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개막한 2017 KB O퓨처스리그가 5월 31일까지 전체 일정(576경기) 중 278경기(48.3%)를 소화했다.
현재 북부 - 남부리그 팀 순위는 다음과 같다.
개막 이후 4월과 5월 두 달간의 팀 순위를 보면 큰 변화를 보였다.
북부리그는 첫 달 5위로 처져 있던 경찰은 전력을 가다듬어 5월엔 승률(0.667)을 기록하며 꾸준함을 보이는 고양을 3게임차로 바짝 추격 중이고 4월까지만 해도 2위를 달리던 LG는 5월 성적이 곤두박질치며 5위로 내려앉았다.
두산은 반등없이 리그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남부리그도 프로구단은 변동이 꽤 있다.
4월까지만 해도 선두 상무를 반 게임차로 뒤쫓던 KIA는 5월 들어 리그 내 최저 승률(0.417)로 주춤하며 3위로 밀려났다.
반면 3위였던 삼성은 상승세를 타고 상무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4월에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롯데는 지난달 0.480의 승률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6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달 별로 혹은 주간 별로 굴곡이 있기 마련. 그런데 좀처럼 변화를 보이지 않고 꾸준함을 보이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불사조 상무’다.
상무는 4월과 5월 모두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며 12개 팀 가운데 가장 높은 승률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전력이 안정됐다는 의미. 하지만 시즌이 시작될 때 까지만 해도 박치왕(상무)감독은 전년에 비해 약해졌다며 걱정스러워 했다. 그럴 만 했다.
마운드보다는 타자 쪽 공백이 커보였다. 한동민,권희동을 비롯해 이원석,김선빈,김헌곤 등 공격의 핵으로 나섰던 이들이 모두 소속팀으로 복귀,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해 줄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상무 유니폼은 뭔가 새로운 기운을 안겨주는 걸까?
첫 시즌을 맞이한 신참 타자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문상철, 김민혁,황대인,최승민 등이 이에 속한다.
투수는 지난해에 이어 문경찬, 임지섭, 김선기, 문성현, 구승민 등 9월 소집해제를 앞둔 이들이 제몫을 해주고 있고 신참 조영우,허준혁도 5,6선발로 나서며 힘을 보태고 있다.
불펜과 마무리도 나서는 투수들도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퓨처스리그 12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팀 평균 자책점(3.58)이 3점대를 고수하고 있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30일 (화)요일 상무-kt의 시즌 7차전이 열린 익산구장을 방문했다.
홈팀 kt 선수단이 훈련을 마칠 즈음 오전 10시 30분 조금 넘어 상무 선수단이 구장에 도착했다.
익산구장을 찾은 이유는 ‘잘 나가는’ 선발 임지섭 - 문경찬 - 김선기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임지섭
이 날 선발은 임지섭(좌완).
올 초 최고구속 152km 까지 찍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구위도 좋아졌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터라 피칭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선발 로테이션 간격을 계산해 온 것이 적중했던 것이다.
‘요즘 최고로 핫한 선수가 아니냐’ 는 기자의 질문에 임지섭은 고개를 내저었다.
“시즌 초반 보다 페이스가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작년 보다는 좋아졌다. 선발로 나가면서 배운 게 많다. 지금도 잘해야 하지만 팀에 복귀해 잘해야 하지 않나? 주변에서 기대를 많이 하는 분위기인데 솔직히 부담스럽다(웃음)”
제주고 재학 당시에 이어 LG 새내기 시절에 비해 한결 성숙해지고 차분해진 느낌이었다.
경기는 상무가 노진혁, 문상철(2개) 등의 홈런을 앞세워 9-3으로 승리했다.
1회 상무는 노진혁(유격수)이 kt 선발 김도영(우완)에게 3점 홈런을 기록하며 기선을 제압했으나 4회 임지섭은 남태혁(지명)에게 솔로 홈런을 내줬고 이후 5회와 6회 상무는 문상철(1루수)의 연타석 투런포로 추가점을 뽑는 등 장단 14안타로 9점을 냈다.
kt는 5회 김종성(좌익수)의 1타점 적시타에 이어 발목부상으로 재활군에서 지냈던 전민수가 7회 대타로 나와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임지섭은 7회 전상현(우완)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기 전까지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포함) 4 사사구 4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오늘 전체적으로 좋지 못했다. 몸이 무겁기도 했고 날씨도 더워 힘들었다. 더워지는 만큼 체력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피칭이었다고 밝혔으나 최고145km/h, 평균 140대 전후의 직구와 120~135km/h대의 슬라이더와 120대 전후의 커브 등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큰 위기 없이 시즌 5승째를 챙겼다.
