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세(人間世) 끝 부분]
顏回曰(안회왈): 「回之未始得使(회지미시득사),實自回也(실자회야); 得使之也(득사지야),未始有回也(미시유회야)。可謂虛乎(가위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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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회가 말했다.
“제가 아직 마음을 재계하지 않았을 때에는 回之未始得使
실로 제 자신이 있었는데 實自回也
마음을 재계하고 난 뒤에는 得使之也
처음부터 아예 안회가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未始有回也
이 정도면 마음을 비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可謂虛乎
夫子曰(부자왈): 「盡矣(진의)。吾語若(오어약)! 若能入遊其樊而無感其名(약능입유기번이무감기명), 入則鳴(입즉명),不入則止(불입즉지)。 無門無毒(무문무독),一宅而寓於不得已(일택이우어부득이),一宅而寓於不得已(일택이우어부득이)。則幾矣(즉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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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말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盡矣
내 너에게 말해주겠다! 吾語若 若 : 2인칭 대명사, 너
네가 세속의 울타리 속에 들어가 노닐면서도 명예 따위에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며, 若能入遊其樊而無感其名
樊(번)은 울타리, 곧 위나라 국경 안(또는 위나라 宮廷)을 지칭하지만 궁극적으로는 禮敎에 속박된 세속 세계, 인간을 속박하는 굴레에 빗댄 표현.
자신의 말이 상대방의 귀에 들어가면 말을 하고 入則鳴
상대방의 귀에 들어가지 않으면 멈추어라. 不入則止
入則鳴 不入則止 : 들어가면 말을 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멈춤. 자신의 말을 위나라 군주가 받아들이면 말을 하고 위나라 군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멈춘다는 뜻. 入은 가납(嘉納:간하거나 권하는 말을 기꺼이 받아들임)의 뜻
〈마음에〉 문과 담장을 치지 않고 無門無毒
無門無毒(무문무독) : 마음에 문과 담장을 치지 않음. 곧 안팎을 구별하는 인위적인 기준을 버린다는 뜻
오로지 道를 거처로 삼아 부득이 할 때에만 말할 수 있다면 거의 완전하다고 하겠다.
一宅而寓於不得已 則幾矣
一宅(일택) : 한결같이 도(道)를 거처(居處)로 삼음.
[宅은 거처이고, 마음을 至一의 道에 둔다[宅 居處也 處心至一之道].] - 성현영 풀이 -
絕迹易(절적이),無行地難(무행지난)。 為人使(위인사),易以偽(이이위); 為天使(위천사),難以偽(난이위)。 聞以有翼飛者矣(문이유익비자의),未聞以無翼飛者也(미문이무익비자야); 聞以有知知者矣(문이유지지자의),未聞以無知知者也(미문이무지지자야)。 瞻彼闋者(첨피결자),虛室生白(허실생백),吉祥止止(길상지지)。
夫且不止(부차부지),是之謂坐馳(시지위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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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으로부터 자취를 끊는 것은 쉽지만 絕迹易
세속에 살면서 땅 위를 걸어다니지 않기는 어렵다.
無行地難
남에게 부림을 받는 처지가 되면 為人使
거짓을 저지르기가 쉽고, 易以偽
하늘의 부림을 받는 처지가 되면 為天使
거짓을 저지르기 어렵다. 難以偽
날개를 가지고 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聞以有翼飛者矣
〈자연에 맡겨〉 날개 없이 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하였고, 未聞以無翼飛者也
지식(知識)을 통해서 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聞以有知知者矣
〈무위자연으로〉무지(無知)를 통하여 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하였다. 未聞以無知知者也
저 문 닫힌 집을 보라. 瞻彼闋者 闋: 쉴 결, 공허하다
瞻彼闋者(첨피결자) : 저 문 닫힌 집을 보라. 闋(결)은 空의 뜻(司馬彪). 成玄英은 “瞻(첨)은 관조(觀照)하는 것이고 彼(피)는 눈 앞의 경물이며 闋(결)은 空으로 보고[瞻 觀照也 彼 前境也 闋 空也] 만유(萬有)를 관조(觀照)한다.”는 뜻으로 풀이.
비어 있는 방에 햇살이 비치니 虛室生白
虛室生白(허실생백) : 비어 있는 방에 햇살이 비침. 사마표는 “室은 마음을 비유한 것으로 마음을 공허하게 비우면 純白이 홀로 생긴다[室比喩心 心能空虛 則純白獨生也].”라고 풀이. 崔譔은 白을 “햇빛이 비치는 것이다[日光所照也].”라고 풀이.
길상(吉祥)은 고요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다. 吉祥止止
吉祥止止(길상지지) : 길상(吉祥)은 고요한 곳에 머묾.
止/止 : 지에 머물다 (서술어 / 보어)
앞의 止는 동사로 머문다는 뜻이고,
뒤의 止는 명사로 고요한 곳, 비어 있는 곳을 의미.
직역: 길상이 고요한 곳에 머물다.
또한 〈길상이 머물지 않는 것은〉 마음이 고요히 머물지 않기 때문이니 夫且不止
이것을 일러 몸은 가만히 앉아 있지만 마음이 이리저리 치닫는다고 한다. 是之謂坐馳 馳 : 머무를 치
몸은 움직이지 않고 마음만 바깥으로 달리다[좌치坐馳]
夫徇耳目內通而外於心知(부순이목내통이외어심지), 鬼神將來舍(귀신장래사),而況人乎(이황인호)! 是萬物之化也(시만물지화야),禹、舜之所紐也(우순지소뉴야), 伏戲、几蘧之所行終(복희궤거지소행종),而況散焉者乎(이황산언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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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귀와 눈이 전해 주는 것에 따라 외부의 사물을 안으로 받아들이고 안에 있는 교활한 심지(心知)를 버리면
夫徇耳目內通而外於心知 徇 부리다
귀신도 와서 머무르려 할 것인데 鬼神將來舍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而況人乎
이것이 만물을 감화시키는 방법이니. 是萬物之化也
우(禹)임금과 순(舜)임금이 지켰던 방법이고
禹、舜之所紐也
복희씨(伏戲氏)와 궤거씨(几蘧氏)가 죽을 때까지
실천했던 일인데 伏戲、几蘧之所行終
하물며 이들만 못한 보통 사람은 말할 나위도 없지 않은가!"
而況散焉者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