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 선발팀을 상대로 한 청춘FC의 마지막 경기가 2:0 패배로 막을 내렸다. 축구팬들을 포함해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청춘FC였지만, 마지막엔 K리그 챌린지와의 경기를 둘러싸고 잡음이 생기면서 K리그 팬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양 팀 모두 마음이 불편했을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무리하게 경기를 잡은 연맹과 방송국이 문제지,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우리는 최선을 다한 양팀 선수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면 될 일이다.
경기는 청춘FC 입장에서 꽤 처참했다. 2:0의 결과는 물론 경기 내용도 완벽한 패배였다. 서울이랜드FC, 성남FC, FC서울 등 프로팀과의 경기에서 선전을 했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각 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출전해서, 신체적으로도 잘 준비되었고 경기 감각도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청춘FC 입장에서 선발팀의 조직력이 약하다는 약점을 파고 들기엔 기본적인 기량 차이가 컸다. 우측면을 지배한 신광훈과 후반전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한 후 공수 양면에서 중원을 장악해버린 신형민은 흔히 말하는 '클래스'가 달랐다. 그 외의 챌린지 선수들도 청춘FC보다 뛰어난 개인 능력을 보여주었다. 청춘FC는 목표와 자신 사이의 현실적 격차를 느꼈을 것이다.
청춘FC의 경기 후엔 선전에 응원이 쏟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었는데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보이는 팬들의 반응은 프로그램의 초반과 사뭇 달라졌다. 어떤 선수가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을지, 된다면 몇 명이나 될 수 있을지 결과에 많은 이목이 쏠려있다. 역시 예능의 편집 덕에 잘해보였던 것뿐이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K리그 챌린지 선발팀과의 마지막 경기는 청춘FC 선수들이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야할 길은 매우 멀다는 것을 알려준 경기였다. 청춘FC에게 마지막이 온 지금은 결과를 논해야 할 때가 맞다.
그렇지만 '헝그리일레븐 청춘FC'라는 예능은 무엇 때문에 우리에게 특별했던 것일까? 청춘FC는 절대로 '성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도전'과 ‘노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많은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물론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 그것이 최고의 결과였겠지만.
경쟁의 시대를 살아내는 우리에게 '결과'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당장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실패가 영원할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한 번 실패했지만 당당히 도전하고 또 노력하는 청춘FC에게 우리 자신을 투영하며 행복했다. 안정환과 이을용 두 감독이 선수들에게 건내는 따끔한 충고의 말을 들으면서, 말로는 노력하겠다고 하고 더 열심히 하지 못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았다. 청춘FC를 아꼈던 것은 결코 그들이 잘 나서가 아니라 노력하는 모습이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성공이란 결과를 항상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요즘의 경쟁이 더 힘들어진 것은 나보다 아래 있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안심에서 ‘성공’을 찾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와 싸우고 이겨야 한다. 하지만 나보다 재능이 뛰어난 이가 있을 수 있고, 나보다 더 노력한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 나보다 재능도 뛰어난 이가 노력까지 더 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노력에 대해서 정말 성실했는가는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하겠지만 청춘FC는 열심히 노력했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청춘FC의 도전과 노력을 깎아내릴 순 없다. 도전하는 모습으로 우리를 '힐링'해 준 청춘FC를 또다시 끝없는 ‘경쟁의 나선’ 위에 다시 올려놓을 필요는 없다. 우리 역시 각자의 삶에서 '결과' 때문에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했을 '청춘'들이기 때문이다.
결과가 없는 노력을 누군가는 헛되다고 말하겠지만, 그 뜨거웠던 마음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청춘FC 선수들의 미래는 다양할 수 있다. 누군가는 여전히 도전자의 자리에 남아 괴로운 싸움을 이어갈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다. 꿈에 도전했다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또 다른 도전은 마땅히 응원받아야 할 일이다.
우리가 청춘FC의 도전을 보며 공감하고 즐거웠던 것처럼, 그들이 마지막 경기의 패배 후 느꼈을 복잡한 감정을 상상하면 마음이 아프다. 이제 우리가 도전에 환호했던 것처럼 그들이 받아든 결과를 격려하고 위로할 차례다. 우리가 아름다운 도전에 공감하고 박수를 보냈듯 끝까지 그들의 도전을 높이 사기 바란다. K리그 진출에 실패한다고 ‘청춘FC는 실패했다.‘는 낙인을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까지 멋진 도전자의 모습을 보인 청춘FC에게 여전히 박수를 보내자. 많은 청춘을 대표하여 도전하고 때로 깨지는 모습도 자랑스러웠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누구도 그들을 비웃을 수는 없다. 나아가 우리 스스로에게 쉽사리 '패배자'의 낙인을 찍지 않기 바란다. 성공이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 스스로의 인생을 실패자로 만들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력한 우리 스스로를 못난이로 만들지 말자. 청춘FC는, 우리는, 그리고 모든 사람은 한, 두 번의 결과로 평가 내리기엔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다.
첫댓글 응원합니다. 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