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숭이들이 일본 원숭이처럼 목욕을 즐기면 깨끗할 텐데…
목욕하는 일본원숭이
‘세상에 못 먹을 게 없다는 민족’이 있다. 바로 중국인이다. 중국의 민족성을
단적으로 나타내기도 하는 이 말의 배경에 이들의 음식 문화가 있다.
궁극의 맛이라면 엽기요리쯤이야
중국에는 황제를 위한 코스 요리로 개발했다는 만한전석(만한첸시, 滿漢全席)도 좋은 예다.
18세기 강희제 때 만주족과 한족의 음식을 모아 개발한 초호화 코스요리다.
만한전석은 180여 가지의 요리가 나오는데 다 먹으려면 사흘이 걸린다고 한다.
몇 년 전에는 이 만한전석을 한끼 식단으로 제공하며 물경 5500만 원을 받는
초호화 식당이 등장해 화제에 올랐다.
그 만한전석을 일생에 딱 한 차례 있는 결혼식 때만이라도 등장시켜 황제 커플의 기분을
느껴보려는 속셈일까. 요즘 중국 청춘남녀들은 결혼을 생애 최대 잔치로 여겨 결혼식 연회를
사흘밤 사흘낮 연다고 한다. 연회가 풍성하면 할 수록 시집장가를 잘 가는 것으로 과시하는
풍조가 배인 것이다.
이렇듯 귀한 연회일 수록 듣도 보도 못한 별의별 요리가 나온다는 건 익히 알고 있을 터.
그 중 하나가 인간의 미감(味感) 외에 새디즘(sadism), 카니발리즘(cannibalism)까지
충족시켜줄 만한 엽기요리들이다. 석회, 소금, 향신료 등과 함께 오리알을 썩힌 피단(皮蛋)은
오히려 별미에 가까운 요리이고 계란을 오줌에 삶아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 동자단(童子蛋),
일부러 닭을 독사에게 물려 죽게 한 뒤 그 닭으로 만드는 요리, 임신한 쥐의 뱃 속에 있는
태중 쥐를 갈라 만드는 요리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낙태시킨 태아로 요리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카니발리즘 별미의 정점, 원숭이 골요리
인간의 가학성을 자극시켜 미감을 증대하는 요리의 정점에 원숭이 골요리가 있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던 원숭이 골 요리는 원래 중국 남부 광동성 요리다.
예로부터 중국인들이 곰 발바닥, 제비집, 모기눈알, 상어 지느러미 등과 함께 8대 진미로 꼽는 요리.
곰발바닥 요리
원숭이 골요리
3천년 전부터 먹어온 고대 음식
원숭이 골 요리에 대해서는 참으로 할 얘기가 많다. 하나의 생명이 죽어 진귀한 요리가 되는데
어찌 필설로 다할 수 있겠는가. 중국 고 문헌에는 3천년 전부터 원숭이를 먹었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들의 고 속담에 ‘산에는 원숭이 골 요리, 바다에는 바다제비 둥지 요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 예로부터 원숭이 요리는 원숭이가 많이 서식하는 광둥성과 쓰촨성이 주 소비지였다.
헤이룽장성과 산시성에서 나오는 원숭이 골은 품질이 좋기로 정평 났고 허난성의 뤄양(洛陽)에서는
말린 원숭이 골을 낙지호롱처럼 실에 꿰어 파는 전문상점이 있다고 한다.
원숭이 골
과거 황제의 진상품 목록에 들 정도로 귀한 요리이지만 마오쩌뚱 집권 이후,
원숭이 골 요리에 대한 전 세계의 혐오 가득한 시선을 의식한 중국 정부가
살아있는 원숭이 골 요리의 판매를 금지시켰다. 먹으려는 입이 있는 한 근절은 어렵다.
중국 어느 대도시를 가더라도 파는 식당이 있다고.
우선 원숭이 골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한다. 물어물어, 비밀리에 원숭이 골 요리를 파는
식당에 도착하면 식당 주인이 식객을 원숭이 우리로 이끈다.(한국 근교 오리농장, 개고기집 등과
비슷한 수준인듯) 여기저기서 잡혀 온 우리 안 원숭이들의 반응은 처절하다.
주인이 나타나면 모두 구석에 몰려 잔뜩 웅크린 원숭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몸짓은
‘나를 데려 가지 마세요’하는 거부의 손놀림이라고 한다. 이미 많은 체험을 통해
‘끌려가면 죽는다’는 것을 아는 공포에 질린 눈빛들. 곧 이어 식객이 한 원숭이를 지목하면
그때부터 나머지 원숭이의 태도는 180도 달라진다. 지목된 원숭이를 어서 나가라고
마구 등을 떠민다는 것. “똥밭에서 구르더라도 이승이 낫다”는 말을 원숭이가 일기나 하는지,
미물에 불과한 원숭이의 생존본능도 인간에 못지 않다.
