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데렐라 언니] 16
S#1. 운학루 안채 마당
은조 들어온다. 충격으로 넋이 나갔다. 마루로.
S#2. 복도
은조, 복도를 지나 자기 방 쪽으로.
S#3. 은조 방 앞
은조, 자기 방문 열고 들어가려다, 문득 효선의 방 쪽을 본다.
S#4. 효선의 방
노크 소리 들리고, 은조가 문을 연다. 효선의 방이 비어있다.
은조 : (넋나간 그대로).....
S#5. 대성의 서재
은조 들어온다. 대성의 사진 앞으로.
은조 :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 좀 해봐주세요....
그 아래로 털썩 주저앉아버리는 은조 .....
S#6. 도가 마당
도가 직원 아저씨들, 대성의 얼굴이 표지로 실린 잡지를 서로 돌려보며, 눈시울 글썽이고 있다.
해진, 마치 자기가 해낸 일인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다.
해진 : 이게 말이야, 미국으루 치면은 거 뭐냐, 타임이나 뉴스 뭐시기에 해당하는 책이라말야, 여기에 아무나 얼굴이 실리느냐,
그건 아니라말이지, 적어두 아홉 시 뉴스에 뻑하면 나오는 그런 사람이나 돼야
이 책 껍데기에 딱 얼굴이 박힐 수가 있다말이지!
그 뒤로 기훈이 들어온다(은조가 그냥 가버려서 찾으러 온 것, 은조는 아직 기훈에게 아무 반응도 안했다).
아저씨들을 일별하고, 사무실로 가는 기훈.
S#7. 도가 사무실
기훈 들어와보면 아무도 없고. 밖을 내다보면, 아저씨들과 해진, 잡지 보면서 떠들고 있는 모습.
정우, 청솔가지(혹은 항아리 같은 것 적당히) 들고 가다가 아저씨들이 들고 있는 잡지를 보고는
손에 들었던 것 놓고 얼른 끼어드는 모습이 보인다.
기훈, 휴대폰 열어 MMM에게 전화 연결한다.
S#8. 대성의 서재
은조 넋 나간 채로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주머니에서 휴대폰 울린다.
은조 휴대폰 꺼내서 액정 보고, 그대로 바닥에 툭 던지듯 놓아버린다. 휴대폰 울리다 끊어진다.
S#9. 도가 사무실
기훈, 은조에게 문자메시지 넣고 있다.
기훈(E) : 어디 있니?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해?
S#10. 대성의 서재
문자 메시지 도착하는 소리. 은조, 문자메시지 확인하려고 휴대폰 만지는데, 전화 온다. 액정 보면 효선이다.
은조, 애써서 전화 받는다.
은조 : 여보세요?
효선(F) : 나 방금 잡지 봤어.
은조 : 너, 어딨어?
효선(F) : 잡지 봤다구! 아빠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잡지!
은조 : 어디...있냐구...
효선(F) : 동수한테.
은조 : 동수...한테?
S#11. 동수네 2호점 앞 거리
효선, 가면서 통화중이다. 한 손엔 잡지 들고 아빠 얼굴 보면서.
흥분해있는 효선. (몸살은 지나갔지만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효선 : 응, 이따 밤에 막걸리 시음대회잖아. 동수가 좀 일찍 오라 그래서. ....(전화 끊어진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S#12. 서재
은조, 급히 동수의 번호를 찾아 버튼 누른다. 화급하다.
동수가 얼른 전화를 받지 않자, 벌떡 일어난다. 마침내 전화가 연결되면
은조 : 동수야! 효선이한테 아무 얘기두 하면 안 돼!
S#13. 동수네 2호점 안
시음대회 준비를 하고 있는 동수네 2호점 스탭들. 동수, 그런 가운데서 전화를 받는다.
동수 : 무슨 얘기?
은조(F) : 아까 나한테 한 얘기, 효선인 몰라야 해!
동수 : 그래? (하며 보는데)
효선 : (들어오며 동수에게 잡지 흔들어 보인다)
동수 : 알았어. 너 안 와? 빨리 와. 너두 와야 해!
S#14. 도가 사무실
기훈, 효선의 전화를 받고 있다. 오랜만에 기훈도 들떠있다.
기훈 : 글쎄, 난 시간이 안될 거 같은데 효선아? 지금, 어떤 상황인 거 같아?
하는 순간, 도가 전화벨이 울린다. 이미 저쪽에서는 정우가 주문 전화를 받으면서 메모를 하고 있는 상황.
기훈 : 지금 전화통에 불 나기 시작했어. 기다려. (휴대폰 내려놓고 울리는 전화 받는다) 감사합니다, 대성참도갑니다.
S#15. 동수네 2호점
효선,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기훈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다.
기훈(F) : 물론 주문에 바루 댈 수 있습니다.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효선 : ......
기훈(F) : 예 알겠습니다, 주문서를 이메일루 넣어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전화 끊는 소리, 다시 휴대폰으로)
여보세요? 들었니?
효선 : (애써 담담하게 말한다, 기훈에게 다정하게 굴지 말라고 말한 이후 처음으로 붙는 장면이니까) 들었어. 다행이야.
그런데 여기두, 이 시음대회에 그냥 놀자구 온 게 아니구 우리 술 홍보에 도움 될까 해서니까,
일이라구 생각하구 시간 내서 와줬음 해.
하는데 휴대폰을 통해 이미 저쪽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기훈이 전화받는 소리 “안녕하세요 대성참도갑니다” 들리고 있다.
효선, 휴대폰 가만히 접고, 잡지에 실린 대성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효선 : ......
그런 효선을 저쪽에서 보고 있는 동수 위에.
은조(E) : 효선인 몰라야 해!
동수 : ......
S#16. 운학루 앞
은조, 자동차에 급히 올라 시동을 건다.
S#17. 대성참도가 앞길
은조, 차를 몰고 내려가는데, 기훈이 도가에서 나와 자기 차로 가다가 내려오고 있는 은조의 차를 발견한다.
기훈, 앞으로 몇 걸음 나서서 은조의 차를 향해 팔을 흔든다. 서보라고.
은조, 그대로 지나치려 하고, 기훈, 설마 은조가 그대로 지나칠 거라고 생각 못했기 때문에 은조의 차 앞으로 훌쩍 나선다.
놀란 은조, 급정거하고, 기훈, 벙-한 얼굴로 그대로 서 있다. 기훈과 은조의 차 사이가 십 센티도 안떨어져있다.
은조, 너무 놀라서 하얗게 질린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다. 기훈, 그런 은조를 보고 은조 옆으로 뛰어가 창문을 두들긴다.
기훈 : 열어봐. 나 괜찮아. 열어봐.
S#18. 은조의 차 안
은조, 하얗게 질려 정면을 보고 있다. 기훈은 은조의 왼쪽 옆에서 창문을 두들기고 있다.
