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에 유방암으로 7년 투병하고
간간이 휴유증으로 시랑고랑 하다 보니
나의 60대는 속절없이 병마와 함께 지나갔다.
처음 육십이 넘어서는 동시에 병이 발견되어
치료에 들어갈 때만 해도
“에이 그래‘ 차라리 잘되었다
환갑 넘긴 내가 더 살아 봐야 뭔 재미가 있을까
다가올 그 회색빛 노인의 시간을 어찌 견디려고
그 무력한 노인의 시간을 어찌 견디려고
”까짓 잘되었지 뭐,
투병이고 뭐고 죽는 거 괜찮다
죽자! 60년이면 많이 살았지 뭐
주변에서
”그 사람 죽었대,
나이가 몇인데?
“60이래’
“에이 살 만큼 살았구만 하던 나였잖은가
당시 나는 40대도 인생을 다 살았다 했고
50도 나 스스로 창피한 나이였으니
여자 나이 60이면
어둠만 가득할 거라는 절망감 가득한
고정관념에 갇혀 있을 때였다
지독한 화학약품의 악취 속에
그나마 여자라는 표식이던 외모조차
흉하고 무참하게 무너지고
삶의 질은 뚝뚝 떨어지는 중에도
”뭐 늙으면 다 죽는데 이까짓 거야
세상 즐거움은 질병이 없어도 다
사라질 나이인걸 상관없어!
그렇게 60대를
7년간 병원에서 보내고 나니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살아 있으나
병마가 초토화시킨 육신이라
돈벌이 커녕 노는 것도 힘에 부칠 지경
여기저기 둘러보니
무료 공부가 눈에 띄길래
초등부부터 고등부까지 가르쳐 주는
검정고시반에 들어가 공부를 하니 신세상이
따로 존재함을 그때 실감했었다
”아 살길 잘했다‘
“공부가 이렇게 재밌을 수가
”내가 공부하는 날이 다 오다니
일 년에 두 번 있는 검정고시
8월에 초등학교 합격
다음 해 8월에 고등학교 합격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했거늘
공부만큼은 쉽다! 그리고 아주 재밌다!
그거만으로도 모자라
유튜브 별샘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심화
2급까지 획득하느라 세월 가는 줄 몰랐으니
그간 내 나이가 60이라 암이든 뭐든
두렵지 않아 지금 죽어도 호상인걸
하며 입방정을 떨던 내가
절반은 무지한 인생을 살아왔음을
새삼 깨달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이 70에 지방 전문대 2년제 들어간 내가
청바지를 사 입고 꽃무늬 블라우스에
패티큐어 바른 여름 샌들로 멋 부릴 줄
뉘라 알았을까
짧고 찰나적이어도 좋다!
이 순간을 즐기자
이 하루만이라도 즐기며 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나
병마와 싸우며 헛되이 보낸 그 아까운?
60대 아깝지만 잊자
나는 이제 70이다
아무리 옷으로, 화장으로 가려도
기운이 달려서 발랄까진 아니더라도
어디 조용한 찻집에서 마음 맞는 이들과
세상 이야기는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으니
이 또한 축복된 나이라 할 수있다
아직 까지는 말이다
살아 보니 미리 겁먹고 준비하고
체념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
나이라는 것이다
다가오는 데로 그때그때 성실히
살아지는 것을
뭘 그리 혼자 다 늙은 거처럼
유난을 떨었던지
~~~~
사랑하는 삶방 식구님들
이제 더위도 장마도 다 지나가고
가을 밖에 올게 없네요
하여 우리모두 가을 맞이 하려면
아름 문학상 계시판에 가을 맞이 글
미리 준비하심을 부탁드려요
누구나 도전하세요
아무나 도전하세요~
사랑합니다~~~
카페 게시글
삶의 이야기
8월 13일 출석부 나이가 대수랴~
운선
추천 7
조회 400
23.08.13 05:59
댓글 104
다음검색
아주 가끔 드나들다보니
운선님의 지나온 세월에 대해 자료 빈약하고..
그래 그런지 오늘은 또 새로운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
21세기에 학교 다니신다니 얼마나 좋습니까...ㅎ
모쪼록 즐거운 학창 누리시고..밝은 나날 되소서...
아..지금까지 저는 운선님이 저와 같은 나이로 알았는데..
조금 많으신가보군요...
아 그래요 ㅎㅎ 너무 심심해서 사회복지과에 입학했지요
그런데로 세월도 잘가고 재미있어요 ㅎㅎ 고맙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출석부 도장은 찍어야 하는데
제가 더위를 피해 한 이틀간 외박을 했어요.
용서 해 주시고 늦은 출석이지만 개근상은 꼭 주셔야 합니다..
아 더우면 외박을 하시누나 ㅎ 잘하셨어요 중간 개근상 띄엄상뭐든 고르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