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진보논객 가운데 한 사람인 진중권 교수는 얼마전 이런 말을 했다. "'안철수 신드롬'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그리고
그에 대한 지지는 거의 호남에서 나오고 있을 뿐이다." 진중권이 안철수를 향한 비판의 주된 내용은 결국 야권의 분열이 시너지가 되지 못하고,
야권 전체를 갉아 먹을 것이란 데서 출발한다.
진중권 교수는 "두 당의 분열로 지금 야권 지지자들은 이미 이 괴상한 심리의 덫에
빠졌다. 누가 이기든, 이 싸움의 승자는 절대로 대선의 승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왜? 그때쯤 그는 이미 (야권 내에) 열렬한 지지층과 더불어
그에 맞먹는 규모의 격렬한 비토층을 거느리고 있을 테니까"라며 "대체 이 게임을 왜 시작했을까? 자기가 벌일 게임의 성격을 오해한 것일까?
아니면 그 자신이 (지난 대선과 당 대표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지금 두 당의 지지자들이 빠진 그 괴상한 심리의 덫에 미리 빠져 있었기
때문일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진 교수의 말대로, 그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몰라도 아주 쉬운 것을 너무 모른다.
안철수 신드롬, 안철수 현상이 세상에 나온 것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서였다. 이에 앞서 바로 전년도 추석을 전후해 오세훈
당시 서울 시장의 전격 사퇴와 뒤이은 ‘안철수 신드롬’이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었다.
◆ 정말 안철수 신드롬은
사라졌는가
당시 안철수 후보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한 몸에 받았음에도 보궐 서울시장후보직을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더니 이후 야당 대선 후보직에서도 문재인 후보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지금 그가 대선후보 지지도가 추락하고 젊은층의 지지가
이탈한 것으로 분석되는 주된 이유도 바로 그러한 기대치가 실망으로 돌아선 때문으로 봐야 한다.
이후 제1야당 후보로서 국회에
입성한 뒤 당 공동대표를 거치면서도 안 대표는 자신의 정치소신만은 버리지 않았다. 한국정치문화를 180도 바꾸어놓고 싶은 꿈과도 같은 것이었다.
기성의 거대 야당에 머물러 있고서는 한치앞도 나아갈 수 없음을 그는 너무도 잘 안다. 그 속에서는 '패권(헤게모니)'이 판치는 정치요, 더
구체적으로는 친노 세력의 그것이 횡행하는 정치뿐이란 애기다. 패권정치는 쉽게 말하면, 힘가진자가 윽박지르고, 빼앗는 정치다. 그게 그로하여금
더민주당을 탈당케 했고, 지금의 국민의당 창당배경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지난 11일 대전 방문길에서, 또 12일
전주와 경기도 방문길에서도 "이번 총선은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자, 낡은 것과 새로운 것 간의 싸움이다. 그리고 반대만 하는 양당 구조와 문제를
푸는 3당 구도정립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자당 김영환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새누리당의 공천살생부 파문 등을 거론, "대한민국 정치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정말 한심하다. 정말 퇴행적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런 것들을 모두 없애려면 결국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 승리로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정치에 희망은 있는가
안 대표는 "양당 구도에서는 반대만 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을 반대만 하면 편하게
2등은 하기 때문이다. 못해도 1등, 더 못해도 2등"이라며 "그러니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풀지 고민하지 않고 반대만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반대하는 양당 구도의 정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3당이 자리 잡으면 어떤 모습이 되겠느냐. 반대만 못한다. 한
당은 반대하더라도 다른 당이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자'고 방법을 내놓으면 반대하던 당이 완전히 바보가 된다"면서 "그러면 3당 모두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한다는 방법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게 대한민국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안
대표가 천정배 공동대표 및 김한길 전 상임 공동선대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를 놓고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언급을 내놓은 것은 '연대
불가'라는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읽혀진다.
그는 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께서 이미 약속된
정의당과의 연대도 파기했다"며 야권연대가 어려워진 책임을 재차 김 대표에게 돌렸다. 김 대표가 '다시 연대를 제안하면 논의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정법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본래 3자정립의 '정립(鼎立)'은 노구솥 이미지에서
가져왔다. 놋쇠나 구리쇠로 만든 솥이 노구솥인데, 작고 가벼워서 사냥꾼, 장사꾼, 여행객들이 가지고 다니다가 적당한 데에 걸어놓고 밥을 짓거나
음식을 끓인다. 세발을 가져 잘 세워지기 때문에 안정적이란 얘기인데, 이것이 '정립'이다.
◆ 3자 정립론의 이론적 배경은
안철수 3자정립구조론은 너무도 간단한 이치다. 안 대표가 이공학에 능한 것을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3각형' 이론이 그것이다.
3각형 이론의 밑바탕은 "3각형의 두 변의 합은 나머지 한 변보다 크다"는 정의에서 출발한다. 즉, 옳바른 결정을 하는 둘이 하나가 되면 나머지
하나는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이치다. 또는 정반대로 하나가 반대를 내놓더라도 정말 옳은 일이라면 둘이 합의하면 처리할 수 있는 식이다. 문제는
셋 모두가 다른 이론을 내놓고 처리되기를 바랄 때일텐데, 이때는 3자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한다. 서로가 맞대면 한치앞도 못나간다.
