은 나눠 가져야겠지요
지난 주말에는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고향에 다녀왔다.
토요일에는 화망마을 상장산(上長山)에서 산소 묘역 일을 했다.
농투성이*가 되어서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흙 묻은 손으로 이마를 쓰윽 문질러 땀을 닦아내는 사내를 누가 좋아할까?
서울에 올라오면 최신 정보사업(컴퓨터 소프트 구축)을 관리하는 내가 시골에서는 잠깐이나마 산사람이 되었다. 산토끼마냥 칡뿌리를 이빨로 물어뜯고는 오물조물하면서 단물을 빨아먹는 늙은이가 되었다.
커다란 포클레인이 굉음을 내면서 황토빛 흙을 뒤엎었다.
종산 묘역 아래에 있는 종전(宗田) 두서너 마지기 쯤의 작업량.
'저 작은 밭떼기가 하루 일감인가?' 하는 불만이 내심 일렁거렸다.
지난가을 시사(時祀) 때였다. 오촌 큰당숙은 수년간 밭농사를 짓지 않아서 잡풀이 우거졌는데도 밭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이 나섰다며 잡풀을 갈아 엎어 주자고 말씀하셨다. 상장산 아래 밭을 제대로 만들어 주면 농사짓기가 수월할 것이니 종중 돈으로, 포클레인(Poclain)으로 밭을 갈아 엎자'고 제의하셨기에 당질인 나는 이의 달기가 뭐해서 '그렇게 합시다'라고 대답했다.
이른 봄철에 포클레인 굴착기가 밭흙을 뒤엎을 때마다 땅속으로 길게 뻗은 칡이 뿌리째 뽑혀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따금씩 알이 배고, 제법 굵직한 뿌리를 걷어냈다. 포클레인 중장비가 흙을 깎아 뒤엎을 때마다 큰당숙과 일꾼은 칡뿌리를 걷어내서 찔레덩굴 가시 더미 위로 내던져버렸으나 나는 알이 밴 칡뿌리를 골라 가려낸 뒤 한 군데로 모았다.
한나절만에 포클레인 작업이 끝났다.
농사 지을 사람도 없는데 공연히 헛돈 날리는 게 아닌가?
언덕바지 굴고개에 있는 강씨네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포클레인 기사와 일꾼 품값으로 사십오만 원을 지불한 게 아까운지 큰당숙은 무안함을 감추려는 심사로 궁시렁거리셨다. 점심도 거른 임씨네 부자(父子)한테 점심 값으로 이만 원도 추가로 지불하셨다.
"아니어요. 잘했지요. 돈은 서로 나눠 가져야지요. 포클레인 기사, 일꾼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언젠가 밭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이 나서겠지요. 안 나서면 또 풀밭이 되겠지만서도... 그 다음의 일은 그때 가서 걱정하지요. 뭐."
"그려. 당질 말이 맞구먼. 돈은 나눠 가져야지."
그런데도 내 마음은 조금은 알쩐했다. 종중 돈이라고 해서 함부로 헤프게 쓸 성질은 아니었다. 몇 안 되는 종중 간에 돈을 모으기 위해서 종손인 내가 더 부담을 해야 했다.
큰당숙모가 운전하는 자가용 차 트렁크 안에 실어서 가져온 칡뿌리를 어머니와 나는 토요일 오후부터 다듬었다. 차가운 물에 칡뿌리를 넣고 수세미로 북북 문질러서 흙을 씻어내기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손가락이 시리고 손끝이 곱아서 뜨겁게 끓인 물에 손을 담가가면서 칡뿌리를 씻어야 했다. 작은 톱으로 토막 냈으며, 손가락 길이 만큼씩 잘라냈고, 자귀로 다시 찍어서 여러 조각으로 빠개고, 얊게 찢었다. 통나무를 잘라 둥글게 만든 칼도마 위에 올려놓고는 자귀로 내리찍을 때마다 칡즙이 옷으로 튀었다. 허연 녹말가루가 내 얼굴에도 튕겼다.
