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새벽 2시까지 거실에서 불침번을 섰다.
태풍이 수도권을 심야에 통과한다 했기 때문이다.
창문을 다 닫고 에어컨을 켜고 자면 좋겠지만
태풍 불 때 에어컨 실외기가 돌다가 모터가 상하거나 심하면 화재 위험도 있다 하니 무서워서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거실 창을 활짝 열고 여차하면 닫을 태세를 갖춘 후
가족들이 다 잠든 뒤 혼자서,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거실에서 버틴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나는 용감도 못한 찌질이다. ^^
그러나, 밤 10시 경부터 긴장하며 기다린 보람이 1도 없게
창밖에 부는 바람은 태풍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영 힘도 못쓰고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자취를 감추더라..
그리고 오늘, 깔끔하지 못하게 뒤끝을 남긴 큰 바람의 흔적으로 추적 추적 비가 내리고
더워서 못 살겠다던 지난 보름 여의 폭염은 거짓말처럼 수그러들었다.
이제 날이 개이면 해 떠있는 동안의 땡볕이 바로 작열하겠지만
끔찍한 열대야는 짐작컨대 이제 없을 것이고,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만 불면 그 까짓 노염(老炎) 쯤이야 견디고도 남는다.
이렇게 여름이 갈 것이고..
선물 처럼 가을이 올 것이고..
그 뒤로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 가속도가 붙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또 한 해가 저물 것이다..
차곡 차곡 해마다 먹은 나이로 헛배가 불러 거북하지만
오늘이 가장 젊은 날~~ 이라는 진부한 표현은 진리이니
지금 누리는 만큼의 알량한 건강 만은 꼭 붙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허리도 다리도 무릎도 손목도 오장육부도
아직은 쓸 만한데 앞으로야 아프고 수선할 일만 남았겠지.
여름을 견디며 가을을 기다린다.
사계절의 순환 속에 변하는 자연을 보며 나이듦의 숙명 앞에 온순하려 마음 먹는다.
태풍이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생각보다 순하게 지나가 다행입니다.
비 피해 당하신 회원님들 계신다면 빠른 복구를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첫댓글 그러셨군요 걱정이 되어 불침번까지선
보람도 없이 태풍의 태자도 구경 못하셨네요
요란한 소문에 모두들 초 긴장이 였었지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나이라는 말에
공감이 갑니다 그래요 세월을 쉬지않고 흐르
는데 태풍보다 더 빠른 것이 시간인 듯 싶어요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나마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요
글 잘 보고 갑니다
글도 그림도 훌륭하신 다재다능 차마두님 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
생로병사의 4단계 중 2단계를 밟고 있으니 곧 3단계 4단계가 닥쳐오겠지요.
그저 눈 감는 순간에 후회가 최소화 될 수 있길 바라며 감사하면서 삽니다.
이거저거 만들고 출석부도 올리니
저도 새벽 두시 훨씬 지나 자고
.지금 노곤노곤~
잠시 조용한곳서 이상십분 명상(?)했답니다 ㅎ
체력이 예전같지 않네요
태풍이 잘 지나가서 다행이었지요
체력이 어쩜 그렇게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지 모르겠어요.
아직 몸 성할 때 아껴 쓰며 오래 쓰도록 해야겠지요.
제 첫 글에 댓글 써주심 감사합니다. ^^
가족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뜬눈으로 불침번을 섰건만,
카눈이라는 넘이 염치도 없이 제 역할을 못하고
꼬리를 내렸군여~ㅎ
좀 더 쎈놈이 올지도 모른다고 하니
준비 단디해가꼬
명예회복 꼭 하시길요~ㅋ
ㅎㅎ 명예 회복 못해도 좋으니 태풍은 이번으로 끝나기를 바라지요.
사상 첫 국토 관통 태풍이라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댓가를 치르기 시작한 것 같아 두렵습니다.
모렌도님 제 첫 글 반겨주심 감사합니다! ^^
돌아가시는 날까지 정비를 한번도 안 하는 기계도 있지요.
사시는 날 내내 건강하셔서 병원과 담쌓고 지내는 인생이 되시길 빌어드릴게요.
그런 강철 기계라니!
그런 분들도 간혹 있지요.
저는 강골도 약골도 아니니 그저 조심 조심 남은 날들 기계에 기름치며 잘 써보겠습니다. ^^
꿀이장님 이야기 잘 보고 있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요란한잔치에 먹을게 없다 하지요
이번태풍 또한 이나라를 살렸으니
이 나라를 살렸다기엔 아랫 지방 피해가 만만치 않으나
모진 폭염을 주춤케 했고 수도권 피해가 적었으니 고맙기도 하네요.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은 빙고! 이고요.
지존님 제 첫 글에 댓글 감사합니다. ^^
잼버리 껄적지근한 뉴스를 막으려고
그 난리를 쳤나 싶을정도로
저희도 바람소리 한번 없이 지나간듯. 하네요
잼버리 대원들은 내일 K-POP 콘서트도 열어준다 하고
전국으로 흩어져 온 국민의 환대 속에 새만금에서의 불만이 많이 사그러든 듯하여 그나마 다행이네요.
큰 피해 없이 스쳐간 태풍도, 제 첫글에 댓글 달아주신 이젤님도 감사입니다. ^^
무엇보다 큰피해없이 지나간 것에 감사한 마음 입니다
저도 겁을 많이 주길래 베란다 창문마다 테이프 붙이고
잔뜩 긴장 했었습니다 ^^
집 밖에선 각종 위험이 도처에서 일어날 수 있으니 발이 묶이고
집 안에서도 혹여 강풍에 유리창 깨질까봐 조마조마 했네요.
무사히 재난 상황 피해갔음이 감사입니다.
닉네임이 정겨우신 고들빼기님 댓글에 감사드려요! ^^
ㅎ 가족사랑 나라사랑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운선님! 제가 운선님의 주옥 같은 글이 올라올 때면 낱말 하나 하나 눈에 담으며 정독하고 또 하고,
그러면서 감동을 받고 또 받고, 그럽니다! ^^
불굴의 의지로 초,중,고 검정고시를 1년에 끝내시고(가히 천재!)
꽃다운 여대생 되시어 만학의 열정을 불태우시니, 갈수록 더욱 존경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 건필하시어요! ^^
@달항아리 감사~^^♡♡♡
사람심리가 이상하지요.
태풍이 심하지 않게
지나가기를 바라면서도 일기예보만큼 요란하지 않으니 다소 실망스런 마음.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요.
태풍이 가을을 앞당겨주고 떠났네요.
그러게요, 지난 사흘 정도를 에어컨 끄고 살았더니 넘 좋더군요.
오늘은 다시 켰지만, 베리님 말씀 대로 가을이 한층 더 앞당겨짐을 느낍니다.
베리님과 꿀이장님 휘하의 꿀벌들이 남은 여름과 가을에 열일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