기훈 : 은조야. 괜찮아? 잠깐 내려봐.
은조, 천천히 고개를 돌려, 넋나간 얼굴로 기훈을 본다. 기훈, 창문 내려보라고, 손 흔든다.
은조가 너무 넋이 나가있으니까 기훈, 차 문을 열려고 한다. 열리지 않는 문.
은조, 다시 정면 본다. 시동 걸고, 그대로 기훈을 지나쳐 운전해 가버린다.
S#19. 도가 앞 거리
기훈, 그대로 가버리는 은조를 의아하게 보고 있다. 휴대폰 꺼내서 은조에게 전화 거는 기훈.
기훈 : .....?
S#20. 도로
은조의 차 달린다. 정신 없는 은조 위로
동수(E) : 니네 도가에 있는 홍기훈 형이 그 집 막내아들이라는데? 너 그건 알고 있었니?
엑셀 더 밟는 은조.
S#21. 프라이빗 룸
(호텔 레스토랑 등의 밀실 분위기)
은조, 굳은 채로 앉아있다. 노크, 문 열리고, 호텔 직원이 기정을 안내해 들어온다.
은조, 눈만 들어서 기정을 올려다본다. 직원이 기정을 앉게 하고는 나간다.
기정 : 조금 빠르네요?
은조 : (가만히 본다)...
기정 : 다시 날 찾아올 거란 생각은 하구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라서요.
은조 : (대뜸) 형제가 어떻게 되시죠?
기정 : ?
은조 : 동생이..있죠?
기정 : (아, 무슨 소린지 알겠다, 잠깐 귀찮고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내 동생이 혹시 그 댁에 결례를 했나요?
은조 : ?
기정 : 구은조씨 동생 구효선씨의 사진을 끼구 살더니, 혹시 그 녀석, 그 댁을 찾아갔나요?
은조 : ?
기정 : 나이가 들어두 철이 안나는 놈입니다. 혹시 무슨 실술 했다면 내가 사과합니다.
은조 : .....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기정 : 내 동생을 묻지 않았어요?
은조 : 예. 동생요.
기정 : ...... 질문이 뭐였죠?
은조 : ...... 홍기훈이란 동생이 있나요?
기정 : ......
은조 : ...... 있군요.
기정 : ......
은조 : 알겠습니다. (일어선다)
기정 : 앉아요.
은조 : ...... ?
기정 : 앉아요. 일방적으루 그러는 거 아뇨.
은조 : ...... (앉는다. 털썩 앉듯이)
기정 : 내 동생 이름은 홍기태요. 홍기훈이란 녀석은 내 동생이 아니오.
은조 : ....... ?
기정 : 그 녀석이 내 동생은 아닌데, 우리 부친의 아들인 건 확실해요.
은조 : .......
기정 : 뭘 알구 온 모양인데, 더 자세한 건 우리 아버님이나 기훈이놈한테 물어보면 돼요. 난 해줄 말이 없소.
은조 : 그러니까.... 홍주가의.... 모든 가족이 힘을 합쳐서.... 홍기훈씨까지 합세해....
기정 : 그만.
은조 : ....
기정 : 그런 얘긴 나한테 하는 게 아니지. 그런 얘길 듣자구 구은조씰 잡아 앉힌 게 아니오.
은조 : .....
기정 : 우리 아버님이나, 기훈일 통해 사실을 알게 되구 나면, 반드시 날 다시 만나구 싶을 거요.
나랑 그쪽이 협조해 무슨 일이든 도모하구 싶을 거란 뜻이에요. 그 때 다시 얘기합시다.
은조 : ..... (일어서는데)
기정 : 이봐요.
은조 : ..... ?
기정 : 내 앞에서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없는데?
은조 : ..... (그 와중에도 기가 막혀서) 왜요?
기정 : 그렇게 묻는 사람도 없구 말야.
은조 : (기막히다. 그냥 스르르 나가버린다)
기정 : (불쾌해서).....
S#22. 호텔 로비
은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로 걸어온다.
다리에 힘이 빠져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은조, 기둥 같은 데를 붙들고 한참 서 있는다.
S#23. 호텔 커피숍
은조, 커피 한 잔 놓고 넋 나간 얼굴로 앉아있다. 그런 은조 위로
플래시백
- 11부 36씬 절에 다녀온 기훈이 은조에게 죄책감을 호소하던 장면
- 12부 46씬 “너는 이런 식으로 아저씨께 보답할 길이 있잖아/ 난 없어/ 있는 니가 부러워.” 하는 기훈
- 14부 15씬 “이젠 안돼 은조야” 하던 기훈
- 15부 83씬 대성의 얼굴이 표지로 실린 잡지를 들이밀던 기훈.
커피잔을 드는 은조의 손, 파르르 떨린다. 은조, 다른 손으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느라 만지는데, 그 손도 파들파들 떨린다.
커피잔 툭 떨어뜨리고, 테이블에 커피 쏟아지는데,
은조, 닦으려고 냅킨 집어들다가 냅킨도 떨리고 커피 받침도 떨리고 커피스푼도 떨리고,
테이블을 짚으니 테이블도 드드드드 떨린다.
은조, 떨리는 자기 손을 따라 팔을 보면 팔도 떨리고, 다리도 떨리고 있다.
S#24. 로비/커피숍 앞
기정, 비서와 함께 지나가다가 문득, 커피숍 안의 은조를 본다.
은조는 기정이 보기에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있는데, 갑자기 은조가 옆으로 픽 쓰러지고 있다.
기정, 비서를 툭 친다. 비서, 바람같이 은조에게로 달려간다.
S#25. 호텔 주차장
비서, 은조를 부축해 은조의 차로 데려다준다. 기정이 뒤에서 보고 있다.
은조, 비서 밀쳐내고 자기 차로 가는데, 무릎이 한번 푹 꺾였다 바로 선다.
기정, 온다.
기정 : (비서에게) 모셔다 드리지.
비서 : 예 알겠습니다. (하는데)
은조 : (갑자기 터진다) 이게 무슨 짓이야 당신들!!
기정 : ?
은조 : (자기 차에 한 손을 대고 의지하면서, 새처럼 떨면서) 그러니까....당신들이 힘을 합쳐서.... 한 사람을 죽인 거군....
난.... 내가 그런 거라구 생각했는데.... 우리... 아... 아... 아빠를 찍어누른 게... 나만이 아니었단 거지..
그렇게 여럿이서 한 사람을... 그것두, 그 사람이 합세해서 말이지, 그 사람이 당신들하구 합세해서 말이지!!
한 사람을 여럿이서, 그... 그 분을... 그렇게 여럿이서 그랬단 말이지!!
기정 : 이봐요. 지금 그쪽, 하얘졌어요, 괜찮아요?
은조 : 어떡할래요.... 당신들 정말... 큰일이네요....
기정 : .....?
은조 :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건데, 어떡할래요...네?
