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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제게 `생활영어' 란 걸 알게 한 매개체는 민병철 선생의 책 5권이었어요. 대학 졸업하고 군대 가 있었던 80년대초였지요. 그후로 또 5권이 나왔던 것 같고 그 다음엔 수도 없는 책들이 더 출간되었겠지만 저에겐 처음 5권이면 충분했습니다. 더 사서 볼 돈도 없었고요.
일종의 신선한 충격... 교과서, 수험 참고서는 물론 그 전의 회화 교재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표현들로 꽉 차 있어 정말 게걸스럽게, 맛있는 음식을 탐하듯 읽고 또 읽고, 제목들만 따로 타이핑해서 기백개 되는 그것을 며칠 만에 다 외웠어요. 너무나 생생한 영어들이어서 살아 꿈틀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지요.
당시 영어회화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분들 중에 미국에서 살다 온 경우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민병철 선생은 이민자는 아니었으나 시카고에서 비즈니스 행사 사회 같은 전문적인 일을 해 현지 영어를 충분히 접했으며, 나이도 비교적 젊고, 발음이 깨끗한 점 등이 텔레비젼 회화 교육 프로그램에 발탁된 배경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군인이라 그 방송은 자주 보지 못했으나 입대 동기의 소개로 5권 시리즈를 사서 탐독함으로써 진짜 미국 영어, 구어 영어에 눈을 뜨게 됐던 거지요.
그때 외운 제목 표현들이 지난 30년 간의 군대, 직장. 학교, 이민 생활의 영어 밑천이 되었으니 `민병철'은 영어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제 인생에 큰 impact 를 준 이름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고 다른 한국의 많은 분들이 미국 또는 캐나다에서 오래 살다 와 `본토 영어' `생생 영어' 를 소개하고 가르치겠다는 한국인 강사, 저자 들을 만나면 액면 그대로 존중하지 않게 되는데 (원어민에 대한 태도와 달리), 현지에서 근 10년 살아보니 그런 말을 진실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나도 그렇게 말하며 강단에 서고, 방송석에 앉고, 책을 집필하게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기고요. 영어를 제대로 하게 되기만 한다면 원어민보다 강점이 많은 면도 있으니까요.
Anyway, 그렇게 생생한 영어를 맛있게 외운 것들 중에 하나가 오늘 이야기의 주제인 Time 과 관련된 표현이었습니다.
Long time no see.
오랜만입니다.
저는 이 말을 제가 respect 하는 책에서 보고 알게 된 것이라 아무런 의심 없이 써 왔어요. 그런데 현지인들이 이 인사를 받을 때 보이는 반응이 어쩐지 좀 이상했습니다. 웃는 사람들이 많았던 거지요. 이유를 알았더니... 우리집 아이들이 어느 날 그래요. 그 말 여기서는 쓰는 사람 없다고...
제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요. 인터넷을 찾아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말에서 비롯된 영어라는 겁니다. 중국식 영어, 말하자면 칭글리쉬 (China + English) 라고 할까... `오랫동안 서로 보지 못했다' 라는 뜻의 한자어 好久不見 을 그런 식으로 영어화했다는 것인데, `호' 자는 조금 이상하더군요. 好 는 `좋을 호' 이고, `서로' 라는 의미의 `호' 는 상호간에 할 때의 互 인데 말이지요.
어떻든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쓰기가 꺼려졌어요. 우리가 미국이나 캐나다에 와서 살면 백이면 백 한인들을 `Chinese' 로 봅니다. 가게를 하니까 Korean 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요. 워낙 이 업종에 있는 한인들이 많아서... Japanese 냐고 물어보면 거기가 선진국이라서 그러는지 민족감정은 있을지언정 기분이 그렇게 나쁘진 않은데 Chinese 로 간주하는 것 같으면 영 불쾌해지지요.
