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11일 일본에서 핵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가 북한에 밀수출된 사실을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한국산 전략물자의 북한 밀수출을 의심하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실상은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 수출 관리를 허술하게 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원본보기 밀수출 목록 공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11일 국회에서 일본의 대북 전략물자 밀수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 의원은 일본이 과거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사실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자료에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하 의원이 공개한 CISTEC의 ‘부정수출사건개요’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1996년부터 2013년까지 30건이 넘는 대북 밀수출 사건이 발생했고, 이 중 핵 개발이나 생화학무기 제조에 활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도 포함됐다.
구체적인 사례로 1996년 1월 오사카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이 불화나트륨 50㎏을, 같은 해 2월 고베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이 불화수소산 50㎏을 긴급 지원쌀을 보내기 위한 선박에 실어 각각 북한에 불법 수출했다. 불화나트륨과 불화수소산은 화학·생물무기의 원재료 및 제조설비 등의 수출규제인 호주그룹(AG)의 규제대상으로 화학무기인 사린의 원료가 된다. 원본보기 하태경 의원이 공개한 일본 자료. 원본보기 또 2002년 9월엔 생물무기 개발 등에 이용할 우려가 있는 동결건조기 1대를 경제산업상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이 사실을 모르는 제조업자 등을 통해 대만을 경유해 북한에 부정 수출했다. 2003년 4월과 2004년 11월엔 각각 직류안정화전원 3대와 주파수변환기 1대를 경제산업상 및 세관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태국과 중국을 경유해 북한에 불법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월엔 미사일 운반 등에 전용이 가능한 대형 탱크로리를 한국 부산에 수출하는 것으로 위장해 경제산업상의 허가 없이 북한에 수출을 시도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하 의원은 이 품목들이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등의 제조에 활용되거나 미사일 운반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수출 규제 품목인 3차원 측정기 2대도 2001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일본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해 말레이시아로 수출됐으며, 이 중 1대가 재수출돼 리비아 핵개발 관련 시설 안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하 의원은 이 같은 밀수출이 일본 현지 민간기업이 주로 한 것으로 추정했다. CISTEC는 1989년 설립된 비정부기관으로, 안보전략물자 수출 통제 관련 이슈를 연구하는 곳이다. 원본보기 하 의원은 “일본 언론에서 한국이 생화학무기·핵무기에 악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 수출 관리를 제대로 안 했다고 했는데 한국이 부실 관리하는 게 아니다. 외국에 가도 회수했다고 한다”며 “일본에서 북한으로 위험한 전략물자가 밀수출됐고, 일본의 주장대로라면 셀프 블랙리스트 국가를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이 이런 가짜뉴스로 경제제재, 수출제재를 정당화하려고 하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결과가 나온다”며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일본이 억지논리를 펴지 말고 한국을 향한 부당한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본보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일본 전략물자 밀수출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국이 북한에 불화수소를 밀수출한 적이 있느냐’는 하 의원의 질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일부 기업에서 전략물자를 밀수출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적발했고, 억류조치를 취하거나 유엔 제재위원회와 함께 제재를 가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