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파괴에 나선 서울시의 영어숭상
영어장난, 한자장난은 서울시민과 국민을 우롱하는 짓
김 영 호(칼럼니스트)
서울 시내를 오가거나 지하철을 타면 우리말과 영어 또는 한자와 합성한 해괴한 글귀들이 눈에 자주 띈다.
주로 서울시의 홍보물이다.
어떤 것은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나 어떤 것은 도통 알 길이 없다.
무슨 뜻인지 알려고 누리집에 들어가 봤더니 온통 그 따위 합성어나 영어 낱말이 무더기로 쏟아져 더욱 당황스럽다.
영어를 잘 이해하더라도 더러는 짐작조차 어려울 만큼 헷갈린다.
정작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인들 알까 싶은 말이 수두룩하다.
영어를 모르는 시민은 몰라도 좋다는 자세다.
'희망플러스 통장',‘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클린재정’. ‘서울비전체계’,
‘시민패트롤’, ‘서울사랑커뮤니티’, ‘서울리뉴얼’, ‘비전갤러리’, ‘그린트러스트’,
‘하이서울리포트’, ‘서울메트로 모니터’, ‘시니어 패스’, ‘하이서울 페스티발’,
‘천만상상 오아시스’, ‘서비스 매뉴얼’, ‘비전서울 핵심프로젝트’, ‘희망드림프로젝트’,
‘시민행복 업그레이드’, ‘클린운영’, ‘보육보털 사이트’, ‘서울형 데이케어 센터’
등등 무슨 뜻인지 모를 영어 투성이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반포 컬처 랜드’,
‘금호 나들목 빌리지 커뮤니티 플라자’ 따위는
지명만 빼고는 장소를 나타내는 영어낱말의 나열이다.
아예 영어를 그냥 쓰기도 한다.
‘윈드 앤 바이시클 플라자’, ‘요트 마리나’, ‘에코마일리지’,
‘서울형 데이케어 센터’, 따위 말이다.
'U-Seoul','WOW동영상’, ‘e-poll', ‘N서울타워’,‘WDC담당관’,
‘2009 Seoul V-Festival', 'citizen participation', SHift, SH Vill 등등
영어를 공용어로 아는지 영문자를 그대로 적는다.
문제는 영어를 잘 안다손 치더라도 무슨 뜻인지 모를 영문자가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영어실력을 뽐내려는지 ‘맘프러너’(mompreneur)란 주부 인터넷 창업자라는 뜻의 낯선 새말까지 쓴다.
엄마(mom)와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로서 집에서 인터넷 블로그나 쇼핑몰을 통해 돈을 버는 주부를 일컫는 말이다.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그 뜻을 알지 모르겠다.
65살 이상 지하철 무료승차권은 ‘시니어 패스’라고 한다.
‘어르신 교통카드’라는 작은 글씨가 있으니 말인데 노인을 사회적으로 우대하는 뜻의 영어는 'senior citizen'이고 공짜승차권은‘free pass'이다.
‘시니어 패스’라니 눈치로는 알만하지만 엉터리 영어다.
서울시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Hi seoul’이다.
‘하이’를 높다는 뜻으로 쓰는지 아니면 외국인이 서울을 향해 인사말로 쓴다는 뜻인지 모르겠다. 마약에 취했다는 뜻으로 오해나 사지 말았으면 좋겠다.
서울지하철공사를 왜 누구를 위해 ‘서울메트로’로 바꾸었지도 알고 싶다.
메트로 타러 간다고 말하는 시민이 없으니까 하는 말이다.
파리, 워싱턴 D.C., 캐나다 몬트리얼 같은데서 쓴다고 쓰는 모양이다.
영문적기가 필요하다면 미국식은 'Seoul Subway'이고 영국식이라면 'Seoul Undergroud'이다.
‘어린이집도 엣지있게’라는 지하철 광고문구가 있다.
에지(edge)를 무슨 뜻으로 쓰는지 모르겠다.
