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계속되는 장맛비가 인제 거의 공포 수준으로 이어집니다.
들판을 채우려고 쉴 틈이 없었던 오뉴월이 가면 어정칠월이어서
슬슬 돌봄에 나서면 되었는데 장맛비로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말에 의성의태어가 많은 까닭은
모음과 자음의 변화를 통해 형태가 다양한 계열어를 만들어내기 때문인데요.
‘가뭇가뭇’에서 모음을 바꾸면 ‘거뭇거뭇’이 되고,
‘거뭇거뭇’에서 자음을 바꾸면 ‘꺼뭇꺼뭇’이 되는 식이지요.
‘빈둥빈둥’이 ‘반둥반둥’과 ‘밴둥밴둥’, ‘번둥번둥’을 불러오고,
나아가 ‘삔둥삔둥’, ‘빤둥빤둥’, ‘뺀둥뺀둥’, ‘뻔둥뻔둥’, ‘핀둥핀둥’, ‘판둥판둥’, ‘팬둥팬둥’, ‘펀둥펀둥’까지 가지를 칩니다.
경이로운 느낌이 들만큼 어감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오늘은 ‘부랴부랴’와 ‘부랴사랴’의 뜻과 어원에 대해 알아봅니다.
집에 강도가 들었을 때 “강도야!”라고 소리치면 이웃집에서 아무도 안 나오지만
“불이야!”라고 소리치면 너도나도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강도가 들면 그 집만 피해를 당할 뿐이지만 불이 나면 이웃집으로 옮겨 붙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불이 나면 혼자 힘으로는 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자신의 집에 불이 났거나 불이 난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황급히 뛰어다니면서 불이 난 것을 알리고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그럴 때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불이야! 불이야!” 하는 다급한 외침이지요.
이 외침이 줄어서 다음과 같은 말이 되었습니다.
부랴부랴: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불은 초기에 잡지 못하면 삽시간에 번지기 마련입니다.
촌각을 다투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슬렁거리거나 느긋한 태도를 보일 수는 없는 일이지요.
‘불이야 불이야’가 줄어서 ‘부랴부랴’가 됐지만 지금은 그런 어원 의식이 희미해졌습니다.
아울러 ‘불이야 불이야’는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를 옮겨 적은 말이지만
‘부랴부랴’는 의성어가 아닌 의태어 역할을 합니다.
뜻풀이에서 보듯 소리가 아니라 서두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부랴부랴’는 흔히 쓰는 표현이라 익숙하지만,
비슷한 뜻을 가진 ‘부랴사랴’는 사용 빈도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부랴사랴: 매우 부산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부랴부랴’와 형태는 물론이거니와 말이 발생한 경로도 비슷합니다.
‘불이야 살이야’라고 소리치는 걸 줄여서 만든 말이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살’은 ‘화살’을 뜻합니다.
불이 나면 다급해질 수밖에 없지만 화살이 날아오는 상황도 마찬가지이며,
화살이 날아오는 속도는 불이 번져 오는 속도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그러니 얼마나 다급한 상황이겠어요?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에 빗댄 말이 ‘쏜살같이’라는 부사입니다.
쏜 화살처럼 빠르다는 말인데,
시대가 변하면서 화살보다 빠른 총이 등장하자 ‘총알같이’라는 표현이 새로 등장했습니다.
중앙재난본부에서 알림을 쏟아내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재난상항을 알려주다보니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들여다 봐야 합니다.
'불이야'만큼 화급하진 않아도 '물이야/산사태야'하는 소리도 위급합니다.
서로서로 위난 상황을 부랴부랴 알려서 피해를 줄여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