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구병모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에서 보는 소통과 인간 관계
민병식
구병모(1976 - )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제2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로 대상을 받아 2009년에 데뷔했다. 구병모는 필명이고, 본명은 정유경이다. 소설집으로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등과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 '파과', '아가미', '한 스푼의 시간' , '바늘과 가죽의 시' 등이 있다.
이 작품은 2018년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이기도 하고 작가의 소설집 '단 하나의문장'에 실린 단편이기도하다.
디자이너였던 정주는 임신 7개월 차로 초등학교 교사인 남편 이완이 학교 폭력 관련 문제로 학부모들을 중재하다가 예상치 못하게 문재가 생겨 시골학교로 발령이 나자 남편을 따라 시골생활을 하게 된다. 학교는 직원포함 총 8명이 근무하고 전교생 약 70명 정도가 다니는 분교다. 정주는 이완이 학교에 간 사이 집에서 이삿짐을 정리하고 태어날 아이가 쓰라고 지인들이 보내준 택배를 받아 정리를 한다.
이완은 학교 일에 바빠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고 동네 사람들은 정주를 집에서 남편이 피 땀흘려 번 돈으로 매일 물건을 사서 택배나 받는 여자로 취급한다.
‘그들은 왜 서로 다른 젊은 남자의 얼굴 들이 낮 동안 새댁 혼자 있는 집에 드나드는지를 궁금해 했고 택배 기사라는 것을 알게 되자 집에서 얌전히 출산을 준비하고 있어야 할 여자가 남편이 번 돈으로 무슨 물건을 그렇게 많이 사들이는지 호기심을 드러냈다.’
- 본문중에서
동네 인사를 다니면서 며칠 째 인사를 못 한 미니 슈퍼에서 그 집 주인 최 씨를 마침내 만나게 되는데 눈 밑에 흉터며 범상치 않아 보인다. 정주는 미니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되도록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커피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미니슈퍼를 방문
한다. 그곳에서 주인 최씨가 내린 커피를 마시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고 커피를 마신다. 마침 지나가던 동네 할머니가 그 장면을 보며 지나가고 며칠 뒤 정주는 이완과 다투게 된다.
“깡패새끼라더라, 가까이 가지 말라더라. 넌 어떻게 된 게 밖에 하루 종일 나가 있는 내가 그런 소리를 듣게 만드냐.”
집으로 같이 들어와 정주는 휴대전화가 없어진 걸 알게 되고 이완은 본인이 찾아오겠다고 밖으로 나간다. 금방 온다던 이완은 몇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고 혹시 빗길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동네 어르신들 전화를 빌리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아무도 없다. 그 때 허벅지 사이로 양수가 터져 흐른다. 정주는 미니 슈퍼를 30여 미터 남기고 미끄러지는데 그 때 노란 비옷을 입은 최 씨가 나타나 트럭에 정주를 싣고 병원으로 내달린다. 이 와중에 이완은 혹시 동네 사람들이 뭐라고 수근거릴까 안절부절 한다. 정주는 무사히 출산을 하고 향 후 수년 간 친정집에서 아이를 키우고자하나 남편은 반대하고 정주는 다신 그 마을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의 첫 인상이나 겉모습으로 그 사람을 통칭해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내가 무심코 한 말이 다른 이에게 이야기거리가 되고 주의할 점이 되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이 오해를 받고 나쁜 사람이 되어 상처까지 받는 경우가 있다. 주인공 정주에게 마을 사람들은 호기심을 동반한 참견, 훈계를, 정주의 남편조차도 질책을 줄 뿐이다. 결국 조폭이었다는 소문이 돌 만큼 인상이 좋지 않았지만 정주 에게 도움이 된 사람은 바로 최씨였다.
칼럼의 필자가 바라보는 작품에 대한 관점은 편견과 선입견의 폐해다. 시골사람들의 입장에서 정주에 대한 마음은 호기심에서 오는 관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도시의 익명성에 익숙한 정주는 도를 넘는 지나친 참견, 그리고 시골 마을의 유교적인 생각 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작품은 어떤 인간 관계에서도 중요한 것은 관계에 있어 서로를 알아가는 신중함이라고 말한다. 인간에게는 겉으로는 선하나 속으로는 또다른 악한 모습이 있을 수 있기에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듯 시골 생활이 생각과는 다르게 펼쳐지듯 그 무엇이든 겉만 보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