원숭이 요리 소개 그림
죽음의 북소리 들으며 골수의 맛 음미
이렇게 처절하게 등 떠밀려 인간의 손에 붙잡힌 원숭이는 손님이 둘러 앉은 테이블 밑에
들어가게 된다. 원숭이가 들어가면 몸이 꽉 끼이고 원탁 위로는 원숭이의 머리 윗부분만
나오도록 제작한 통이 부착된 테이블이다. 탁자 밑으로 들어가기 전에 식당 주인은 원숭이의
양 손에는 북과 북채를 묶어 준다. 테이블 아래 통에 갖힌 원숭이는 통 밖으로 양 팔만
나와 있어 오로지 북만 두들길 수 있을 뿐 사지를 꼼짝 못하는 구조.
이제 사육제의 시간이 왔다. 탁자 위로 봉곳이 올라온 원숭이의 머리에 뜨거운 물을 쏟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한 북이 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뜨거운 물을 붓는 이유는 일종의 소독.
다음에는 면도칼로 원숭이 머리털을 민다.
이어 망치와 정을 이용해 원숭이 머리를 ‘뽀갠다’고 한다. 이때 손님이 직접 도구로 머리를
깨보도록 하는 데도 있다고 한다. 원숭이 머리를 정이나 송곳으로 갈라보면 꼭 얼음을
깰 때처럼 톡 치기만 해도 그대로 갈라지듯, 원숭이 두개골도 정수리 부분이
마치 뚜껑이 떨어지듯 간단히 절단된다고 한다.
그때부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원숭이 골을 티스푼으로 떠먹는다. 갖은 양념과
뜨거운 콩기름을 뿌려가며. 시식 후기에 따르면 원숭이 골은 두부보다 연하고
해산물 같은 맛이 난다고 한다. 잔인한 식도락을 즐기는 동안 식탁 아래에서는
원숭이의 ‘북소리 진혼곡’이 처절하게 이어진다.
이윽고 북소리가 멎으면 연회는 끝난다. 원숭이가 죽었다는 신호다.
죽은 원숭이의 골은 선도가 떨어진다 하여 그만 먹는 것이라고 한다.
루쉰 “천하의 진미” 극찬
먹다 남은 원숭이 골은 또다른 ‘별미’로 탄생한다. ‘골탕’ 요리가 그 하나요,
포를 떠서 햇볕에 장시간 말려 발효식품으로 먹는 ‘원숭이골 육포’가 그것.
원숭이 골탕 요리는 근래 광동지역에서 각광받는 요리라고 한다. 원숭이의 목을 따서
몸의 피를 제거한 다음 털을 뽑고 원숭이의 남은 골을 전부 꺼낸다.
(살아있는 원숭이를 잡기도 한다) 이 골에 닭고기, 돼지고기를 추가하고 갖은 양념을 넣어
푹 고아낸다. 한 차례 고아낸 재료와 육수는 다시 처음 목을 딴 원숭이 머리통에 붓는다.
여기에 두개골 뚜껑을 덮어 다시 약한 불에 중탕한다. 이렇게 만들어 상에 올리는 것이
리얼 원숭이 머리통 골탕이다. 잘 만든 골탕은 황금빛이 돌며 맛이 달고 부드러우며
그 풍미가 세상 어느 요리에 비할 바가 없는 보양식이라는 것.
말린 원숭이골 육포 차례다. 이야 말로 중국 황실요리사를 장식한 본격정통 중화요리.
명청조 때에는 황제에게 진상하는 요리였다고 한다.
원숭이골 육포의 맛은 부드럽고 쫄깃한 육질에 씹을 수록 해산물같은 풍미가 있으며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다고 한다. 요즘에는원숭이골 육포의 맛과 흡사한 유사 육포가 출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값이 비싼원숭이골 육포보다 서민이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이 육포의 이름은 후토우.
원숭이 골 요리에 관한 일화는 끝이 없겠으나 노벨상을 수상한 중국 근대 소설가
루쉰(魯迅)의 원숭이 골 사랑을 끝으로 소개한다. 루쉰의 일기 1936년 8월 25일
기록을 보면‘오후에 쩡화가 원숭이 골 4개, 양고기 소시지 1상자, 대추 2되를
보내 왔다’고 적혀 있고 9월 21일 ‘쩡화’에게 보낸 답장에 이렇게
씌어 있다고 한다.‘원숭이 골 1개를 먹었다. 천하의 진미였다. 그 맛은 이제껏
내가 맛있다고 알고 있었던 그 모든 맛을 넘어선 맛이었다’.
‘먹는 것이 곧 하늘이다’(食爲天)-. 이 말에 중국의 모든 것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