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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기는 부활의 3집 앨범 「기억상실」의 타이틀 곡인 '사랑할수록'을 불러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부활의 3대 보컬리스트입니다. 부활의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보컬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3집 앨범 발매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요절하여 그의 뛰어난 재능을 미처 세상에 펼쳐 보이지 못한 참으로 비운의 보컬리스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재기는 1988년에 록 그룹 '뉴 작은하늘'의 보컬로 데뷔합니다. 앨범에 수록된 그에 대한 짤막한 소개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Vocal 김재기 : 저음과 중음, 고음 등의 한계성을 가진 종전의 Vocalist들과 다르게 자유로운 곡선 형태를 보여주고 있고, 어딘지 모르는 우수적인 그의 목소리가 귀에 애처롭게 끌린다.
김재기는 데뷔 당시 겨우 20살을 갓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위에 서술된 표현과 같이 중저음은 물론이고 매우 효율적인 비강 컨트롤을 기반으로 한 샤우팅과 초고음역대까지 완벽히 소화하는 등 대단한 신예 보컬리스트였습니다.
하지만 그룹 '뉴 작은하늘'이 앨범 발매 이후 상업적 성공이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얼마 못 가 해체되는 바람에 별 다른 음악 활동 없이 지내다, 1990년에 김태원의 중학교 친구인 장동명 목사가 불광동에 죽이는 보컬이 있다며 방황의 늪에 빠져있던 부활의 김태원에게 김재기를 소개시켜 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김태원은 교회에서 김재기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곧 바로 부활의 보컬로서 음악 활동을 함께 하고 싶어했습니다. 교회에서 공연을 하던 김재기와 첫 만남을 가진 당시 김태원의 소감에 따르면, 김재기가 예배당에서 노래를 부를 때 그 성량이 마이크를 쓰지 않고서도 예배당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게 할 정도로 엄청났다고 하며, 우수 어린 허스키한 음색,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김재기만의 보컬 스타일이 바로 김태원이 추구하는 음악성과 잘 어울린다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잘 이어질 듯 했으나, 김재기는 1991년 갑작스레 군입대를 하게 됩니다. 이 충격으로 김태원은 다시 방황의 늪으로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김태원을 방황의 늪에서 끌어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김재기였습니다. 김태원이 감옥에 있을 때 편지를 통해서, 그리고 전역 후에도 김태원을 찾아가서 지속적으로 음악 활동을 독려해 준 사람이었습니다. 김재기는 그룹 부활이 재기하는데 가장 큰 밑바탕이 된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김태원은 김재기의 도움에 힘입어 음악을 다시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고, 그룹 '부활'의 세 번째 앨범 「기억상실」의 작업에 들어갑니다. 1993년 일부 곡의 최종 녹음만을 남겨 둘 정도로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했습니다.
3집 앨범 작업이 한창이던 1993년 8월 11일 밤에 김태원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불법주차로 인해 자신의 40만원짜리 중고차가 견인이 되어서, 갑작스레 과태료를 낼 돈 34,000원이 필요하다는 김재기의 전화였습니다. 당시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김태원은 내가 최대한 돈을 구해볼 테니 기다려 보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습니다. 김재기와의 통화 후에 김태원은 주변의 지인으로부터 돈을 구할 수 있었고, 돈을 다음날 아침에 재기에게 전해줄 생각으로 잠자리를 청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맙니다. 어제 통화를 했던 김재기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연인 즉슨, 김재기는 전날 밤 자력으로 이미 돈을 구해서 견인된 자신의 차를 찾아서 공연 활동차 경기도 파주로 향하던 중이었는데, 홍제동 고가도로를 지나다가 마주오던 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선을 넘어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것이었습니다. 1993년 8월 11일 오전 3시, 비보를 전해들은 김태원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그룹 '부활'의 음악 활동 역시 불투명해 보였습니다. 김태원은 노트에 글 한 줄을 남겼습니다.
"아.... 재기가 바람으로 떠났다"
하지만 김재기는 이미 예전부터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일까? 자신과 같은 가수로서의 활동을 준비하던 그의 친동생인 김재희에게 "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한데,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내 자리를 대신해 달라"는 유언 같은 당부를 남겼다고 합니다.
김재기가 죽은 이후 그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직접 김태원에게 김재희를 소개시켜주며 재기와 목소리가 비슷하니 부활 보컬로 써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김재희는 김재기를 대신하게 되었으며 음반 활동에서 동생 김재희가 고인 대신 보컬로 서게 됩니다.
