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나는 모친과 함께 로마에서 뉴욕으로 가는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갈비뼈 아랫부분에 통증을 느꼈다.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 잘 알고 있었다.
“엄마, 넥시움 있으세요?” 절박한 심정으로 신물이 넘어오는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작은 보라색 알약을 얘기하며 내가 물었다. 엄마는 없다고 하셨다. 총 9시간의 비행에서 이제 겨우 한 시간도 안되어서 난 이미 심한 욕지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곧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왜 전날 밤 스파게티를 먹었던가? 더 중요한 건 왜 애당초 넥시움을 갖고 오지 않았던가?
엄마가 승무원을 불러 “비행기에” 이럴 때 먹는 약이 뭐 없는지 물으셨다. 승무원은 아스피린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스피린은 내 증상을 악화시킬 뿐이다.) 나는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해 보았다. 숨을 깊게 쉬고,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를 취해도 보았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기내 TV로 보니 비행기는 파리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승무원에게 혹시 기내에 의사가 타고 있지 않은지 물어보았다. 대답은 ‘노우’였다.
하지만 승무원은 쌀쌀맞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아니오, 당신 주치의가 아니라 ‘우리’ 의사에게 전화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어리둥절해진 나는 웅얼거리며 캐시 베이츠가 열연한 영화 “미저리”의 주인공 애니 윌크스를 떠올렸다.
승무원은 “항공 규칙 및 규정지침서”인지 뭔지 하는 보그잡지만한 책을 주르륵 훝어보더니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있는 ‘선한 사마리아인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멍하니 그녀가 전화에 대고 내 증상을 설명하는 말을 들었다. 속이 쓰리고, 구역질이 나고, 통증과 불안감을 느낀다. “의사가 나이를 말해 달래요” 애니 윌크스가 말했다.
“49살이요.” 내가 빠르게 말했다.
“의사 말이 심장마비래요.”
승무원이 자기 자신과 항공사, 심지어 나까지 보호하려고 하는 것은 안다. 실제로 심장마비면 어쩔것인가? 하지만 내 인내심은 기내 공기만큼이나 옅어지고 있었다. “이건 심장 문제가 아니라구요!” 내가 소리쳤다. “이건 위통이예요! 내 주치의에게 전화하면 내가 식도열공탈장이라는 걸 말해줄거예요. 내게 필요한 건 제산제예요. 넥시움이면 더 좋구요.”
그러자 두 줄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한테 넥시움이 있어요.”
나는 숨을 내쉬며 “제 생명의 은인이시네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순간 승무원이 “그거 주시면 안되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난 그 남자를 돌아보며 간절하게 말했다. “그거 주실거죠?”
“아니요.”
“아니라구요?”
“네, 전 이 항공사 소속 기장이고 저 승무원이 말하는대로…해야합니다.”
뱃속은 불타는 것 같았다. 약사의 딸로서 나는 스스로를 탓하기 시작했다. 어쩌자고 제산제를 잊어버린거야?
몇 분 후 간호사라는 여자가 의료장비를 가지고 나타나 내 맥박을 쟀다. 정상. 혈압. 정상.
위장병학 내과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간호사는 자기 남편이 갖고 있던 넥시움을 내게 주라고 했다.
그러자 승무원은 “넥시움을 먹고 나서 이 여자분이 심장발작을 일으키면 그 책임은 당신이 지셔야 되요”라고 말하며 아스피린과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을 꺼냈다. 이 약을 혀 아래 놓고 녹이면 혈관이 확장되어 심장으로 더 많은 피가 쏠려 협심증을 완화시킨다.
하지만 애니는 “저는 선한 사마리아인 병원 의사가 말한대로 해야되요”라고 고집했다.
그러자 간호사가 내 혈압을 다시 재더니 “혈압이 떨어지고 있어요. 심장마비가 아니라는 증거죠”라고 사뭇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
이제 비행기는 대서양을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승무원은 알리브, 컴파진, 맬록스 등의 진통제와 제산제를 가지고 돌아왔고 나는 전부 삼켰다.
“이제 절반쯤 왔어요, 엄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가 말했다. “착륙할 때 깨워주세요.” 몇 분 후 선잠에 빠진 나를 엄마가 깨우며 말하셨다. “저 화면 좀 보렴.” 보니까 우리는 아일랜드 섀넌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엄마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애니 윌크스를 찾으러 가셨다. “비행기를 돌려요! 이제 괜찮아졌다잖아요!”
하지만 승무원은 “이젠 저도 어쩔수가 없군요”라고 말했다.
착륙 후 나는 앰뷸런스에 실려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척 봐도 아일랜드인인 의사가 나를 진찰하더니 심전도 결과를 알려주었다. “심장은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위통약을 좀 드리죠”라고 말하며 넥시움을 주었다.
—마르케토는 “캔서 빅센: 실화(Cancer Vixen: A True Story)”의 저자이자 뉴요커 카투니스트이다.
첫댓글 승객이 원하는 맥주브랜드가 없을땐,,,,
없다고 말하면 되지 않나요,,,,물론 말투에서 미안한 뜻이 배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미처 준비못했네요 그런말이 더 가식적입니다.
뱅기에 세계각종류맥주다구비할수없자나요.
약을못주게한승무원얘기,,,,
좀 답답한승무원이긴하지만
승무원의말에절대적으로 따르고 약을못먹었다는얘기는좀억지입니다.
무서운 승무원이네요. 제가 탈 비행기에는 저런 승무원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일반인이 권하는거라면 말릴수도 있지만 간호사가 진찰하고 환자 본인이 필요한 약과 증상을 아는 약사집안 사람인데 환자를 본적도 없는 의사 충고대로 강요하는 태도가 좀.. 문제가 생기면 간호사 당신이 책임지라는 둥. 자기가 하자는대로 하면 탈 났겠죠. 그러면 소송 걸렸을지도 모르는데 책임은 자기가 아니라 의사가 지니까 저러는거겠죠. 애니 윌크스라는 비유가 딱이네요. 환자를 안정시키면서 진정시킨 한국 승무원 글 읽고 나니 더 비교되네요...
제가 이 글을 올린 것은 많은 분들과 논쟁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관점과 가치관이 틀리기 때문입니다)
제가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느꼈던 것들을 공유해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 제가 원했던 브랜드의 맥주는 기내에서 제공했던 브랜드였습니다.
- 위의 내용은 가시를 인용한 것입니다.
비방이나 논쟁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