은조, 정말 눈빛으로 기정을 죽일 듯이, 기정을 바라본다. 기정, 그런 은조의 눈빛을 받아내고 서 있다.
S#26. 동수네 2호점 안
은조 들어서면, 시음대회를 준비하느라 왁자지껄하고, 눈으로 더듬어 효선을 찾는 은조.
효선, 저쪽에서 동수와 무슨 이야긴가를 나누고 있다. 그런 효선을 보는 은조 ......
S#27. 동수네 2호점 근처 공원 (해거름)
은조, 햄버거 봉지 같은 것 들고 앞서서 걷고 있고, 효선, 은조를 따라온다.
은조, 벤치에 앉는다. 효선, 서서 그런 은조를 본다.
은조 : 와 앉아.
효선 : ..... (옆에 앉는다) 무슨 얘긴데?
은조 : (햄버거 꺼내 효선에게 하나 주고 자기도 꺼낸다) 배고파. 아침부터 아무것두 못 먹었어.
(햄버거를 싼 종이를 벗겨내면서) 열은 좀 내렸어? 몸살기 아직 안 떨어졌지?
효선 : 괜찮아. 무슨 얘긴데 그래?
은조 : 그냥, 혼자 먹기 싫어서.
효선 : 니가.... 그런 애는 아니잖아.
은조 : .....
효선 : 아무리 나한테 다정하기루 했대두, 밥 혼자 먹기 싫어 나 불러낼 사람은 아니지 않냐구.
은조 : ...... (한 입 베어무는데)
효선 : 혹시.... 엄마가 무슨 얘기 해?
은조 : (본다)... 엄마가?
효선 : .... 아님 됐어. (저도 햄버거 껍데기 벗긴다)
은조 : .... 마음은 어때?
효선 : ?
은조 : 실연당했다며. 니 마음이 어떠냐구.
효선 : .....
은조 : 오해하지 마. 너 실연당했으니 내가 어째보겠다 그런 뜻 아냐.
효선 : ...... 어떤지, 궁금해?
은조 : 궁금해. 너한테 다정하기루 했잖아. 안믿기겠지만 니 언니루, 그런 게 아니라면 그냥,
요즘 가장 얼굴 많이 보는 니 또래 친구루, 물어 볼 수 있는 거잖아.
효선 : 정말 궁금해?
은조 : 어. 궁금해.
효선 : 아파.
은조 : .....
효선 : 정식으루 거절당하면 무지 아파.
은조 : ..... 그 사람, 어떤 사람이야?
효선 : 어떤 사람이냐니?
은조 : 넌 나보다 훨씬 오래, 그 사람하구 남매처럼 지냈잖아. 궁금해서 그래. 어떻게, 집에 오게 된 거야?
효선 : 어느날 아빠가 데리구 왔어.
은조 : .....
효선 : 아빠 친구 아들인데, 등록금 없어 알바한다구.
은조 : ...... 니 마음 아직.... 그 사람한테 있니?
효선 : 어떨 거 같아?
은조 : ...... 몰라서 묻잖아.
효선 : 어.
은조 : .....
효선 : 오빠가 어딜 가더라두, 어떤 여자한테 가더라두, 나랑 영영 상관없는 사람이 되더라두.
은조 : .....
효선 : (햄버거 베어문다) 궁금해해줘서 고맙네.
은조 : ..... (자기도 베어문다. 빡빡하게, 자기가 뭘 먹는지도 모르고, 먹는다).....
기정(F) : 그래두 너랑 나랑 최소한 입은 맞춰둬야 할 거 같아서 말야.
S#28. 도가 사무실 (밤)
프린터에서 주문서들이 잔뜩 출력되어 나오고 있고, 그 프린트기 앞에서 기훈, 낯빛이 창백해져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다.
기정(F) : 그 집 장녀가 어느 만큼 어디까지 알구 왔는진 모르겠다만, 니가 우리 아버지 아들이라는 걸 알구 왔으니,
니가 그 집에 왜 갔는지두 안다는 뜻 아니겠어? 그 기집애는 내가 너랑 공모한 걸루 아는 거 같은데,
기세등등한 걸루 봐서는 법적으루 문제삼거나 신문사 제보 같은 거, 하룻강아지 같이 저지르구 볼 아이 같아서 말야.
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기훈, 자책과 회한과, 은조에 대한 걱정 등으로 떨려온다.
기훈 : 은조는.... 어떻던가요.....
기정(F) : 어떻더냐니? 그게 무슨 말이야?
기훈 : 울던가요....?
기정(F) : 글쎄, 울었는지 말았는지는 기억이 안난다만, 사시나무처럼 떨더라.
기훈 : ......
기정(F) : 최소한 그 계집애가 호루라길 불구 다니지 않게 니가 그건 담당 좀 해야겠다.
너나 나나 아부지나, 그건 곤란하지 않겠어?
기훈 : 아직... 여기 안왔는데... 떨면서.... 어디루 간 거예요....?
기정(F) : 넌 내 말을 듣는 거냐 안 듣는 거냐! 무슨 딴청이야!!
기훈 : (버럭) 어디루 갔냐구요! 그렇게 떠는 앨 그냥 혼자 보냈어요? 보내기 전에 나한테 전활 하죠오!!
기훈, 전화 퍽 끊어버린다. 기훈,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데, 정우, 사무실에 들어와 그런 기훈을 보고 있다....
(정우, 기훈의 통화내용 들었고, 사태 짐작 다 했다)
S#29. 동수네 2호점 앞 (밤)
시음대회 알리는 표지(입간판이나 플래카드 등) 있고, 안에서 떠드는 소리 들리고..
S#30. 동수네 2호점 안 (밤)
시음대회 진행되고 있다.
여기저기서 디카나 폰카로 사진 찍는 젊은이들 보이고 효선의 순서, 효선이 잔을 들자 모두 환호한다(효선은 이 동네 인기인).
시음하고, 제품을 말해야 하는데, 효선, 맛을 보고 아무 맛도 못 느낀다.
은조, 객석에서 보고 있는데 효선이 아무래도 이상하게 느껴진다.
효선, 다른 잔을 든다. 마셔본다. 또 다른 잔을 드는 효선, 마셔본다. 아무 답도 못하자, 보던 사람들 웅성거린다.
동수, 좀 당황한 기색. 효선도 어색하게 웃는다.
은조 : .......
그런 은조의 옆에 기훈과 정우가 와서 선다. 은조, 휙 하고 돌아보고, 기훈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 은조.
기훈 : 가자.. 얘기 좀 해.
주변이 갑자기 와아아 시끄러워진다. 어떤 참가자가 술맛을 모두 알아맞히고 있는 중이다.
효선, 물끄러미 그 참가자를 바라보다가, 기훈과 정우가 와있는 것을 보는데,
은조,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린다. 기훈, 후다닥 은조를 따라나간다.