실제 동생 김재희의 음색은 고인의 음색과 많이 비슷했으며, 그것은 김태원에게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장례식 이후에도 한참 그의 죽음으로 슬퍼하던 김태원은 이후 김재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생전 김재기가 자주 불렀던 '무정 부르스'를 불러달라고 했고, 김재희는 덤덤히 불러주었습니다.
이때 김태원은 다시 희망을 보았다고 회고했는데, 처음엔 신중하고 신중한 김태원이 조금씩 녹음에 불렀습니다. 이후 김재희는 부활의 3집 정규 보컬리스트로서 활동하기 시작하여, 타이틀곡 '사랑할수록'의 엄청난 인기 덕분에 형이 생전에 못다한 꿈과 자신이 이루고픈 가수의 꿈을 함께 이루게 되었습니다.
부활 3집 「기억상실」은 1993년에 발매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시들한 반응에 김태원은 또 실패했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타이틀 곡 <사랑할수록>이 점차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기 시작하여, 앨범 발매 후 근 10개월 만인 1994년 하반기 당시 최고의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었던 KBS 가요톱10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또한 3집 앨범은 부활 역사상 최대인 1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는 등 그룹 부활은 최고의 인기를 얻으며 멋지게 부활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김재기의 목소리가 들어간 노래는 '사랑할수록'을 포함하여 모두 3곡 뿐입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미완성이고, 더 절절합니다. 김태원은 앨범의 나머지 부분을 김재기에 대한 추모로 채웠습니다. 앨범의 전체적인 정서는 그리움과 아련함입니다.
김태원은 이 앨범을 통해 '감성적 록'이라는 부활의 노선과 색깔을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그저 '결이 곱다'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김재기의 목소리는 김태원의 음악 안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김태원의 기타 역시 전과 같은 속주나 기교 중심의 연주 대신 철저히 김재기의 목소리에 맞춰 선을 그려가는 예술성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김재기의 음색이 녹음된 3곡 모두 사실 앨범 최종본으로 녹음된 트랙이 아닌 데모 트랙으로 녹음된 것입니다. 여러가지를 체크하고 수정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보는 Take 1으로 이루어진 가이드 녹음입니다. 김재기는 3집 앨범 작업을 하면서 '사랑할수록'을 비롯한 노래 3곡을 처음으로 데모 트랙 녹음만 마친 상태에서, 얼마 안 있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김재기가 마지막으로 참여한 세션의 진행상황은 이러했습니다. 낮에는 원래 타이틀곡으로 내정되어 있었던 '소나기'의 녹음을 진행했고, 잠깐 쉬는 시간에 신곡 '흑백영화'를 리허설 형식으로 최초로 녹음했다. 이 곡의 코러스 부분은 김재기가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가사인데, 이는 당시 <희야>를 제외하고 김태원이 다른 사람에게 가사를 맡긴 유일한 곡입니다. 이후 저녁 시간에는 <사랑할수록>의 스튜디오 데모를 단 한 번 녹음했다고 한다. 그 후 스튜디오 대여 시간이 끝나자 김재기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먼저 스튜디오를 떠났고, 김재기 혼자 노래 연습을 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남았다고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김재기는 이 데모 트랙들을 그대로 이 노래를 앨범에 실을 생각으로 부른 것이 아니었으며, 한 번 불러 녹음한 후에 불의의 사고로 인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버려 어쩔 수 없이 이를 사용한 것입니다. 다행히 데모 트랙임에도 불구하고 김재기가 워낙 잘 불러준 덕에 김태원이 부활 3집을 김재기의 유작이라는 차원에서 김재기의 음색이 담긴 트랙으로 앨범에 실은 것인데, 이들 중 '사랑할수록'이란 곡이 완전 대박을 치게 되었습니다.
김재기의 데모 녹음 트랙이 그대로 담겨진 앨범의 곡을 들어보면, 김재기의 가창력에 대한 김태원의 서술이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재기의 가창력은 무척 대단합니다. 이게 데모 트랙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미 완성도가 높은 트랙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고인이 지금까지 생존하여 음악 활동을 했다면 한국 록 보컬의 전설로 자리매김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3집에서 그가 부른 곡들 중에 '소나기' 역시 서정적인 곡으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이후 부활의 보컬들인 박완규, 이성욱, 정단, 정동하가 각각 베스트 앨범 '이솝의 붓'과 7집 'Color'의 CD2, 9집 'Over the rainbow', 'Live & Unplugged'에 곡을 리메이크했습니다. 이승철도 이 곡을 리메이크하여 자신의 정규 4집 앨범에 수록하기까지 합니다. 원래 이 노래는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노래였는데, 김재기의 죽음으로 김태원이 그에 대한 추모와 회상을 주제로 내세웠다고 밝혔습니다.