잘게 가늘게 찢은 칡뿌리는 두께가 얇을수록 햇볕에 널어서 말리기가 수월했다. 달작지근하게 즙이 밴 칡뿌리는 잘못 간수하면 곰팡이가 쉽게 슬기에 햇볕이 쨍쨍 날 때마다 말려야 했다. 뽀송뽀송하게 잘 말려야 했다.
토요일 오후 반나절, 다음날 일요일 오전에도 두어 시간 작업했더니만 손톱 밑에 칡즙이 시꺼멓게 물이 들었다. 거친 일을 한 것처럼 막노동꾼 손으로 변해 있었다. 손톱 때가 새까맣게 끼어서 한눈에도 더러워 보였다. 손바닥, 손가락, 손톱이 볼품없이 더럽혀졌어도 마음만큼은 흐뭇했다.
주전자에 칡뿌리를 한 움큼 집어넣고는 가스레인지 불로 펄펄 끓이면 칡뿌리 차(茶)가 될 것이다. 여든여덟 살의 늙은 어머니가 아침저녁으로 맹물을 마시는 것보다 텁텁한 칡차를 마시는 게 훨씬 나으리라.
2007. 3. 20.
* 농투성이 : 농부를 얕잡아 이르는 말
* 1960년대 초 구룡리 화망마을 길을 넓히면서 최씨네 아랫밭 끝머리에서 조개더미(貝塚) 흔적을 발견
* 1970년대 구룡리 일대에서 백제시대의 석실분(石室墳)을 발굴, 청동기시대 주거지와 유물들이 출토되었고, 고인돌이 분포한 것으로 보아 청동기시대에는 주민이 살았다고 추정
* 역사지리부도에는 '웅천 조개더미'로 기록
* 포클레인 기사 임씨가 밭을 임대하여 이년 쯤 농사짓다가는 포기
* 구룡리에서 세거(世居)하는 최씨네 종중( 宗中) 소유의 상장산(上長山) 하단에 있는 밭(宗田) 등은 2018년 '보령웅천일반산업단지'로 토지수용되었음. 일반산업단지는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 IC 바로 앞 오른쪽에 위치
* 화망마을 : 서기1751년(조선 영조 27년)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에 '머물러 살기 좋은 可居地'로 기록된 남포 화계(藍浦 花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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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고 있지요.
글 쓰는 거야 별로 시간이 안 걸리는데도 글 다듬으면 시간이 무척이나 걸리지요.
오늘은 종일토록 비가 내리기에 바깥으로 바람 쐬러 나가지 못하고는 아파트 내 방안에서 이 글을 다듬고 있습니다.
왜그리 어색하고 잘못된 낱말, 띄어쓰기 등이 많은지....
인터넷 어학사전으로 검색해도.... 80% 수준만 정확하다고 여김.
나머지는 국어사전 등을 펼쳐서 대조해야 되고....
지도 :
인터넷 사이트(카카오맵)에 '화망마을' 지명을 입력하면 지도가 뜬다.
인터넷 지도를 확대하면 산업단지 지도가 나온다.
'차다맥이산'으로 잘못 오기되었다. 차돌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차돌박이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인터넷 지도의 오류는 더 있다.
'월계저수지'는 '화망저수지'로 고쳐야 한다.
'월계저수지'는 산 넘어 산자락 하단에 있는 타지방(남포면)의 지명이다.
내가 인터넷 지도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이유이다. 지명이 때로는 잘못 표시되었기에....
첫댓글 16년 전에 쓰신 글, 잘 읽고 갑니다.
최 선상님!
댓글 고맙습니다.
박민순 작가님.
일기 /생활글이지요.
글은 금방이면 쓰겠지요.
하지만 글다듬기는 여러 번 해야 한다는 예를 들었지요.
저는 위 글을 40 ~50번쯤 더 다듬어야 합니다.