효선 : ....(그쪽으로 시선 주는데)
정우 : (괜히 효선에게 어색하게 팔 들어보인다)
S#31. 주차장
은조, 차로 뛰어온다. 차키로 차 문 여는데 기훈 따라와 그 문 잡는다.
기훈 : 얘기하자.
은조 : (직감적으로 은조 자신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기훈이 알고 왔다고 느낀다) 무슨 얘기, 나 할 말 없어. 이거 놔.
기훈 : 내가 할 말이 있어.
은조 : 싫어! 안 들을 거야!
기훈 : 몇 번이나 얘기하려구 했었어. 다른 사람한테 듣게 할 수 없어서 내가, (하는데)
은조 : (귀막고 비명) 아아아아아아악-!
기훈 : (은조의 손을 귀에서 뗀다) 은조야!
은조 : (뿌리치고 기훈의 뺨을 철썩!)
기훈 : ......
기훈, 얼굴을 마른세수하고, 은조의 손을 잡아 조수석 쪽으로 끌고간다. 은조, 소리 고래고래 지르며 이거 놓으라고.
기훈, 강제로 조수석에 은조를 들여놓고 문 쾅! 닫는다.
S#32. 운학루 동네 호숫가 (밤)
차가 달려와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차 서면, 은조, 자기 먼저 튀듯이 바깥으로 뛰쳐나온다. 기훈, 따라나온다.
은조, 어딘가로 뛰어들것만 같은 심정으로 아무데로나 뛰어간다. 기훈, 죽어라 가서 따라잡는다. 거의 육탄전이다.
은조, 기훈을 발로 차고, 가방으로 팬다. 기훈, 고스란히 맞아가며 은조의 손목만을 찾아 쥐고 있다.
은조 : 놔! 무슨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거야! 아직 아무말두 못 들어. 이대루 얘길 듣다간 온몸이 조각조각 터져 없어질것 같다구!!
나쁜 자식, 천하의 저질, 개자식, 넌, 바닥이야, 바닥두 그런 아랫바닥이 없어, 밟구 지나가기두 싫어, 끔-찍해애애애---!!
기훈 : 지금 들어, 그냥 지금,
은조 : 놔! 싫다구!!
기훈 : (손목 틀어쥐며) 지금 해. 하루 지나면 하루만큼 더 고통이구 이틀 지나면 이틀만큼이야. 지금 끝내줄게. 지금 끝내자구!
은조 : (힘으로 안되니까 기훈의 그 손목을 죽어라 물어뜯는다)
기훈 : (자신의 손목에 이빨을 박은 은조를 고통스럽게 바라본다. 그래 뜯어라다)
은조 : (제풀에 지쳐서 떨어진다)
기훈 : ...... (은조의 손목을 놓는다)
은조 : ...... (털썩, 주저앉는다)......
기훈 : ......
S#33. 달리는 기훈의 차 안 (밤)
정우가 몰고 있고, 효선이 뒤에 탔다.
효선 : 기훈오빠랑, 은조랑, 어디 간 거예요?
정우 : 공장에 일이 있어서 급하게....
효선 : 정말, 공장 일이에요?
정우 : 예. 정말 공장 일이에요.
효선 : 공장, 무슨 일요?
정우 : 그건 저두 잘 모르는데요.
효선 : .... 은조랑 그쪽.... 무슨 관계에요?
정우 : ..... (씩 웃는)
효선 : ..... ?
정우 : 누나가 말 안합니까?
효선 : 안 해요 그런 말. 알잖아요. 깍쟁인 거.
정우 : 어릴 때, 한 집에 살았던 적 있어요.
효선 : ..... 한 집에?
정우 : 그래요, 한 집에. 누나가 오기 전엔 밥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효선 : (말 다 듣지 않고) 한 집에, 우리 엄마랑, 같이 말이에요?
정우 : ..... 그래요.
효선 : 우리 엄마, 그쪽 모르는 거 같던데요?
정우 : 아줌만 어릴 때부터 나한테 관심 없었어요. 모르는 게 당연해요.
효선 : 우리 엄마랑, 그 쪽 아버지랑.... 같이 살았나요?
정우 : 아니에요.... 아버진. 그냥 날 걷워준 아저씨.
효선 : 그 아저씨가 혹시.... 장택근...씨에요?
정우 : (속으로 쿵 내려앉는다, 자기 실수를 깨닫는다)...아, 아니에요.
효선 : (의혹의).....
정우 : 아니에요 정말!
효선 : 내가..... 만나보게 해줄래요?
정우 : (깜짝 놀라 핸들 꺾어 갓길에 차 세운다)
효선 : (급정거에 휘청한다)
정우 : 뭐하러 만나요? 그럴 필요 없어요!!
효선 : ....... 장택근이란 사람이 그쪽 아버지, 맞군요.
정우 : (아뿔싸.....)
효선 : ....... 그랬구나.....
정우 : (죽겠다)
효선 : (멍하다) ..... 당신들은 다.... 어떻게 된 사람들이에요, 그쵸....
정우 : ......
효선 : 우리집에 어떻게... 몽땅 다 그렇게 발을 담궜나요.....
정우 : 그, 그게요, 나는,
효선 : (마른침을 삼키는)..... 입 다물어요....(목소리가 꽉꽉 잠겨들어간다) 입...다물어...아무말두....하지 마요....
정우 : ...... (미치겠다)
S#34. 호숫가 (밤)
호숫가 이쪽에 은조, 토하는 것 같은 자세로 쭈그리고 앉아있다.
조금 떨어져서 기훈 서 있다. 이미 거의 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다.
기훈 : .....
은조 : .....
기훈 : .....
은조 : ..... 아무리 그렇더라두... 안할 수 있었어. 그쪽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든, 그쪽 집구석이 어떻게 생겨먹었든간에,
자기 집 소용돌이 자기가 감당못해 아무 죄두 없는 자기를 거둬준 어른한테 와서....
그 어른을 속이구, 남매처럼 지낸 효선일 속이구, 그리구...나를....
기훈 : 엄마가.... 형 때문에 돌아가셨단 얘길 들었을 때, 돌았어. 형을 망하게 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어.
아저씨한텐 몸피가 커진 도가를 돌려드리구, 형은 망하게 하구... 그 생각밖엔 아무것두, 못했어. 미쳤었어.
은조 : (일어서서) 내가...효선이가... 그리구... 그 어른이.. 꿈에서라두 그럴 거라군 생각못하구 잘두 속아넘어가는 거 보면서..
좋았어?
기훈 : .....
은조 : 돌아가시구 나니까....어린 계집애 둘만 남아서, 한갓졌었니?
기훈 : ......
은조 : 너 좋아하는 효선이 보면서.... 어땠어? 병신같이 너 못잊는 나 보면서... 재밌었어?
기훈 : .... 너 죽을래?
은조 : (본다, 미움과 원망이 가득해서)...
