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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땅 여행
 
 
 
카페 게시글
자 유 게시판 스크랩 봉화 띠띠미 마을
아녜스 김채경 추천 0 조회 117 10.04.13 20:59 댓글 11
게시글 본문내용

 

 작년엔 의성까지 산수유꽃을 보러 갔었다.

근데 집에서 멀지않은 봉화에도 산수유 마을이 있단 걸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

'봉화군 두동리'라는데 마을 사람들은 '띠띠미 마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남편에게 어디쯤인지 지도를 보여주며 한 번 가보자고 했다.

근데 4월 들어 내내 아픈바람에 갈 수가 없었다.

어제 저녁 해그름에 한 번 가보자고 하기에 선뜻 내키진 않았지만 계속 누워만 있으면 더 가라앉는 것 같아서

카메라만 챙겨들고 나섰다.

벌써 오후 5시 30분이 지나가고 산골은 해가 빨리 지는데 가봐야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으랴 싶었다.

 

 

꽃이 모두 져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날씨가 워낙 들쭉날쭉 하여 아직도 산수유가 만개하여 늦게 찾아온 우리를 반겨주었다.

올해는 봄이라고 처음 꽃구경을 온 것이다.

해는 뉘엿뉘엿 서산을 넘어가고 경운기가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마을을 어슬렁 거리며 바라보니 아픔도 잠시 잊고 여유를 만끽하였다.

 

 춘양이 근처에 있어서인지 소나무가 위풍당당하게 여기저기 산수유와 같이 멋을 더해주고 있었다.

 

 마치 이 마을에 우리집이 있는듯 느긋하게 걸어다니노라니 어느 집에선가 나에게 담넘어 말을 걸어올 듯만 하였다.

 

 

 

 

한 폭의 유화를 보는듯 한 집.

빨간 지붕에 마당은 잔디를 깔아놓았고 마당 어귀엔 갖가지 예쁜 조각돌들로 장식을 해놓았다.

화려한 집은 아니지만 이 집 주인의  미적 감각을 미루어 짐작하게 하였다. 

근데 막 거름을 뿌려놓았는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냄새....

아버님께선 봄이면 늘 마당에 겨우내 삭혀 두었던 거름을 마당에 뿌려놓아 향기가 나야할 우리 신혼방이 구린내로 진동했었는데...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며 지나간 것은 어떻게든 미화되어 추억으로 남게되나 보다.

 

 이 곳은 아직 봄이 채 오지 않았나 보다.

이제 막 목련의 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마을 어귀를 어슬렁 거리며 다니노라니 강아지 한 마리가 짖지도 않고 자꾸 나를 바라본다.

아줌마 어디서 왔어요?

아마도 그렇게 물어보는듯.

순둥인가 보다.

 

해가 벌써 꼴까닥 산너머로 가는 바람에 우린 잠시의 여유만 부리고 돌아왔다.

근처 식당에서 영양돌솥밥을 사먹었다.

후식으로 송이차를 한 잔씩 주는데 숲의 향기가 입 속에 맴돌았다.

그래도 잠시나마 꽃바람을 맡게 해 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슬그머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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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4.14 13:43

    첫댓글 띠띠미란 마을이름이 재미있군요. 원래 등잔밑이 어두운 법 아닙니까?
    영주의 꽃소식을 전해주어 감사합니다.
    마지막에 바둑이가 아녜스님을 환송(?) 하는 것 같군요 ㅎㅎ

  • 작성자 10.04.14 19:50

    네 바둑이가 자꾸만 뒤돌아보았요. 개를 무서워 하는데 이 녀석은 저를 어디서 본듯만듯한 눈빛으로 저를 유심히 살피더군요.

  • 10.04.14 17:16

    아녜스님 그동안 많이 아팠던 모양인데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이제 꽃바람도 맞았으니 건강해지실거에요. 저도 이틀간 몸이 안좋아서 약먹고 지냈답니다.