이처럼 글쓰기, 글다듬기에서는 띄어쓰기는 물론이고,낱말, 전문용어 등을 정확하게 써야겠지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토요일에는 화방마을 (상전상)에서 (산소 묘역) 일을 했다
(상전상)이 (산 정상)의 오류인 줄 알았습니다
설명을 보고 대략 이해를 했지만 설명의 지명도 달라서 헷갈립니다
설명 - 최씨네 종중산(상장산 上長山)이니 상전상? 상장산?
(산소 묘역) - 산소와 묘역을 동시에 사용할 이유가 있을까요?
산소일이 아닌 묘역 주변의 밭농사 관련한 일이니까요
산토끼처럼 칡뿌리를 (이빨)로 물어뜯고는
(이빨) 보다는 그냥 (이)가 낮지 않을까요
당숙은 父의 사촌형제 호칭이니 당연히 오촌입니다
(오촌 당숙) 은 이중 표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오촌 아저씨는 통용되는 것 같더군요
아저씨는 여러 촌수에서 사용되니까요
(이른 봄철에 포클레인 중장비 기계가)
(포클레인, 중장비, 기계) 같은 의미를 세 번 반복한 이유는
큰 기계를 동원할만한 힘든 작업임을 강조함인가요?
포클레인은 큰 굴착기이니 이미 중장비나 기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중장비나 기계는 부연 설명이 아닐는지요
포클레인이라는 단어가 마땅찮으면 중장비나 큰 굴착기라고만 해도 될 것 같고요
(잘게 찢은 칡뿌리는 얇을수록)
잘게 또는 가늘게 찢은 칡뿌리는 명확한 의미가 전달되지만
칡뿌리를 얇게 손질한다는 건 부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닐까요?
@단풍들것네
댓글 고맙습니다
지적하고 알려주신 낱말, 문구 등을 더 다듬어야겠습니다.
위 글 숱하게 다듬었는데도 여전히 어색하고 잘못된 곳이 나오더군요.
예컨대 단풍들것네 님ㅇ 지적하는 '상정상, 상장산, 상전산' 지명이.. 그렇군요.
'지명이 2개로 불리우지요. ''상장산, 상전산'인데도 저는 '상정상'이라고 잘못 오타한 사실을 오늘에서야 발견했으니....
일기는 빠르게 글 쓸 수 있으나 글 다듬기는 40 ~50번이나 해야 한다는 게 글씨기 논리이지요.
님 덕분에 위 글을 더욱 더 정확하게 다듬어서 문학지에 올려야겠습니다.
저는 이런 지적(가르침)이 정말로 고맙지요.
덕분에 글 고칠 수 있기에.
꾸벅 꾸벅!
@단풍들것네 댓글 고맙습니다.
제 글 원안에서는 '오촌 큰당숙'이라고 표현했지요.
먼 훗날 제 자식들이 이 글을 읽었으면 하고요.
제 자식을 포함해서 신세대들은 촌수를 거의 모를겁니다.
그냥 '당숙'이라는 표현을 쓰면 그들은 그게 어떤 관계인지, 촌수는 얼마인지를 모를 수도 있겠지요.
종가종손인 저도 시향 때 참가하는 친인척은 알지만 시사. 시향에 참가하지 안하는 며느리 등은 거의 모르지요.
젊은애들조차도 집안행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래서 제가 보충설명하려고 '오촌'이란 낱말을 덧붙였지요.
더 다듬어서 책에 낼 때에도 '오촌'이란 낱말은 넣어야겠습니다.
먼 훗날 후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보다 쉬운 말로 글 쓰고 싶군요.
거듭 고맙습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오래전에 쓴글을 아직도
보관하고 계시는 군요
이런 글은 제법 많습니다.
공공기관에 컴퓨터가 도입된 1980년대 후반부터, 2004년 초부터 인터넷 개인카페가 마구 번지면서...
