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식당 이남장의 전형적인 설렁탕 모습)
일단 전문가들의 해석은 단호합니다. 많은 분들이 허영만 선생의 만화 '식객' 11권에 나오는 설렁탕과 곰탕의 차이를 지적하셨습니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설렁탕은 뼈 국물이고, 곰탕은 고기 국물이다."
맛 전문기자로 10년을 보내신 요식업계의 거물 선배 기자께도 여쭤봤습니다. 역시 마찬가지."뼈를 고아서 만든 것이 설렁탕이고 고기로 국물을 낸 것이 곰탕이다. 그래서 설렁탕은 국물이 뽀얗고, 곰탕은 국물이 맑다."명료합니다. 더 이상 토를 달 여지가 없습니다. 특히 전국적인 지명도를 자랑하는 곰탕의 명가 하동관의 투명한 국물을 생각하면 너무도 명백하게 구분됩니다. 아무래도 이런 설명이 정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에 곰탕이라고 불리는 음식이 하동관 곰탕밖에 없느냐,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하동관 곰탕은 소위 서울식 곰탕의 대표라고 해야겠죠. 일단 하동관 못잖게 유명한 현풍할매곰탕이 있습니다. 영남지방에서의 강세를 바탕으로 서울에도 진출했죠. 물론 원조 논쟁이 아직도 치열하지만, 일단 현풍할매곰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음식은 죄다 비슷한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이렇습니다.
그중 한 집에 가서 물어봤습니다. 대체 곰탕 국물은 뭘로 내나요? 사골도 들어갑니까?"그럼 곰탕 국물을 사골로 내지 뭘로 내요? 물론 내장도 넣고 고기도 넣지만."전문가들은 설렁탕과 곰탕을 구분할 때, '사골곰탕'이라는 등의 말은 민간에서 잘못 쓰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상당수 지역에서는 사골 위주의 국물을 곰탕이라고 부릅니다.게다가 '꼬리곰탕'이라는 표현 역시 제대로 정착해 있죠. 꼬리곰탕집 치고 국물이 말간 집은(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거의 없습니다. 꼬리곰탕도 분명히 곰탕이되, 뼈 위주의 국물이 나옵니다.
회사 바로 옆에는 1972년에 개업했다고 큼지막하게 써 있는 유서깊은 설렁탕집이 있습니다. 얼마전부터 메뉴를 설렁탕으로 집중했지만, 그동안은 도가니탕과 꼬리곰탕도 함께 팔았습니다. 이 집에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죠. 설렁탕과 곰탕의 차이가 뭡니까?"국물은 같애요. 같은 국물에 건더기가 다른 거지."한 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20년 전 쯤 충북 청주의 한 식당에서 메뉴판에 설렁탕과 곰탕이 나란히 있는 걸 보고 주인에게 대체 둘이 뭐가 다르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의 증언은 이랬답니다."국물은 똑같소. 수육만 나오는지, 수육하고 내장이 같이 나오는지 차이지."뭐 당시의 식당 주인이 한식 전문가는 절대 아니었다고 생각되지만, 아무튼 이런 통념도 설렁탕과 곰탕을 구별하는 데 기준이 될 수는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1. 설렁탕에는 선농단 제사가 유래가 됐다는 설처럼 뼈는 물론이고 소 머리와 양지머리, 기타 소의 온몸 부위가 다 들어간다. 뽀얀 국물이 특색이다.2. 곰탕은 기본적으로 내장과 고기로 국물을 낸다. 단, 이와는 전혀 다르게 사골 위주의 국물을 곰탕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국물이 말간 경우도 있고, 뽀얀 경우도 있다.3. 외형상으로 볼 때 설렁탕의 꾸미로는 수육(양지)과 머릿고기가 들어간다. 내장이 꾸미로 나오는 설렁탕은 없다. 반대로 곰탕은 수육과 양, 곱창 등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경우든 곰탕에 소면을 넣어 주는 집은 없다.4. 어쨌든 설렁탕이라고 불리는 음식은 전국적으로 거의 비슷한 맛을 낸다. '소머리국밥'이라는 희한한 변종이 있긴 하지만 설렁탕에서 갈라 나온 하부 장르는 발견하기 힘들다. 반면 곰탕은 재료와 지방에 따라 맛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도가니탕과 내장탕, 갈비탕과 꼬리곰탕 등 소위 곰탕에서 갈려 나온 것으로 보이는 음식들도 천차만별이다.
처음에 인터넷으로 기본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설렁탕과 곰탕을 구별하는 법'에 '국수가 들어 있으면 설렁탕, 국수가 없으면 곰탕'이라는 말을 보고 웃었습니다. 그런데 나름대로 조사를 좀 해 보니 이게 웃을 수가 없는 얘기더군요. 재료나 전통을 가지고 설렁탕과 곰탕을 정확하게 가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히려 국수의 유무만큼 선명한 구분의 방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결론은 그렇습니다. 음식의 이름과 내용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주는 대로 맛나게 먹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무책임한...;; ) 아무튼, 마지막 팁이라면 설렁탕과 곰탕을 한 집에서 내놓는, 그리 오래돼 보이지 않는 식당은 별로 추천할 만한 곳이 못 된다는 생각 정도.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여기까집니다. 더 좋은 답을 내 주실 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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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반적으로 만들어 먹는 뼈를 고워서 먹는 음식 즉 설렁탕을 우리(경상도)는 곰국이라고 한다. 이름 붙이기 나름 아닌가??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잘 못 사용하는 언어가 참 많은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