기훈 : (목구멍까지 눈물 차올라와있다) 죽을래? 너 죽을래 진짜!!!
은조 : (눈물 차오르며 본다)....
기훈 : 내가 내 손가락 사이루 다 흘려버렸는데, 아저씨두, 너두, 다 놔버렸는데,
어디다 흘렸는지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두 줍지 못하는 내가...재밌었냐구? 내가 지은 죌 알면서두
쉬지않구 널 가질 방법이 없는지만 생각하는 나보구... 어땠었냐구?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더라두 널!!
은조 : 입 닥쳐.
기훈 : 이 나쁜 기집애.... 한갓졌냐구? 나보구....재밌었냐구?
은조 : 용서를 빈답시구, 효선이한테 입만 뻥긋해봐...
기훈 : .....
은조 : 자기 죄책감 털어버리자구 걜 또 고통스럽게만...해 봐....
기훈 : .....
은조 : 당장 보따리 싸구 싶겠지만, 안 돼. 계획대루 이번 일 잘 끝내구 조용히, 가려던 데루.....가.
기훈 : ......
은조 : 군대가는 오빠처럼 효선이한테, 잘 있으라구, 잘 지내라구 인사하구, 언제든 필요하면 오빠노릇해주겠단 말두 잊지말구,
혹시 효선이가 힘들어할 때 널 찾으면, 빼놓지 말구 불러서 위로해주구... 그렇게 평생 지내....괴로워두 그건 해야 해.
그게 내가 널..죽이지 않구...여기서 아무 짓도 더 저지르지 않구 널 봐주는... 유일한 방법이야.
은조, 돌아서서 차로 간다.
기훈, 차오르는 자신에 대한 분노, 저렇게 돌아서 가버리는 은조에 대한 아쉬움과 타는 마음으로
드글드글 끓으며 그런 은조를 본다. 은조, 차를 몰고 혼자 가버린다.
기훈, 굵은 눈물 뚝뚝 떨어뜨리며 서 있다..... 기훈, 불현듯 멀어져가고 있는 은조의 차를 본다. 기훈, 달린다. 차를 향하여.
S#35. 호숫가 도로 (밤)
은조의 차가 달리는데 터무니없이 먼 거리에서 은조의 차를 향해 죽어라 달리고 있는 기훈.
S#36. 달리는 은조의 차 안 (밤)
은조 운전하면서 저 뒤 점처럼 달려오고 있는 기훈을 본다. 은조, 속력을 더 내서 멀리 멀리 멀어져간다.
S#37. 호숫가 도로 (밤)
숨이 턱끝에 닿을 때까지 달리는 기훈.
이미 은조의 차는 보이지도 않고, 어디로 달리는지도 모르는 기훈, 그저 달리다 풀썩 고꾸라진다.
기훈의 거친 숨......
S#38. 운학루 앞 (밤)
은조의 차가 와서 선다. 은조, 내려서 운학루 안으로.
S#39. 운학루 마당 (밤)
은조, 들어서는데, 정우, 기다리고 섰다가 은조에게로 온다.
정우 : 누야,
은조 : 정우야. 무슨 말인지 몰라두 나 지금, 못들어.
정우 : ......
은조 : 못 들어. 알잖아.
은조, 안채로 간다. 정우, 어쩔 수 없이 놓치고 보고 있다....
S#40. 인서트
서랍 여기저기를 뒤지는 은조의 손
S#41. 은조의 방 (밤)
은조, 다 뒤져서 찾아낸다. 기훈이 선물해줬던 만년필, 손으로 부러뜨리려 하는데 안부러뜨려진다.
방바닥을 향해 만년필을 세게 팽개치는 은조. 만년필 또르르 구르더니 방안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우슈아이아 지도 그려진 노트 펼친다. 은조, 박박 찢어버린다. 갈기갈기 찢어진 노트 종이들 허공으로 흩뿌리는 은조.
그리고 주저앉아서, 무릎 세우고 앉아 무릎에 얼굴 파묻는데, 갑자기 그런 은조의 어깨에 손을 대는 자그마한 손.
은조, 놀라서 휙 뒤돌아보면, 은조가 놀라는 바람에 자기도 놀라 흠칫 물러서는 준수, 한쪽 팔에 베개 끼고.
은조 : ...... 왜.....
준수 : ...... 엄마랑... 짝은 누나랑.... 갔어.
은조 : ....... 뭐?
준수 : 갔어.
은조 : ..... 어딜?
준수 : 몰라.
은조 : ......?
준수 : (베개 들고 은조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은조 : ......
S#42. 안방 (밤)
은조 문 열어보면 비어있다.
S#43. 효선의 방 (밤)
은조 문 열어본다. 비어있다.
은조 : .....
지치고 지친 은조...
S#44. 은조의 방 (밤)
은조, 들어온다. 준수, 은조의 침대에서 잠들어있다. 그런 준수를 물끄러미 보는 은조 ......
S#45. 안채 마당 (밤)
은조, 휴대폰 들고 나와 털썩, 툇마루에 앉는다. 강숙에게, 효선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보는 은조.
두 사람 다, 휴대폰이 꺼져있다는 메시지.
은조 : ...... (F. O)
S#46. 어느 시골 버스 터미널 발착장 (아침)
도착하는 고속버스 한 대. 승객 몇 명 내리고, 효선과 강숙이 내린다. 밤새 밤버스를 타고 달려왔다.
강숙, 이 독한 년, 하는 얼굴로 효선을 본다.
효선 : 가.
강숙 : (노려보고, 휙 돌아 앞서서 휘적휘적 간다)
효선 : (따라간다)
S#47. 터미널 안 대합실
강숙과 효선, 발착장에서 대합실 안으로 들어온다.
대합실 승객 거의 없고, 한둘 있던 승객은 도착한 버스를 타러 발착장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그러자 대합실이 강숙과 효선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버린다.
대합실 벤치에 앉은 강숙과 효선.
강숙 : 너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꼭 밤차타구 밤 꼬박이 달려와 이거까지 해야겠냐구?!
효선 : (화를 내는 것은 아닌데, 말마다 독기가 퍼렇게 살아있다) 엄마가 나라구 생각해봐.
강숙 : ......
효선 : 어떤 여자한테 첫눈에 반해 치마꼬리 붙들구 쫓아다니다 내 엄말 만들었구, 아빠가 그 여자 때문에 행복하다구
믿어의심치 않았었구, 그래서 그 여자가 날 진심으루 좋아하진 않는단 걸 느껴두 고맙게 여기면서 팔 년,
내 고마운 마음, 아빠가 엄말 사랑했던 마음이 전부, 더럽혀졌어.
강숙 : 알았어 그딴 얘긴 하나 쓸데없어. 이렇게 해서 뭘 어쩌잔 건지 그거나 말해봐!