저는 컴퓨터에 일기 형태로 다다닥했지요. 초기에는 디스켓으로 관리하다가... 컴 성능이 개선되면서 다른 컴퓨터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직장 보직변경으로 컴 디스켓을 숱하게 잃어버렸어도 아직껏 많은 양의 일기/글이 남아 있지요.
2020년대인 지금에는 컴퓨터 저장 능력이 엄청나게 늘어났지요.
컴퓨터가 민간인한테 보급되던 초기...
저는 큰아들한테 컴 한 대를 사 줬지요. 소형자동차 한 대 가격!
2020년대인 지금에는 구닥다리 컴퓨터는.... 쓰레기 하치장에서 이따금 보지요. 그냥 내버렸대요.
컴이 엄청나게 발전했지요. 성능 많아지고, 저장능력은 상상할 수도 없이 향상되고......
직접 만들어 마시는 진짜 100% 칡차의 맛이 매우 궁금 해 집니다. ^^~
댓글 고맙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이른 봄철에는 칡뿌리는 알이 통통하게 배어서 즙이 무척이나 많고, 또한 맛도 달작지근하지요.
해동되는 시기에 경기도 성남모란시장 5일장날에 장구경을 가면 자연상태의 칡뿌리를 파는 장사꾼이 있지요.
산골의 정취가 물씬나는 칡뿌리이지요.
벌거벗은 산에 1960년대 70년대부터 정부의 산림녹화사업으로 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지금.
산에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찼고, 키 큰 나무에 올라탄 칡넝쿨이 키 큰 나무 가지를 죽이대요.
햇볕싸움에 져서 나무가 죽고...칡줄기는 엄청나게 굵어지고....
수피님. 언제 재래시장에 나가서 알이 통통 밴 칡뿌리 그 자체로 썰어서 짜낸 즙을 잡숴 보세요.
마실 만합니다.
제 의견을 고깝게 여기지 않으시는 듯해서 다행입니다
위의 제 댓글은 지엽적인 부분이며
실상 저는 이런 의견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본문
- 서울에 올라오면 최신 정보사업(컴퓨터 소프트 구축)을 관리하는 내가 시골에서는 잠깐이나마 산짐승이 되었다.
산토끼처럼 칡뿌리를 이빨로 물어뜯고는 오물조물하면서 단물을 빨아먹는 늙은이가 되었다.
이 문장은 본업에서 잠깐 벗어나 시골 종중의 밭일을 손수 챙기신 과정을 묘사한 것이겠지요
그러나 저 같은 독자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깔끔한 컴퓨터 일에 비해서
시골의 나이 든 사람은 흙 묻은 칡뿌리의 단물이나 빨아먹는 늙은이로 묘사되는 것 같고
화자, 즉 작자 자신은 한 발짝 비껴 서서 바라보는
은연중 시골의 생활과 특히 나이 든 사람이 비하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글을 보며 느낀 것이니 참고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예.
거듭되는 님의 댓글 고맙습니다.
정성들여서 제 글을 읽고 분석해서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곳을 지적해주셨군요.
사실 위 글은 그냥 일기였지요.
빠르게 다다닥하면서 쓴 글이지요.
알려주신 내용을 더 검토해서 글을 더 다듬어야겠습니다.
글 쓴 사람과는 달리 독자는 오로지 글자로만 읽어서 판단하기에 작가와 독자간에는 어떤 틈새가 있겠지요.
글 쓰는 사람한테는 보충설명이 전혀 필요하지 않아도 전체상황을 알지만 독자는 오로지 글자로만 상황을 짐작하지요.
때로는 오해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늘 이렇게 말하지요.
'직접 걸어가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보고, 직접 먹어보라'라고요.
눈으로 보고 입으로 먹으면 그 음식맛을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지요.
이처럼 글도 같은 이치일 겁니다.
글 더 다듬어야겠습니다.
책에 내는 글은 나를 위하는 게 아니라 독자를 위한 것이기에 독자 위주로 글 쓰고 다듬어야겠지요.
네 고향 생각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