그런 까닭에 Long time no see 란 인사말 사용을 자제하기 시작한 지 for a long time 이 되어가려던 참에 그 `Chinglish' 에 대한 더 자세한 배경을 알게 됐어요. 전혀 문제가 안되는 `특수한 영어' 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문법적으로는 말이 안되는 문장이지만 이유가 있어서 만들어졌고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쓰여져 온 엄연한 영어라는... 전문용어로 이런 영어를 pidgin 이라고 한다는 것도 알았고요.
pidgin (피쥔) 의 어원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business 의 중국식 발음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신 수단이 발달되기 전에 짧은 편지를 전하는 데 가끔 쓰여졌던 비둘기 pigeon 을 뜻한다는 거지요.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설은 옛날에 중국 사람들과 영국 사람들이 무역을 하면서 의사 소통을 위해 broken English 를 만들어 냈고, 그 `language' 를 pidgin 이라고 명명했다는 것입니다. pidgin 영어의 몇가지 예를 보면 왜 broken English 란 단어가 생겼는지 이해가 돼요. 동사, 관사 같은 게 없이 단어 만으로 연결된 톡톡 부러진 영어니까요... 한국식 영어를 Konglish 라고 하는 건 그야말로 또 하나의 콩글리쉬이고 그런 잘못된 조어를 이르는 올바른 영어는 broken English 라는 것 다 아시지요?
전형적인 pidgin 영어 표현 예들입니다.
no can do
`불가능한', `하지 말라'
lose face
`체면을 잃다', `부끄러운 짓을 하다'
no go
`not okay', `선택하지 않음', `발사 실패'
no-go area
`출입금지 지역'
where to?
`어디 가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택시)
no ticket no shirt
`영수증 없으면 셔츠 내줄 수 없다' (중국인 세탁소)
이러한 pidgin 이 원어민들에 의해 좀 더 세련되게 발달한 것이 속담식 댓구 표현이지요.
the more, the merrier
다다익선. (많을수록 좋다.)
once bitten, twice shy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보지 않으면 멀어진다. (사람, 문제에 거리를 두면 잊혀진다.)
penny wise, pound foolish
소탐대실. (작은 돈에 현명하고 큰 돈에 어리석다.)
more haste, less speed
급할수록 돌아가라.
like father, like son
부전자전.
first come, first served
선착순.
here today, gone tomorrow
물질적 행복은 오래 가지 않는다.
waste not, want not
오늘 낭비하지 않으면 내일 사지 않아도 된다.
no pain, no gain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고통 없이 소득 없다.)
no risk, no gain
소심하게 투자하면 크게 벌지 못한다. (모험 없이 대박 없다)
garbage in, garbage out
GIGO -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면 잘못된 결과가 나온다. (컴퓨터를 맹신하지 말라.)
다음은 생략문입니다.
been there, done that
거기 있어봤고 그거 해봤다. (똑같은 일을 겪어본 경험자다.)
hail fellow well met
사교적이고 정 많은. (겉으로 지나치게 친한 척하는 남자)
twenty-four seven
24-7. 하루 종일-일주일 내내. (언제나)
how come?
왜? (어떻게 그렇게 된 건데?)
yah boo sucks
인정, 동정심이 없다.
영어학자들은 위 표현들을 `문법의 악몽' (grammatical nightmares) 이라 부르지만 현실에서 자주 쓰이는 말들이지요. `표준영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이런 것들을 외워서 직접 사용할 필요까지는 없고 무슨 뜻인지 알고만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위 pidgin 예 중에서 제가 즐겨 쓰는 것이 How come? 입니다.
90년대 말에 미국에서 공부하며 여행 다닐 때였어요. 버팔로를 지나 캐나다 쪽 나이애거러 (일명 나이야 가라!) 를 보고 토론토 사촌동생 집을 거쳐 퀘벡으로 가려던 참이었지요. 국경을 넘는데 경찰 같은 유니폼을 입은 젊고 잘 생기고 건장한 Canada Border Service 의 한 guard 가 이것저것 routine 한 질문을 하더니 미국에 살지 않는데 `왜' 자동차 번호판이 미국 거주자용이냐라는 뜻으로 이렇게 묻는 겁니다.
