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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의 여유(휴게실) 스크랩 [사진] 버려졌던 노견의 죽음...
쵸파엄마 추천 0 조회 115 07.02.07 21:19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행운이 이야기

 

작년 6월쯤, 아현의 한 동물병원에 금시계를 찬 한 중년 남자가 종이상자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남자는 개가 너무 시끄럽다면서 안락사를 시켜달라 이야기 하고 막무가내로 안락사 비용을 내고는 상자를 남겨 놓고 병원을 떠났습니다.

 

테이프로 칭칭 동여맨 상자 안에는 "살아 있는" 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죽기 전에 몸단장이라도 하고 가라며, 동물 병원의 미용실장은 눈물을 쏟으며 개를 미용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털이 얼기설기 엉켜있는 털을 잘라내자, 덮수룩한 털 밑에서 자기 몸뚱이만한 혹이 드러났습니다.

 

<처음 버려졌을 때의 행운이>

 

네, 그 개가 시끄러웠다는 남자의 말은 사실이었을것입니다. 개 몸안의 장기는 모두 저 혹 안에 쏟아져서 그 고통은 아마 상상을 초월했을 테니까요. 그 고통으로 인해 개는 심하게 끙끙거렸을 것이고, 고통스런 개의 신음소리가 그 중년남자에는 몹시 시끄러웠을 테죠.

 

열살이 넘은 노견, 게다가 썩어서 터지기 직전의 종양... 그러나 개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병원 분들 덕분에 개는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는 행운만 가득하라는 마음을 담은 "행운"이라는 이름도 얻게 되었습니다.

 

행운이는 힘든 수술을 무사히 견뎌내 주었고, 마침내 완전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건강을 회복한 행운이>

 

그 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나는 건강을 되찾은 행운이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려고 백방으로 노력해 보았지만, 이미 나이가 열살이 넘은 노령견을 입양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찾기란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행운이 이후에 내가 길에서 주웠던 더 나이가 어린 다른 유기견들이 임시보호처를 찾아서 따뜻한 보호를 받다가, 새로운 가족을 찾아 입양을 가도 행운이에게는 그런 행운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무심히 시간은 가고, 해가 바뀌고... 행운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행운이는 죽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늙고 병든 자신을 버린 전 주인을 원망했을까요...

아니면 그런 주인도 주인이라고 보고싶어 했을까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유기견들

 

어쩌다 보니 길거리에서 유기견들을 주워와서 키우고, 필사적으로 새로운 가족을 찾아서 입양을 보내는 일이 잦아지면서 그래도, 최소한 조금이라도 편하고 싶은 마음에 정말 마주치고 싶지 않은 유기견들이 있습니다.

 

늙고 병든 개들...

 

이런 개들은 주워와서 병을 치료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가정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니까요. 더 이상 집에서 키우는 개의 숫자를 늘리기가 힘든 내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은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요.

 

<하루 종일 문만 쳐다보면서 전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오돌이>

 

사진 속의 개는 "오돌이"입니다. 8년을 함께 산 가족에게 버림받았습니다. 물론 버려진 대부분의 나이많은 개들이 그렇듯이 병도 있습니다. 전주인이 치료를 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해 둔 덕분에 오돌이는 뒷다리를 자유롭게 쓰지 못합니다.

 

행운이를 수술해 주신 동물 병원 원장님께서 오돌이를 무료로 수술해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수술비를 드린다고 해도 거절하시더군요.

 

오돌이는 다음주에 건강상태가 더 좋아지면 수술을 받을 것입니다. 물론 나이가 많아서 수술을 잘 견뎌내 줄 것인지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오돌이는 수술 이후에 임시보호를 해주겠다고 하신 착한 분이 계시니, 행운이보다는 처지가 낫다고 할 수 있겠지요...

 

행운이에게도 작고 귀여운 강아지였던 시절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작고 귀여운 강아지 시절, 전 주인에게 사랑을 받던 시절이 행운이에게도 분명히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크기는 더 커지고, 어린 강아지의 귀염성은 사라지고 게다가 병까지 나자 전 주인은 13년을 함께 살아온 개를 미련없이 버린거죠.

 

13년입니다. 1-2년도 아닌, 무려 13년의 세월을 같은 집에서 산 개를 버린 그 "가족"은 무슨 생각을 하고 개를 버리는 것일까요.

 

나는 그런 행운이와 오돌이의 전주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기왕 버릴거면, 한 살이라도 어리고 건강할때 버려주지 그러셨어요. 

세상엔 당신처럼 차가운 인간 뿐 아니라,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도 있다는 것을 알고 세상을 떠날수 있게요... 