3자 구도가 좋은 점은, 비로소 협상을 중시하고, 협상을 배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혼자 독단으로 가서는 아무것도 얻을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우리의 정치는, 더 구체적으로, 대선과 총선 게임은 과거 JP가 이끈 자민련의 등장때 잠시
3자정립 모양새를 갖췄을 뿐 대부분 양당 구도하에 '51대49' 게임이었다. '51대 49'게임은 필연적으로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속성의 권력 블랙홀로 빨려들도록 할게 뻔하다. 극한의 싸움만 있을 뿐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3자정립 모양새가 채 정착하기도 전에 허물어졌고, 예의 그 극한싸움만 이어올 뿐이다. 협상은 하되, 야합은
안된다.
지금 더민주당의 김종인 대표가 틈만 나면 들이대는 '야권연대'는 정치적 협상이 아닌 야합에 불과하다. 3자 정립일지,
아니면 새누리당의 개헌선 확보일지는 국민이 판단한다. 이래도 국민의 뜻이고, 저래도 국민의 뜻일 뿐이다. 김종인 대표의 야권연대야말로 법적으로는
선거에서 불리한 지역구들을 놓고 흥정하는 일종의 야합이요, 더 정확한 법률용어로는 돈만 안줄뿐이지 뺏지를 맞바꾸는 식이니 공직선거법상의
'매수'행위나 다름없다. 개인이면 매수 행위로 처벌받아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135조 제3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 기타
이익의 제공 또는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의 약속·지시·권유·알선·요구 또는 수령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 동법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제1항에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및 제2항?3항에 위반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양당제가 아니면 '이단'인가
어찌보면 안철수는
한국의 거대 패권 정당들에 맞서 '외롭지만 선한 싸움'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철수 신드롬 등장 이후 대략 5년의 세월동안, 안철수는 때론
추앙을 받으면서도 또 때론 많이도 비판받았다. 당 안팎에서 두들겨 맞고 할큄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당내에서도 '야권연대' 않는다고 당무를
거부한다고 겁박하기도 하고,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내놓기도 했다. 자기 자신이 당선가능성이 낮아지자 '앗 뜨거워' 하며, 연대라도 하면 '살아돌아갈
것같아서' 하는 얘기란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도 말이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서번트 리더십'으로 선평해주지는 못할망정
두차례 후보 양보를 두고 '철수만 하는 철수정치'라며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시간을 그냥 보낸 것은 아니었다. 그
동안 뚝심도 늘었다. 쉽게 말해 맷집이 생긴거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정치의 수를 다 알게 되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1천여대의 컴퓨터 클라우드시스템아래 운용되는 알파고가 이세돌의 바둑 수를 두면 둘 수록 학습하게 되는 식이다.
그래서 안철수는
저항한다. 야권분열의 원흉으로 몰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패권정치를 종식시켜나가겠다고 외친다. "거대 양당은 위기의 문제를 풀기보다 상대방에
반대만하게 돼 있고, 반대만 하면 편안하게 반사이익을 얻는 체제"라며 "문제를 푸는 방법을 고민않고 쉬운 정치, 게으른 정치만을 하고 있다"고
현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3당 정립의 정치구도는 그가 그리는 꿈의 정치이기 때문이다. 기성의 양당 패권정치에 익숙하고, 그런
정치의 맛을 본 기득권 정치에 의한 저항은 말할 수 없이 거세다.
양당제대신에 3당제를 주장하면 '이단'으로 모는 현실은
성경에서, 예레미야 선지자가 예언한것처럼, 마치 2천년전 그리스도 예수가 고향에서 배척받는다고 한 내용을 이룬것과 흡사하다. 이런면 하나만
보더라도 안철수는 그냥 일개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한국 정치에 선지자요, 새로운 희망의 정치 기치를 내건 시대의 이단아라고 봐야 한다. 남들은 다
아니라고 해도 '진리'를 주장하는 자가 바로 시대의 진정한 이단아다. 예수가 그랬고, 코페르니쿠스가 그랬다. 국민의 마음을 알아주고, 국민만을
보고 간다면, 안철수는 분명히 그냥 광야에서 외치는 자를 넘어 다시금 한국의 낡은 정치를 깨뜨려주는 선지자로 기억될 것이다. 정치에서 진리를
얘기하긴 곤란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한국정치에 희망의 꽃을 피워가는 안철수, 그가 단순히 '새정치'만을 외치는 것보다 더 커보이는
이유다.
원문 : http://blog.daum.net/jackworth/35
첫댓글 좋은글입니다. 새정치라는 말은 좀 국민에게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3당정치. 다당정치의 중요성을 잘 어필하면 좋겠습니다.
익숙해진 양당구도로 찬,반.만이 답이라고..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이참에 이내용에 대해 반복해서 새겨 듣고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감히 말한다..
네 ㅎㅎ 좋은글 제블로그 가져갑니다 ^^*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이런 글이 널리 읽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