How come?
어떻게?
저는 시민권자도 아니고 영주권자도 아니어서 live 란 말을 쓰면 안되는 줄 알았지요. 거기서부터 뭔가가 엉켜서 그 친구의 의문과 저의 신분증, 저의 말이 금방 figure out (문제의 원인, 해답을 찾아내다) 되지 않은 겁니다. 제 가족과 아내의 친구 가족이 8인승 wagon 에 가득 타고 있는데 운전자가 버벅거려 결국 `저 위 사무실로 가라' 는 명령을 받게 됐지요. 당시엔 의심스러운 여행자들이라 그곳으로 보내진 줄 알고 가족들에게 무척 미안했었습니다. 그러나 훗날 이민 와서 시민권을 받기 전까지 또는 영주권자라도 여권 뒤에 붙이는 흰색 종이 (육로 비자) 1년 기한 내에는 괜찮지만 1년이 지난 뒤에는 미국 여행 갈 때마다 그 사무실 (정반대 쪽인 밴쿠버 국경의 것이었지만) 을 거쳐 가야 하게 되는 것을 알고나서 비로소 그 미안했던 마음이 풀어졌었지요.
how come 은 어떤 말 뒤에 바로 붙여 `왜?' `왜 그러는데?' 라고 의문을 표시할 때 쓰면 좋은 pidgin 입니다. Why? 라고 하면 어쩐지 rude 하게 들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저는 이 How come? 을 선호하지요. 원래 문장은 How did it come about that 이며 1800년대 중반 정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난 회에서 연대 앞에는 정관사가 붙는다고 했지요? 그럼 `1800년대 중반부터' 는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요... from the mid-1800s.
You're not going? How come?
넌 가지 않을 거라고? 왜?
비슷한 형태로 how so 도 있습니다. how is it so 또는 how is it that 을 줄여서 만든 말이지요.
She's changed her mind - how so?
그녀가 생각을 바꿨다... 어떻게?
이 문장에서는 사실 how so 보다는 change one's mind 라는 관용구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사용할 일이 많은 표현이거든요. `마음을 바꾸다' `생각이 달라지다'... 이미 한 말 (요청) 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때, 그리고 달라진 이유를 설명할 때 꼭 필요한 관용구입니다.
What made you change your mind?
무엇이 당신 생각을 바꾸게 했습니까? (무엇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나...)
How can I make her change her mind when she refuses to return my calls?
그녀가 내 전화에 답을 해주지 않을 때 어떻게 그녀 마음을 변하게 할 수 있을까요?
Kim: I thought that this room was going to be done in red.
킴: 이 방은 빨강색으로 장식되는 걸로 생각했다.
Sue: I changed my mind.
쑤우: 마음이 바뀌었어.
이제 다시 long time no see 로 돌아가지요.
Fred: Hi there, Paul. Long time no see.
프레드: 안녕하세요, 폴. 오랜만입니다.
Paul: Good to see you, Fred. Long time no see.
폴: 반갑습니다, 프레드. 오랜만이네요.
John: It's Bob! Hi, Bob!
죤: 저기 밥이다! 안녕, 밥!
Bob: Hi, John! Long time no see.
밥: 안녕, 죤! 오랜만이야.
그렇다면 우리집 아이들은 `오랜만이야'를 어떻게 영어로 말할까... 다시 말해 보다 표준영어다운 표현은 이런 것들입니다.
It's been a while.
It's been a long time.
It's been a long time since we saw each other.
We haven't seen each other for a long time.
`a long time' 이란 말은 들어가는데 no see 라는 `부러진 영어'는 보이지 않지요. 문법적으로 완전하게 빠졌던 말들을 다시 살려 문장이 길어졌고요. 우리 식의 `오랜만이야' 라는 어감은 나지 않지만 이것이 여기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났을 때 주로 쓰는 인사말입니다.