이 날 승리로 임지섭은 문경찬(상무), 김재영(한화) 안성무(삼성)과 나란히 5승으로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문경찬
“이런 게임 탐나네요.”
문경찬(우완)은 4월 20일부터 4연승을 기록했으나 최근 2경기에서는 승수를 쌓지 못했다. 특히 5월 25일 문경 KIA전에서 6이닝 동안 4피안타 사사구 없이 9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퀄리티 피칭을 펼쳤으나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도 상무 선발 한 자리를 꿰차고 16경기(90.1이닝)등판 7승(1패)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하며 강윤구(8승2패)-김혁민(7승3패)과 어깨를 나란히 한 바 있다. 눈에 띄는 기록은 이닝 대비 탈삼진은 57개로 적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올 시즌 달라졌다. 과감한 승부를 펼치며 삼진수가 이닝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상무와서 웨이트로 체중을 7kg 정도 불렸더니 볼에 힘이 붙은 것 같다. 스피드도 최고 145km/h 찍기도 했지만 자주 나오진 않는다. 원래 빠른 편이 아니질 않나?(웃음) 대신 평균 구속이 140대 전후로 늘었다. 상무에서 2년 째 선발로 뛰면서 기량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문경찬은 KBO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는 임기영에 대해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임)기영이가 그렇게 잘 할 줄 몰랐다. KIA 마운드가 너무 강해져서 내가 설 자리가 있을지 걱정된다. 그래도 잘하면 기회가 올 거라 믿는다.”
문경찬은 6월 1일 선발로 나선다며 ‘(임)지섭이가 오늘 5승을 챙겼으나 도망가야 하지 않겠냐’ 라며 ‘타자들이 점수 좀 많이 내주면 좋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선기
김선기는 세광고 재학 당시 시애틀 메리너스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2010년 계약금 43만 5천 달러(한화 5억 5천만원)을 받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해외파.
그러나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다 2014년 4월 귀국길에 올라 1년 간 세광고에서 개인 훈련을 하다 상무에 지원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그의 상무행은 이슈가 됐다. 해외 프로구단에 진출한 선수의 경우는 계약 종료 시점부터 2년간 KBO소속 구단과 계약체결을 할 수 없다는 한국야구위원희 규약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군체육부대 야구팀은 KBO 산하가 아니라는 점과 퓨처스 경기 출전 금지는 어불성설이라며 반발, 결국 KBO는 김선기의 경기 출장을 인정 하되 이후 해외진출 경력선수의 군 팀 입대 및 게임 출장의 제한을 두는 새 규약을 신설하는 계기가 됐다.
김선기는 임지섭 - 문경찬에 비해 성적이 다소 떨어진다. 그 이유는 매번 선발 등판 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괜찮았는데 투심을 연마하면서 실전에서 던져보다가 밸런스가 무너지고 말았다. 다시 페이스를 찾아야 할 거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김선기가 선발로 출격하는 날이면 스카우트들은 현장을 방문한다. 오는 9월 11일에 개최되는 2차신인 드래프트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187cm 94kg의 더없이 좋은 체격 조건과 군필이고 최고구속 150km/h까지 나온 터라 스카우트들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2차 1번 지명권을 쥐고 있는 kt관계자들은 ‘우리 선수가 아니겠느냐’ 며 그를 향한 욕심을 내비치고 있다.
“야구를 한다는 것이 중요할 뿐 어디든 다 좋다. 물론 1군 진입이 쉬운 팀이라면 좋겠지만 이것저것 따질 입장이 아니다. 남은 기간 열심히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
전역 후 해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 부분이 가장궁금했다. 이에 대해 입장을 묻자 그는 ‘가능성 희박한 일’ 이라며 웃었다.
지명전까지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 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는 있다.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28살. 많다고 보면 많고 또 아니라고 하면 아닐 수 있다. 즉시전력감이 필요한 팀이라면 그를 주목할 만 하다.
한편 김선기가 선발로 나선 5월31일 경기는 4회까지 진행되다 우천으로 취소되었다.
이들에 대한 궁금증이 다 풀린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급한 갈증은 해소된 느낌이었다.
과연 임지섭은 LG팬들의 큰 기대만큼 성장해 돌아올까?
문경찬은 임기영 만큼 KIA 마운드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김선기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될까?
군 팀을 거쳐 KBO리그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 세 투수도 선임들의 활약 그 이상이 기대된다. 모쪼록 부상 없이 시즌 잘 마치고 소속팀에서 빛나는 투수로 거듭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