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주님 부활 승리의 기쁨 가운데 계절의 싱그러움을 만끽하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성월을 맞이하였습니다. 성모님의 달을 함께 기뻐하고 감사하며 월간 「레지오 마리애」를 통해 만나는 전국의 모든 레지오 단원들과 해외의 교포교회 레지오 단원 여러분에게 인사드립니다.
아시는 것처럼 오는 20일은 주님 승천 대축일이며 제41차 세계 홍보의 날입니다. 무엇보다도 교회 내 매스 미디어(Mass Media) 선용(善用)의 정신과 원리를 따라 교회 홍보(敎會弘報)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이해를 키우는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이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회기(1963년 12월 4일자) 중에 매스 미디어에 관한 교령(敎令) Inter mirifica를 반포하여 교회의 매스컴 활동에 관한 공적 견해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967년 5월 7일에는 세계 홍보(매스컴)의 날을 제정, 공포하고 이를 매년 예수 승천 대축일에 기념하게 하였습니다. 한국교회에서는 출판물 보급주일을 별도로 지내며 매스컴의 한 분야인 출판물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었는데 나중에 홍보주일과 합쳐지게 되었습니다.
레지오 마리애를 통해 더한 기쁨으로 살아가시는 단원 여러분!
바로 이러한 때 참으로 애석하고 섭섭한 소식 한 가지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국 60만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아온 월간지 「레지오 마리애」가 이번 5월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서울에서 그랬다는 소식이 그것입니다.
일찍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매스 미디어 교령」(Inter mirifica) 에서 무엇보다 먼저 좋은 출판물을 장려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교육의 매개체로서 가장 큰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출판물이라고 하였습니다.
뒤돌아보면 우리나라에서 가톨릭 출판사업이 처음 시작된 것은 마태오 리치(利瑪竇 Matteo Ricci, 1552~1610)의 「주교요지」(Substance of Catholicism)를 번역 출판한 것부터라고 합니다. 복음서와 교리서 및 기도서 등의 한글로의 출판은 국문학에서도 선각적인 공헌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한 출판의 기술면에 있어서도 상당히 진보된 것이었으나 개화기 이후 쏟아져 들어온 신문명의 속도에 뒤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뒤늦게 들어온 개신교측의 출판 능력보다 뒤지게 되었으며, 이것이 교세의 침체에 정비례했던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과 같은 - 컴퓨터나 전자 미디어의 발달로 -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살면서 직접 사람들과 만나 마음속 밑바닥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기도 하고,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책 한 권이면 모든 이가 잠든 깊은 밤에 혹은 지루한 여행길에서도 다정한 벗이 되고 때로는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고 합니다. 출판물이 없는 세상이란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신문이나 잡지가 없다면 사회와 대화의 길이 막힌 것같이 그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전국의 레지오 단원들과 해외에서 레지오 활동을 펴고 계신 단원 여러분!
월간 「레지오 마리애」는 1988년 8월 1일, 광주 중재자이신 마리아 세나뚜스와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가 한국 세나뚜스 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서울대교구 교구장(김수환 추기경)의 교회인가로 창간호를 펴냈으며 동년 10월 15일 문화공보부 등록을 마쳤습니다.
지금까지 통권 제226호에 이르는 동안 단원들의 영적 성장과 한국 레지오의 일치를 위한 소망을 전하며 한국 레지오 마리애의 구심점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공인 교본 연구와 각종 훈화자료, 교회의 공적 가르침과 성경공부, 레지오 인물탐구와 각 교구 및 지역별 소식과 정보 전달, 사색과 묵상과 기도의 장(場)을 마련하여 레지오 단원들의 의식제고(意識提高)와 영성 계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입니다.
그동안 열심하고 신실한 레지오 전사(戰士)들의 참여와 협력 가운데 한국 레지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한국인 단원들의 공감의 장(場)으로 자리매김하며 잡지 한 장 한 장에는 한국 레지오의 숨결이 서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 형편이 과연 이대로 좋은 것입니까. 많은 이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신문 방송이 없는 날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과연 우리 레지오 단원들에게 영적 양식을 공급해주는 월간 「레지오 마리애」가 없는 답답함을 체감(體感)해야만 하겠습니까?
성모님 군대로서 우리들 앞에 가로놓인 할 일과 과제가 많지만 지금 여기서(Hic et Nunc)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열린 마음 뜨거운 가슴으로 왼손에 일반사회의 신문․잡지를 들었다면 오른손에는 레지오 마리애 월간지를 들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운동을 펼칠 수는 없습니까.
교회 홍보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더불어 전국의 책임 있는 레지오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고심하고 연구하며 서로 화합하고 일치하는 가운데 월간 「레지오 마리애」가 지속되고 더욱 발전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