효선 : 그딴 얘기 쓸데 없어? 누구 맘대루 쓸데 없어? 사람 맘은 그렇게 함부루 대하는 거 아냐.
돼지두 아니구 소두 아니구 개두 아니구 사람인데, 엄마가 나랑 아빨, 돼지취급 개취급 한 거야, 아직두 그걸 모르다니,
난 어떻게 그걸 엄마가 모를 수 있는지 땅을 천 미터쯤 파구 들어가구 싶어.
강숙 : (버럭) 이렇게 해서 뭘 어쩌자는 거냐구!! 다 끝난 일이구 더 이상 볼 일 없는 얼굴 너 때문에 이게 뭐야 대체!
효선 : 볼 일 없어? 전화번호 아직두 갖구 있구, 둘이 이렇게 맘만 먹으면 연락이 되는데?
강숙 : 갖구 있지 않았어! 없앴어! 니가 닥달해서 잊었던 번호가 생각났다구 이 나쁜 기지배야!
은조 독하다 하지 마, 네가 천 배 만 배는 독해 이것아!
아까부터 들어서서 두 모녀 싸움을 뻘쭘하게 지켜보고 있는, 주눅이 잔뜩 들어있는 장씨......
(장씨, 말끔해져있고, 어느 술집의 우직한 종업원처럼 성실해보이는 모습)
강숙과 효선, 장씨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퍼렇게 불꽃이 튀듯 서로를 맹렬하게 노려보고 있다.
S#48. 시골 선술집
(술집 안이어도 되고, 거리가 조용하고 소음 없는 곳이면 술집 앞에 함부로 펼쳐놓은 평상이나 파라솔 같은 데도 괜찮음)
효선이 먼저 들어온다.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주인도 없다.
효선, 뒤돌아본다.
효선 : 오세요. (날 세운 덴 없는 말투다)
장씨 : (문 밖에서 쭈뼛거리며 나타나 들어온다)
효선 :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앉는다, 장씨에게) 오세요.
장씨 : (와서, 의자 빼서, 약간 돌아앉듯이 앉는다)
효선 : 여기요- 손님 좀 받으세요-
그러자 이제 막 잠에서 깬 듯한 주인이 어디선가 나타나 두 사람쪽으로 온다.
S#49. 대합실
강숙 혼자 여기 남겨져 기다리고 있다.
효선(E) : 한 시간만 여기 있어. 한 시간이면 돼.
강숙, 미치고 환장하겠는 얼굴로 그저 아무데나 시선을 두는데, 거기에 버스 시간표가 붙어있다. 전국 어디어디로 뻗은 시간표들.
강숙, 침을 꿀꺽 삼킨다.
강숙 : ......
강숙, 불현듯 일어나 버스시간표 앞으로 간다. 시간표에 씌어있는 지명과 시간들을 탐욕스럽게 훑어보기 시작하는 강숙.
강숙의 시선으로 그 시간표의 서울 - 춘천 - 강릉 - .... 들이 훑어지고,
어디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지 못한 강숙의 마음을 드러내듯,
다시 서울 - 다시 춘천 - 다시 서울 - 아예 저 아래 부산 - 다시 서울 - 부산...
강숙,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데 뒤에서 갑자기
어떤여자(E) : 혹시, 너 강숙이 아니냐?
강숙, 놀라서 휙 본다.
촌스럽고 화려한 화장에 촌스럽고 화려한 옷을 입은 강숙 또래의 여자가 요란한 귀걸이를 쩔렁거리면서 강숙을 보고 있다.
강숙, 한참 생각하는 듯한 얼굴이다.
여자 : 나 몰라? 얀년아 내가 너 해산바라지두 해줬는데? 뭐야? 난 대번에 알아보겠구만!
(원수는 외나무다리 분위기에다 그래도 반갑다는 마음이 섞인)
강숙 : ..... (놀라움으로 눈이 커진다)... 지.....지남이?
여자 : 그래 지남이! 내가 지남이다년아! 뭐야? 누굴 붙잡았길래 이렇게 귀부인이 됐냐아?
강숙 : (여자를 보며 입 떡 벌리고)...... (지남이란 이 여인, 앞으로 한 회나 두 회, 잠깐씩 등장할 수 있습니다)
S#50. 선술집
막걸리를 꿀떡꿀떡 마시고 있는 효선, 다 비우고 테이블에 막사발을 탁 내려놓는다. 장씨, 아직도 외면하듯 하고 앉아있다.
효선, 자기 잔에 자기 막걸리(주전자) 채운다. 효선, 취한 거 아니다.
효선 : 뭐 별루 이쁜 사람들두 아니니까 자기 술 자기가 따라먹기 해요 아저씨.
장씨 : ...... 내는 이제 그짝 집안 누구랑도 볼 일이 없는데, 할 말 있으모 퍼뜩 하고 가지예 아가씨.
효선 : (가방에서 주섬주섬 대성의 얼굴이 박힌 잡지를 꺼내서 장씨에게 보여준다) 좀 보세요. 우리 아빠거든요.
장씨 : (흘긋 봤다가 도로 돌린다)
효선 : 우리 아빠에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저는 세상에 태어나서 우리 아빠만큼 좋은 남자를 본 적이 없어요 아저씨.
우리 아빠라서가 아니라 정말 그래요. 아저씨 은조 알잖아요. 은조두 우리 아빨 얼마나 존경하구 사랑하는지 몰라요.
걔 우리 아빠만 안사랑했어두 내가 벌써 내쫓았어요. 우리 아빨 좋아하는 애니까 봐주는 거라구요.
우리 아빠가요, 저한테, 그런 사람이에요.
장씨 : (듣기 괴롭다, 무슨 소릴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고개만 외로 꼰 채, 손 뻗어서 탁주 따라 마신다)
효선 : (그런 장씨에 대고) 그런데 우리 아빠가요, 엄마를 사랑했어요. 진심으루 사랑했어요.
엄마가 아저씰 만나구 다니는 걸 알면서두, 안다는 내색을 안했어요. 왜냐면요, 엄마가 떠날까봐요.
장씨 : (움찔 놀란다, 알았다는 건 의외다)
효선 : 아저씨, 아저씨가 다신 우리 엄말 안만날 건 알아요. 몰랐는데 아저씰 보니까, 그러실 거 같아요.
그런데 제가 드리구 싶은 말씀은 그게 아니라요...
장씨 : ......
효선 : 아저씨....우리 아빠한테.... 진심으루 미안하다구.... 사과해주면 안돼요?
장씨 : .......
효선 : (앞에서 울지 말고 여기서 그렁그렁) 내가 안 이상, 잠이 안와서요... 사과할 사람이 사과를 안하구 있으면
우리 아빠 너무 가여워서... 그래서 그래요.. 아저씨 잘못한 거 맞잖아요, 결혼한 여자 꼬여 내 만나구 다닌 거 맞잖아요,
그건 나쁜 짓이잖아요, 우리 엄마두 나빴지만 우리 엄만..
