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금강송 길
류윤
흰 눈발 무장무장 내리는 날이면
亞자 한 지 창 너머
조선의 흰 눈발 머리에 이고선
금강송이나 그려 보리라
울울창창,
쩌렁쩌렁 환청의
벌목 장정長程을 비탈 아래로 굴리는 몸부림들
불그스레 외피가아름다워서
미인송이라고도 했다는
애국가 3절에 나오는 고난의 민족사 같은,
이조 오백년 그들만의 궐闕을
헛되이 떠 받칠 동량의 열망을
아직도 꿈꾸고들 계시는지
물씬한 체취나 발산하는 피톤 치드의
칠칠한 문양들
휘휘한 산정의 승냥이 바람소리도
불을 감춘 형상의 등짝으로 막아서는,
외풍도 제 알아서 피해가는 길
다들 다투어 나라의 기둥을 자처해도
결코 훼절이 아닌 ,
핍박 받으면서도 묵묵히 견디는
풍찬 노숙의,
하늘 아래 꿋꿋한 일생을 살아낸
굽히지 않는 것들이 떠 받쳐온
눈물 겨운 이 나라 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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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
류윤
어릴 적
절해고도같은 외눈을 글썽이며
두 무릎을 오두마니 모으고
홀로 우는 과수댁을 바라본 적이 있다
그때 처음 홀로는 측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홀로는 눈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그때부터 외따로 떨어져 홀로되는 것에
지레 겁부터 먹고 자라났다
도회로 이어지는 미루나무 신작로길
점점 멀어져가는 소실점을 끝으로
정든 친구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진 기억.
지난 시절 회고해보면
눈가에 흐르는 안녕을
닦아낸 기억들이 망막 깊이 새겨져 있다
상흔을 더듬을 땐 덧나지 않도록
두눈이 미리알고
아픈 지퍼를 채워 갈무리해 주었다
오체 불만족이지만
그나마 다행히도 눈물의 성지인
은혜로운 두 눈이 붙어있어
하늘 떠받들며 살아왔다
기쁜 일, 반가운 이 만나면
웃는 두 눈이 먼저 마중나갔고
슬플 땐 두 눈이 같이 울어 주었다
근심이 깊어지면
잠망경처럼 수위에 잠기기 위해
눈부터 퀭하니 깊어지곤 했었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홀로 울지 않았던 것을,
신은 내가 홀로 울지 않도록
두 눈을 나란히 내려 주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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