3집의 '8.1.1'이란 트랙은 연주곡으로, 그가 사망한 8월 11일을 추모하는 의미로 넣은 것입니다. 그리고 명곡 '흑백영화' 역시 김재기가 후렴을 불렀으나, 그가 뜻하지 않은 사망으로 이루지 못하자 김태원이 1절과 2절의 앞부분을 그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녹음했다고 합니다. '흑백영화'의 가사는 김재기가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가사이며, 당시 김태원이 작곡한 곡 중 유일하게 다른 사람에게 작사를 맡긴 곡이라고 한다. 만약 김재기가 살아있었다면 다른 곡들의 가사도 그에게 부탁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태원이 김재기를 얼마나 아끼고 인정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3집에 숨겨진 어쩌면 굉장히 섬뜩한 사연으로, 3집에 수록된 '별' 이라는 연주곡은 원래 김재기의 보컬곡으로 쓰이기로 예정된 곡이었으나, 김재기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김태원의 코러스만 들어간 채 연주곡으로 앨범에 실리게 됩니다. 그 이후 2004년에 '원티드'의 서재호가 이 곡을 취입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녹음을 준비하던 중 김재기의 사망일과 날짜가 같은 2004년 8월 11일에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하게 됩니다. 이후 또 다른 원티드의 멤버 하동균의 코러스만 실린 채 연주곡으로 남아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삽입곡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2008년 김태원이 예능 프로 첫 나들이를 한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서 김태원의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지상파에서 김재기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2010년 8월 20일에는 SBS 맛있는 초대에서 김태원이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김재기와의 에피소드 및 그에 대한 김태원의 안타까운 심정을 꽤 깊게 그려내기도 했습니다.
2010년 12월 18일에 김태원의 음악 일대기를 그린 KBS 드라마 스페셜 '락 ROCK 樂'에서 김태원의 음악 인생에서 큰 도움을 주는 인물로 비중 있게 그려졌으며, 2011년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김태원이 김재기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의 이야기가 꽤 비중 있게 다뤄졌습니다.
김태원은 사실 그 이전에도 가끔 과거에 대한 인터뷰를 할 때마다 본인이든 기자든 김재기의 이야기를 꼭 꺼냈습니다. 그때마다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 정도로 아꼈던 인물이 김재기였습니다. 어느 방송에서나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1993년으로 돌아가서 흐름을 바꾸고 싶다고 했고, 가장 애착이 남는 곡은 '사랑할수록' 혹은 '소나기'라고 언급합니다. 언젠간 김재기 가요제를 꼭 열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밤 34,000원을 건내주지 못한 것이 평생 한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2016년 5월 10일에 방송된 EBS 리얼극장에서 김재기의 동생인 김재희, 그리고 큰형인 김재관이 함께 출연하여 인도네시아 발리를 여행하며 대화하는 컨셉으로 김재기의 갑작스런 요절로 인한 아픈 가족사와 관련해 두 사람의 솔직한 생각을 나누는 모습을 소산하게 그려내기도 했습니다.
[김재기] 원곡
[김재희]
[박완규]
[정동하]
[이승철]
[김동명]
한참동안을 찾아가지 않은
저언덕 너머 거리엔
오래전 그모습 그대로
넌 서있을 것 같아
내 기억 보단 오래돼버린 얘기지
널 보던 나의 그모습
이제는 내가 널 피하려고 하나
언젠가의 너 처럼
이제 너에게 난 아픔이란걸
너를 사랑하면 할수록
멀리 떠나가도록 스치듯
시간의 흐름속에
내 기억 보단 오래돼버린 얘기지
널 보던 나의 그모습
이제는 내가 널 피하려고 하나
언젠가의 너 처럼
이제 너에게 난 아픔이란걸
너를 사랑하면 할수록~
멀리 떠나가도록 스치듯
시간의 흐름속에
이제 지나간 기억이라고
떠나며 말하던 너에게
시간이 흘러 지날수록
너를 사랑하면 할수록
너에게 난 아픔이였다는걸
너를 사랑하면 할수록~
멀리 떠나가도록 스치듯
시간의 흐름속에
첫댓글 김재희 보이스가 김재기와
거의 흡사했다고 들었어요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떠난 김재기
죽은형의 뒤를 잇는 김재희
보컬들을 계속 떠나보내는 김태원
불운의 아티스트 들 이 넘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