장씨 : .....
효선 : 나한테 충분히 벌을 받구 있을 뿐만 아니라 엄마 자신이...
장씨 : .....
효선 : 가슴을 치구 후회하구 있기 때문에....
장씨 : .....
효선 : 아저씨만..해주면 될 거 같아요..
장씨 : .....
효선 : 우리 아빠한테.... 미안해야 하잖아요.... 사람이라면.
장씨 : ......
효선 : 안그래요?
장씨 : ......
효선 : 안 그러냐구요 아저씨!!
장씨 : (탁주 따라마시려는데 주전자 비었다) 탁배기 하나 더 주소!!
주인(E) : 예-
효선 : (큰소리로) 아저씨! 이거 말구 대성참도가탁주 주세요 대성참도가탁주!!
주인 : (대성탁주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으며) 이게 쫌 더 비싼데..
효선 : (탁주 보고 놀란다) 어... 어....
주인 : 그치? 싼 걸루 바꿔와요? (탁주 가져가려는데)
효선 : (탁 뺏으며 벌떡 일어난다) 아저씨... 이거... 언제부터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주인 : 어제.
효선 : ...... 그...래요?
주인 : 꽤 나가네. 비싸두. (하고 간다)
효선 : (탁주병 이리저리 보며, 아까 그렁했던 눈물 여기서 똑똑 떨어뜨린다) 우리 아빠 술이다.....
장씨 : (여전히 딴 데 보면서) 아가씨...
효선 : (선 채로 눈만 내려 장씨를 보는, 눈물은 뚝뚝)
장씨 : 내한테 이래까지 할 때는, 아가씨 마음이 우옛겠능교....
효선 : ...... (눈물 뚝뚝 떨어뜨리며 장씨를 본다, 술병과 잡지 꼭 안고)
장씨 : 내사 사람이 아이고 마카 짐승인 기라. 사람이 한 짓이 아이다 생각하소. 그라모 쪼매 들 억울하지 않겠능교.
효선 : .....
장씨 : 짐승이 하는 소리도 들어준다카모, 내 말하지예.
효선 : .....
장씨 : 잘몬했소.
효선 : ......
장씨 : 차마 낯반디 뜨거바가 아가씨 부친 산소에 가가 절은 몬하겠소만, 아가씨가 전해주소. 잘몬했소. 진심이요.
장씨, 주머니에서 집히는 대로 이만원쯤 꺼내 탁자 위에 놓고, 나간다.
효선, 선채로 눈물 뚝뚝 흘리며, 떠나는 장씨를 본다. 그리고 잡지의 대성 얼굴을 또 보고, 그리고 또 대성참도가탁주를 보고....
S#51. 대형마트 외경 인서트
S#52. 그 안 주류 판매장소
은조, 눈이 퀭해서 담당자(남, 30대)와 얘기하고 있다.
마트의 다른 직원들이 대성참도가탁주를 새로 들여놓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은조 : 저기요. (손가락으로 비어있는 진열대를 가리킨다) 저기 빈 데다 진열하면 안될까요?
담당자 : (도리도리) 예정된 게 있어서 안됩니다.
은조 : 저긴, 뭐가 들어갈 예정인데요?
담당자 : 아, 저긴 몇 년째 홍주가 탁주 고정이에요.
은조 : ...... 무슨 기준이죠?
담당자 : 예?
은조 : 무슨 기준이길래 저기 저 눈에 젤 잘 띄는 자리가 고정이에요?
하는데, 기훈이 옆으로 다가온다. 은조, 휙 본다. 은조처럼 기훈의 얼굴도 까칠해있다..
기훈 : (담당자에게) 여기 진열책임자 장예린 과장님을 뵙구 싶습니다. 지금 어디 계시죠?
은조 : (날이 서서, 기훈에게 일별도 주지 않고, 홍주가 탁주가 진열될 자리만 뚫어져라 쏘아보고 있다)
S#53. 마트 안 사무실
은조와 기훈, 장예린 과장(30 후반?) 앞에 서 있고, 기훈, 부드럽게 웃어가며 장과장 옆에 서서 모니터를 함께 보고 있다.
기훈 : 보셨죠? 저희 대성참도가탁주는 젊은이들 마니아층이 두터운 게 특징인데,
다른 대형마트에서 드디어 대성참도가탁주를 봤다구 블로거들이 사진을 찍어 올린 겁니다. 댓글 갯수 좀 보세요.
이 중에 제일 웃긴 댓글이요... (기훈, 클릭해서 보여준다)
장과장 : (읽다가 푹 웃는다)
기훈 : 예, 요즘 젊은 사람들 감각이 좀 그래요. 아무튼, 이 블로그에 이 사진이 올라온 후에, 이 마트의 하루치 대성참도가탁주
판매량이 홍주가 탁주의 약 1.5배를 웃돌았다구 하네요.
장과장 : (계속 댓글 하나씩 클릭해가며 푹 푹 웃어댄다)
기훈 : 당분간 이런 현상이 사그라들지 않을 거 같은데, 진열대의 위치 좀 재고해봐 주세요. 장과장님.
장과장 : (블로그 보다가 까르르르르 숨넘어가게 웃는다)
기훈 : (그런 장과장을, 이제 된 거 같다.. 그런 의미로 안도하며 보고)
은조 : (칼같이 날서서, 기훈을 보지 않으면서 보고 있다)
기훈 : (기훈도 은조를 보지 않으면서 보고 있다).....
S#54. A마트 판매대
대성참도가탁주가 가장 앞자리 진열대에 재진열되고 있다.
<국내최초! 국산 효모로 만든 대성참도가탁주> 등의 플랫 벽보 같은 것도 보이면 좋겠다. 효선의 광고포스터 사진도 함께.
S#55. B 마트 판매대
대성참도가탁주가 제일 좋은 진열대에 진열된 채로, 소비자들이 한 박스씩 카트에 넣는 모습.
대형벽걸이 티비에 효선의 CF가 나오고 있으면 좋겠다.
S#56. 운학루 동네
동네 정자, 마을 어른 두엇 장기를 두고 있는데, 갓 쓴 어른(효선이네 집안 어른), 장기판 넘겨다보며 훈수 둔다.
그런 어른 앞으로 양복의 사내 하나가 다가선다.
사내 : 구치성 어르신 되십니까?
어른 : (본다)......
S#57. 대성참도가 마당
해진 이리 방방 저리 방방 뛰다시피 직원들을 달달 볶고 있다, 저는 손 꼼짝도 안 하면서.
해진 : 아이구 이거 큰일났네 큰일났어, 손을 딱 털었던 호텔들이 그냥 갑자기 주문을 해대는 통에 이거 주문 제 시간에 대겠나,
이러다 아예 여기두 공장식으루 싹 바꿔버려야 하는 거 아니냐 말야, 어이 어이, 주문에 못대게 생겼다구 판단되면
여기 밀구 공장 세운다말야, 공장 세우면 이 인원 다 필요없다 말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요?
