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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43%, 민주당은 20%였다. 올해 초 조사에서 새누리당 44%, 민주당 24%였던 것과 비교하면 작년 말 대선 이후 10개월 동안 민주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반 토막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복지 공약 후퇴 논란과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검찰 수사 외압 논란 등 야당에 유리한 잇따른 호재(好材)에도 왜 민주당의 지지율은 줄곧 횡보(橫步)하고 있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선 과거에 야당 지지율이 유독 낮았던 시기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갤럽 자료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출범 첫해인 1998년 상반기에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15~20%에 불과했다. 당시는 한나라당이 김종필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며 여권과 지루한 공방을 벌였던 시기였다. 이후 지지율이 30%대까지 회복했던 한나라당이 다시 10%대로 추락한 것은 노무현 정부에서 탄핵안 가결을 주도했던 2004년 3월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지지율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12%로 창당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권이 바뀌고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 만에 '광우병 촛불시위'로 정국이 혼란스러웠던 때에도 야당이던 민주당의 지지율은 1년 내내 10%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당은 촛불시위 주도 세력과 공동보조를 취하며 50%가 넘던 대통령 지지율을 10%대까지 끌어내렸지만, 자신의 지지율도 비슷한 수준에서 맴돌았다. 촛불시위가 절정이던 2008년 6월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7%로 바닥 수준이었지만, 민주당 지지율도 18%에 불과했다. 야당은 역대 정부의 초반기에 대선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복(不服)' 분위기에 휩싸여 강경 투쟁을 벌일 때마다 오히려 낮은 지지율에 시달렸던 것이다.
갤럽 조사에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석 직전 67%에서 약 한 달 반 만에 53%로 하락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20% 안팎에서 정체 상태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해도 야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상황은 2008년 촛불 정국과 닮은꼴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반사이익도 능력이 있어야 누릴 수 있다"며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듯 거저 얻는 횡재는 없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여권 또는 야권의 실책이 곧바로 상대방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됐지만, 얼마 전부터 중도층 규모가 늘어나면서 '반사이익 효과'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정권을 맡길 만한 자질을 갖춘 정당, 즉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수권(受權) 정당으로서 면모를 갖추지 못했을 경우엔 아무리 호재가 많아도 중도층이 지지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치러진 10·30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33.5%포인트 차이로 참패(慘敗)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 결과와 그동안 여론조사에 담긴 민심의 소재를 열린 마음으로 읽느냐, 외면하느냐는 자유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니고 있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엄청난 차이로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