‘데이 케어’가 탁아소란 뜻을 가졌는지 모르는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
서울형은 또 무슨 말장난인가?
서울시 지원 탁아소를 ‘서울형 데이케어 센터’라고 한다.
SH공사는 서울시가 도시개발공사를 바꾼 사명이다.
SH는 Seoul Housing(서울주택)의 머릿글자(頭字)로 짐작된다.
SH공사가 선전하는 SHift가 왜 장기전세이고 SH Vill이 왜 국민임대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누리집에선 SHift는 무엇을 바꾼다는 뜻이고 중산층, 실수요층을 위한 신개념 주택이라고 말한다.
SH Vill은 그나마도 설명이 없다. 수수께끼 같은 영어장난이다.
나이가 100년 가까운 은행나무 29그루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꽃밭을 만들고 나서는 그것을 ‘플라워 카펫’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 1억2,000만원을 들여 가을꽃으로 바꿔 심더니 또 그것을 걷어내 버렸다. 그리고서는 17억원을 쏟아 부어 대형 점프대를 설치했다.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하루 짜리 행사를 위해서라고 한다.
나라의 공금을 제멋대로 쓰는 꼴이다.
지난 11월 ‘2009 Seoul V-Festival'이란 포스터가 나붙었다.
'서울 자원봉사자대회'란 작은 글씨를 보고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 완만한 접근로를 만들고서는 ‘어반 테라스’(urban terrace)라고 말한다.
영어도 모자라는지 한자까지 동원해서 말장난을 일삼는다.
지하철에서 ‘일어서自’라는 광고문안을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중소企UP'라니 이 또 무슨 짓인가?
‘여행(女幸)프로젝트’ 이 또한 알 수 없어 무슨 말인지 묻고 싶다.
서울 동대문구 중랑천에는 ‘중랑천愛놀자’ 서울 동물원에는 ‘스타夜놀자!’가 붙었다. 이쯤 되면 가관이다.
지난 4월 시내버스에는 ‘반포대교 분수 4월 대오픈’라는 광고가 나붙었다.
왜 ‘그랜드 오픈’이 아니고 ‘대오픈’인지 모르겠다.
서울이 국제도시로 변모하고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그들을 위해서라면 작은 글씨로 영어를 옆에나 밑에 쓰면 된다.
서울시의 영어장난은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말한다.
영어를 얼마나 잘 하는지 몰라도 우리말 파괴를 중단하라.
영어장난, 한자장난은 서울시민 나아가서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천박한 영어숭상은 개인에서 끝나야 한다.
(우리신문 제274호 2009년12월19일자 13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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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먼저 영어를 이렇게 대접하니,
민간 기업에서도 다들 영어 이름을 지으려고 기를 쓰는군요.
돌아다니다가 찾은 부동산 자료인데, 어느 나라 집 이름들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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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제침략시대의 우리 언어 말살 정책과 다름이 없다고 봅니다...그것도 우리의 정부, 언론매체에서 스스로 자멸하는 꼴이니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들이 원통할 따름이지요 ....언어와 문화를 스스로 없애는 나라......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쳤으면.......
미국유학파 출신자들이 공무원혹은 정보를 주기때문에 영어만능화로 가는듯. 거기다가 한심한 미국사대주의도 한몫
일제때처럼 우리말을 직접적으로, 강제적으로 말살하고 죽이면 반발이 심하지요,,,,,,,,,,,그래도 저렇게 간접적으로 우리말을 영어로 대체해 나가면서, 동시에 영어못하면 승진과 성공을 못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서, 한국인 스스로 영어의 노예화가 되게 하는 아주 고도의 지능적인 수법을 쓰고있는 겁니다. 물론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좋은음식 배불리 쳐먹고, 희희덕거릴 수 있다면
나라가 망하든 말든 그딴 건 관심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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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가 사라져야 다들 정신차리지
우리나라 언어만큼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언어도 없습니다. 정신 차립시다,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