세상에는 버리는 인간 뿐 아니라, 거두는 인간도 있다는 것을 알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라도 남아 있게, 차라리 더 일찍 버려주지 그러셨어요."

 

이제는 제대로 된 정부 제도가 너무나 간절해 집니다. 더 이상 행운이처럼 죽어가는 개를 만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1. 반려동물 등록제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 http://blogbbs1.media.daum.net/griffin/do/blognews/life/read?bbsId=B0005&articleId=24465

 

그럼에도 오늘 다시 한 번 이야기 하는 것은 반려동물 등록제가 유명무실해질 것이 너무나 뻔히 눈에 보이는데도 여전히 거기에 대한 개정지침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등록제는 필요한 제도 입니다. 하지만 그냥 "등록비를 내고 등록을 해라"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세금을 더 걷어가기 위한 제도만으로 전락되기 쉬울 것입니다.

 

전자칩을 부착하여, 반려동물이 버려졌을 때에 동물을 버린 주인을 추적하여 다시는 동물을 입양할 수 없게 만들고, 거기에 더해서 동물학대 경력이 있는 사람 역시 동물을 입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등록율을 높이기 위해서 반려동물 등록을 한 주인에게 "동물의료보험"이나 "애견운동장 시설 이용권"을 주는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제도는 그 취지도 중요하지만,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한 제대로 된 시스템의 확립도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법안의 등록제에는 "취지"만 있고, 정부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시스템"은 없습니다.

 

2. 제대로 된 브리더 시스템의 정착

 

개가 돈이 되자, "개공장"이라는 곳이 생겼습니다. 흔히들 개농장이라고 불리우는 곳으로서 마구잡이식으로 개를 임신시켜 새끼를 빼는 곳입니다. 대부분의 모견들은 첫 생리 이후 평생을 임신상태로 살아갑니다.

 

물론 몸이 건강할 리가 없지요.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아픈 개들이 낳은 몸이 약한 새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엄마 젖도 제대로 떼지 못한 상태로 팔려나갑니다. 돈에 눈이 먼 "개공장" 사람들이 새끼들에게 백신주사를 맞추어 줄리 만무한지라, 그런 새끼들은 치사율이 몹시 높습니다.

 

어제 MBC "불만제로"에서 방송했던 충무로 개들은 대부분 이런 "개공장"에서 나온 개들입니다. 거기서 팔리는 개들이 병들어서 일찍 폐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그뿐 아니라, 새끼를 빼다, 빼다 자궁까지 헐어서 더 이상 새끼를 생산하지 못하게 된 모견들의 운명은 뻔합니다. 공장에서 죽임을 당하든지, 아니면 길거리나 유기견센터에 버려지기 마련이지요.

 

그렇게 해서 또 다른 "늙고 병든 버려진 개"가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번 개정안에는 "동물판매업자"의 등록제가 들어 있습니다. 이 등록제가 제대로 시행이 되고, 정부가 제대로 관리, 감독하여, "개공장"이 사라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행운이의 명복을 기원하며...

 

행운이는 죽었습니다. 그냥 개 한마리가 죽은거라고, 그걸 가지고 이렇게 장문의 글을 구구절절히 쓸 필요가 무어 있느냐고 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행운이나 오돌이 같은 개들은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병들어서 길거리에 버려지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약한 존재입니다. 고통을 당했어도, 자기에게 고통을 준 사람에게 뭐라 원망의 말 한마디 하지도 못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그런 약자의 편을 들어 줄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이젠 한국사회에도 필요한 때입니다.

 

그것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가엾은 생명을 보고 측은지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입니다. 약자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회는 병든 사회입니다.

 

나는 대한민국이 관대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또 다른 행운이와 마주치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행운이의 명복을 빕니다.

 

 

 

 

 

 

★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면!

★ 반려동물이 생을 마치는 마지막 순간까지

★ 책임을 질 줄 아는 인간다운 인간이 됩시다

 

  

반려견 운동장 (애견운동장) 개설 청원에 서명해주세요★  

=> http://agoraplaza.media.daum.net/petition/petition.do?action=view&no=21105&kind=petition&cateNo=242&boardNo=21105

 

 

* 오돌이와 오월이 (http://blog.daum.net/crazycatj/10389300)의 입양을 원하시는 분은

   교감게시판에 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연락 드리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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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7.02.10 20:52

    첫댓글 이런 사람들이 어디가서 지들도 애견인이라고 떠들어 대겠지요. 무슨종이 어쩌고 저쩌고 ..... 이사람들에게 개란 존재는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존재일뿐 그이상의 것을 기대하기란 어려울듯 싶고 한편으로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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