S#58. 발효실
정우를 비롯 직원들이 술항아리들을 들어다 빈 곳에 놓고 있다. 정우, 항아리 내려놓고, 문득 개운하지 않은 표정으로
정우 : ...... (정우, 효선과 차 안에서 나눴던 대화에 대해서 아직 은조에게 말하지 못한 상태다)
S#59. 발효실 앞
정우 나와서 장갑 벗고, 주머니에서 휴대폰 꺼낸다. 버튼 누르는 정우.
정우 : (연결되면) 누야 낸데,
은조(F) : 도가에 무슨 일 있어?
정우 : 아니 그기 아이고,
은조(F) : 아니면 나중에 얘기해. 끊어. (끊는)
정우 : 하....가스나.....
S#60. 동수네 2호점
아직 오픈 전. 전화를 끊은 은조, 기훈 쪽으로 간다.
기훈, 메뉴판을 대성참도가탁주의 사진이 기본배경인 메뉴판으로 바꿔달고 있다.
동수, 두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보고 있다. 도리도리....
동수, 문득 은조에게로 다가온다.
동수 : 구은조.
은조 : (본다)
동수 : 잠깐 얘기 좀 하자.
동수, 은조를 데리고 나간다. 기훈, 그냥 담담하게, 메뉴판 작업 계속 한다.
S#61. 동수네 2호점 앞
적당히 조용한 곳. 동수와 은조 서 있다.
동수 : 난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광경인데, 뭐냐?
은조 : 됐어. 넌 이제 신경 안써두 돼.
동수 : 넌 참.. 변한게 없다.
은조 : 할 말이 뭐니?
동수 : 부탁할 땐 언제구 기껏 알아다줬더니 고작 하는 말이,
은조 : 고마워. 고맙다구 했어. 밥 살게. 아니면 촌지 줘?
동수 : (기막혀서)
은조 : 할 말이 뭐냐구?
동수 : (주머니에서 불쑥 청첩장 석 장 꺼내 내민다) 나 결혼한다.
은조 : (보고, 받아서 주머니에 넣는다) 그래 축하해. 언제니.
동수 : 그 안에 다 있어. 한 장은 효선이 주구 다른 한 장은 저 형 줘. 아, 저 형은 나한테 감정이 안좋으려나?
그래서 내 결혼식에 안오려나?
은조 : .... 전할게. (들어가려는데)
동수 : 야.
은조 : (보면)
동수 : 효선이 미각이 어떻게 된 거 아냐?
은조 : 몸살 심하게 앓아서 그래.
동수 : 그게 아닌 거 같던데?
은조 : ?
동수 : 병원에 데려가봐. 걔한텐 햄버거 맛이나 밥맛이나 반찬맛이나 술맛이나 전부, 물맛이래.
은조 : ???
동수 : 미각을 완전히 상실한 거 같다구. 완전히.
은조 : ......?
S#62. 플래시백
-사골국에 소금을 막 퍼넣던 효선
-막걸리 시음대회에서 하나도 말을 못하던 효선.
S#63. 달리는 기훈의 차
기훈, 운전하고 은조, 효선에게 전화 연결 시도한다. 효선도 전화기가 꺼져있고, 강숙도 전화기가 꺼져있다.
은조 : (전화기 접고)....
기훈 : .....
두 아이의 싸늘한 침묵. 은조의 전화벨이 울린다. 은조, 얼른 액정 살펴본다. 정우다.
다소 힘이 빠져서 전화를 받는.
은조 : 어 정우야. ... 말해, 이제 덜 바빠.....
S#64. 도가 일각
정우, 은조와 통화중이다.
정우 : 니가 느무 지치가 말을 몬했는데, 준수 작은 누야 아인나, 장씨아제 일... 알았다....
지기 쫌 알고 있기도 했고, 내도 쫌 실수를 했다....
S#65. 달리는 기훈의 차
은조, 사색이 돼서 휴대폰을 무릎 위에 툭 떨어뜨린다.
기훈 : (모르는 척을 계속 할 수가 없다) 무슨 일이야.....
은조 : ....... 거짓말 같다.....
기훈 : .....
은조 : 다 거짓말 같아....
기훈 : ......
S#66. 운학루 동네 일각
차는 저만큼 세워져 있고,
곧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창백한 얼굴로 아무데나 엉덩이 걸치고 앉아있는 은조를 기훈이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
은조 : 효선이.... 어떡해.....
기훈 : ......(은조와 효선 때문에, 이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기 자신 때문에 참담한 심정으로).....
은조 : 그래서 아팠구...그래서.... 아무 맛도 못느끼구...
기훈 : ......
은조 : (손으로 얼굴 감싼다).....(흐느끼고 만다)
기훈 : (미칠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은조의 어깨에 손을)...(가져가다 멈칫)....(이제는 이렇게 하면 안되는 기훈이다)....
(손을 거둔다)....
흐느끼는 은조와,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기훈.
S#67. 시골버스 대합실
효선, 텅 빈 대합실, 가끔 노인 한두 분만 지나다니는 그곳을 눈을 커다랗게 뜨고 서 있다.
S#68. 대합실 시계 인서트
여섯 시가 일곱 시가 된다.
S#69. 시골버스 대합실
오후 일곱 시의 대합실, 효선, 혼자서 멍하게 서 있다. 효선, 손 부들부들 떨며 휴대폰 꺼낸다. 잠긴 휴대폰을 켜는 효선.
S#70. 안방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문 벌컥 열리고 준수가 뛰어들어와 전화 받는다.
준수 : 여보세요?
효선(F) : 준수야....
준수 : 짝은 누나! 엄마는?
S#71. 대합실
효선 : 엄마... 집에 안갔어?
준수(F) : 아 뭐야! 아 진짜!! 왜 안와아!
효선 : ......
S#72. 시계 인서트
밤 아홉 시가 밤 열 시가 되는.
S#73. 대합실
불이 꺼진다. “막차 끝났어요-!” 어디선가 외치는 소리.
불 꺼진 대합실 안에 망연하게 앉아있는.
효선 : ...... 이런단 말이지... 엄마.... 이렇게 할 거란 말이지.....
효선, 벌떡 일어나 대합실 밖으로 뛰쳐나간다.
S#74. 대합실 밖
효선, 이쪽으로 뛰어가보고, 저쪽으로도 뛰어가본다. 사람의 자취도 별로 볼 수 없는 낯선 시골, 전깃불들은 하나둘씩 꺼지고.
효선, 울먹거리다 마침내.
효선 : 엄마----- 엄마------ 엄마 가지 마---- 엄마 가지 마아아아아 아아----
일곱살 짜리가 엄마를 찾듯이 엄마를 찾으며 우는 효선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