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아멘!”
어느 교회 어느 예배든 낯설지 않은 장면입니다. 어떤 교회 주보를 보면, “믿음으로 승리하세요”라는 격려가 적혀 있고, 우리가 기도할 때마다 “믿음으로 구하오니”가 주문처럼 따라붙습니다. 한국교회만큼 ‘믿음’이라는 단어를 자주 발음하는 교회도 드물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믿음’이 정말 성경이 말하는 그 ‘믿음’과 같은 것인지, 한 번쯤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믿음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보면, 흔들리지 않는 마음, 의심이 조금도 없는 상태, “될 줄로 믿습니다!” 하고 담대하게 선포하는 것, 요즘 말로 그 꺾이지 않는 ‘기세’가 곧 믿음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불안이 찾아오면 “내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고 자책이 따라옵니다. 기도 응답이 늦어지면 “아, 내가 확실하게 믿고 구하지 않았기 때문인가”하는 책망이 뒤따릅니다. 이렇게 되면 믿음은 일종의 정신력, 의지력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아무리 흔들려도 버텨내는 근성, 아무리 불안해도 눌러두는 담력이 곧 ‘큰 믿음’이라는 등식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믿음이라는 교회 용어 대신 차라리 정신력이라고 하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성경이 말하는 믿음은 정신력 같은 게 아닙니다. 성경에서 들려주는 믿음이란 말은 아주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기도 끝에 부르는 ‘아멘’이라는 말이 있지요. 이 ‘아멘’은 히브리말에서 온 단어인데, 원래 뜻이 “단단히 받치다, 기둥이 흔들리지 않게 붙잡다”라는 ‘아만’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이 아만이라는 단어가 특별해요. 아기를 꼭 끌어안은 유모의 팔을 아만이라고 부르고, 큰 기둥을 떠받치는 주춧돌도 아만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아멘’이라는 말은 “맞습니다, 동의합니다” 하는 지적인 수긍이나 동의가 아니라, “저는 이 말씀에 저의 전부를 기댑니다”하는 몸의 고백입니다. 성경이 들려주는 ‘믿음’은 바로 이런 뜻입니다. ..
*내일 설교문에서
(부활절 넷째주일 선한 목자 주일 중앙루터교회)
덧) "믿습니까" 했는데, 우리 교인들이 "아멘!" 안 할까봐 원고 쓰면서도 미리 걱정. 모 장로님이 큰 소리로 '아멘!!!'해 주시겠지. ㅎ
최주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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