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고등학교 3년을 같은 반에서 공부했던 친구들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친구 몇을 제외하니 일곱 명이 모였는데요.
모임을 이끌어가는 친구는 끝까지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했지요.
듣는 친구들을 들러리로 만들면서도 따돌림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네요.^*^
들러리가 뭔지 아시죠?
살다보면 주인공이 아니면서 어떤 일에 끼이는 경우도 잦습니다.
'들러리'는 '들르다'에 사람의 뜻을 더하는 의존명사 '이'가 붙은 겁니다.
들르다의 뜻이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이므로,
들러리는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는 사람'이 되겠죠.
그런데 이 낱말은 본래 우리 문화에서 생겨난 말이 아닙니다.
서양 결혼식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서양에서는 예부터 결혼식 날 행복한 신부를 질투해 잡귀들이 나쁜 마법을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잡귀들의 그런 마법에서 신부를 보호하고자 신부와 똑같은 복장을 한여자를 세워
귀신들을 헷갈리게 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 '신부와 똑같은 복장을 한여자'가 들러리입니다.
악귀로부터 진짜 신부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게 바로 '들러리'죠.
이러한 관습은 고대 로마까지 올라가는데요.
로마에서 신부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한 구혼자가
친구들을 동원해 신부를 납치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을 막고자 신부와 비슷하게 생긴사람을 골라 비슷한 옷을 입혀 납치당하는 것을 막은 거죠.
요즘은 그 뜻이 바뀌어,
'주된 인물 주변에서 그를 돕는 인물' 정도의 뜻으로 쓰입니다.
주인공이 아니라 그 옆에서 보조만 맞춰주거나 단역 정도의 일만 해주고 사라지는 사람들을
낮잡아 '들러리'라고 하는 거죠.
지금 우리 정치의 상투를 잡아 흔드는 화두 둘 있는데요.
바로 '후쿠시마 오연수 방류'와 '양평고속도로 건설 백지화'입니다.
둘의 공통점이 공격하는 양당쪽에서 괴담 수준의 주장을 쏟아낸다고 정부 여당이 받아친다는 점입니다.
여야를 지지하는 주위에서 너나없이 나서서 들러리를 서고 있습니다.
기왕 들러리를 자청했다면 뭔가 이루어내야 보람이 있겠죠?
고맙습니다.
- 우리말123^*^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