  • 작성자 10.04.14 19:52

    그동안 혜인이 아빠가 제 눈치를 보고 살았지요. 조금만 잘못하다간 나중의 후환이 두려워서요. 청소기도 열심히 밀고 설거지도 하고 죽도 사나르고... 4월 들어 내내 산부인과,내과,외과 돌아다니며 온갖 검사 하느라 돈만 왕창 쓰고 병명도 못 알아내고 그러다 괜찮아졌어요.

  • 10.04.15 13:08

    ㅎㅎ 하늘을 보고 막 웃어야 낫는 병 아닌가요?
    암튼 너무 고생이 많으십니다.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각하를 모시고 사는 찰라는
    늘 하늘보고 하하하하 웃고삽니다. 걍~~ㅎㅎ

  • 10.04.14 17:56

    다들 봄을 타신가 봅니다.
    꽃내음이 약이랍니다.
    좋은 곳 많이 가보시면 금방 좋아지실거애요.

  • 작성자 10.04.14 19:55

    그럴려고 해요. 올 해는 둘째까지 대학을 가버린 바람에 둘이 남아 노인이 된 느낌이랍니다. 그래서 열심히 둘이서 잘 놀려고 해요. 근데 봄부터 제가 병원을 다닌다고 다 망쳐버려 미안하지요.

  • 10.04.14 20:16

    소박하고 정이 가는 시골마을이군요...저는 요즘 자꾸 어릴적 자랐던 시골이 생각이 납니다. 퇴직하시고 농사짓는것을 선택하셨던 아버지따라 10살부터 고등학교1학년때까지 살았지만 그때의 추억들이 인생의 행복에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것 같습니다..어쩌면 말씀이 없으셨던 아버지의 사랑을 알 수 있었던 어린시절이여서 그러한것도 같습니다...세째오빠가 저세상으로 가고 가난이 싫다고 아버지와 중학교1학년의 저와 초등학교에 다니던 여동생, 남동생을 남겨두고 서울로 돈을 벌으시러 가신 엄마를 뒤로 한채 아버지와 함께 시골생활을 하였습니다..어린저는 엄마대신 밥을 지어먹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 10.04.14 20:47

    감기몸살로 1주일을 학교에 가지못하고 누워있던 저를 바라보시며 넉넉하지못한 시골생활에 병원도 데리고 가지못하고 안스러움에 가슴아파하시던 아버지를 뵈며 아버지께 저를 사랑하고 계시다는것을 알게 되였습니다...그렇게 어린시절의 저의 기억속에 아버지는 사랑으로 제가슴속에 자리잡은것 같습니다...아녜스님 아프지마세요.따뜻하시고 소녀의 감성을 지니고 계신 아녜스님의 닮아 아이들도 맑고 예쁠것 같습니다..언제가는 아녜스님의 아이들도 만날 수 있겠죠..그때 예쁘게 보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여겠습니다..효원아줌마 예쁘게 봐달라고 아녜스님께서 잘 말씀하여 주세요...~~!

  • 작성자 10.04.15 11:22

    어릴땐 시골이 고향인 친구들이 무척 부러웠어요. 방학이면 시골 할머니댁에 다녀온다는 말이 얼마나 부러웠던지요. 좋은 추억을 가지셔서 부럽네요.

  • 10.04.16 21:03

    저에게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어릴적 기억들이 행복하면서도 아픈추억들인것 같습니다..많은 시간들이 지나서 기억하고 있는 지금은 행복한 시간들로 자리잡고 있지만 요즘 그러한 기억들이 자꾸 저를 울리고 있습니다..한번 울음이 터지니 시시때때로 눈물이 나오네요...지금까지 살아온 저의 삶에 대하여 서러워움을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저도 이리한데 저보다 한살 적은 여동생과 남동생 또한 시골집에서 엄마의 보살핌없이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들이여서 동생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려옵니다..특히 남동생에 대한 마음은 더욱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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