맨첫문장에 나오는 while 은 time 과 비슷한 뜻이면서 접속사로도 쓰이는 생활영어에서 아주 중요한 단어지요.
He arrived a short while ago.
그는 잠시 전에 도착했다.
Stay there for a while.
거기에 얼마 동안 머물러 있어라.
a while ago 나 for a while 은 발음이 부드럽기도 해서 더욱 애용되는 듯합니다. time 발음은 좀 거세지요. a short while ago 와 함께 a little while ago 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while 이 접속사 (conjunction) 가 되면 `~하는 동안, ~하지만, ~하는 반면, ~하면서 동시에, ~하는 내내'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는데, 생활영어보다는 문어체 문장에서 많이들 보셨을 것입니다. 이런 접속사를 사용해 말을 빨리 할 수 있는 수준, 즉 중문 복문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우리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지요.
Someone called while you were out.
네가 외출한 사이 어떤 사람이 전화했다.
She had sprained her ankle while playing tennis.
그녀는 테니스를 하다 발목을 삐었었다.
While walking, I often whistle.
걸으면서 나는 종종 휘파람을 분다.
Could you look after the children while I cook lunch?
제가 점심 요리하는 동안 애들을 좀 봐주시겠어요?
I stay inside while it's raining.
나는 비가 올 때면 언제나 밖에 나가지 않는다.
맨첫문장은 오늘 반드시 외워두세요. out 대신 away 를 써도 되고요. Sandra Bullock 이 매우 착하게(?) 나온 romantic comedy 영화 While You Were Sleeping 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입니다. 사고로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픽션으로 만든 작품...
두번째 문장도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sprain one's ankle 이라는 관용구... while playing tennis 는 지난 번에 한 while playing ice hockey 와 똑같은 구조지요. 이런 경우 when 이 아니라 while 이란 것 오늘 다시 한 번 확실히 기억해놓으십시오. `테니스 할 때' 가 아니고 `테니스 하다', `테니스 하면서'... 시제가 과거완료인 것은 문맥상 보다 앞선 시점을 나타내기 위해서거나 과거에 그런 적이 있었다는 경험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세번째는 분사구문이지요. 주절과 종속절의 주어가 같을 때 종속절의 그것을 생략하고 동사를 ~ing 으로 바꿨습니다. 주절의 동사
가 현재형이라는 건 지금 휘파람을 분다는 게 아니고 평소 습관적으로 그렇게 하기 때문이라는 얘기 이미 여러 차례 했었지요.
마지막 문장도 마찬가지... 평소의 습관, 어떤 원칙 같은 걸 말하며 when 이 아니고 while 이 된 것은 특정 시점 (moment) 이 아니고 항상, 언제나 (all the time ) 라는 의미여서 그렇습니다. all the while 이라고도 하지요.
네번째는 주절과 종속절의 activity 가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부탁을 하는 거지요.
New condos are expensive, while old houses are cheap.
새 콘도들은 비싼 것과 대조적으로 오래된 집들은 싸다.
While most children learn to read easily, some need extra help.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읽기를 쉽게 배우는 반면 일부는 추가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
While I agree with you, I do not believe that your way is best.
난 너의 의견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네 방법이 최선의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하는 반면', `~함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등으로 의미가 대칭을 이루는 주절과 종속절을 잇는 while 예문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런 경우 영어로 어떻게 할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되는 표현 가운데 하나인 `~하는 김에' 를 알아두고 가지요. 바로 while you are there 또는 while you are at it 입니다.
While you're there can you pick me up a pack of smokes and some chocolate?
너 거기 간 김에 내 담배하고 쵸콜렛 좀 사다줄래?
pick up 이나 grab 은 여기 사람들이 buy, bring, take, get 같은 동사 대신 많이 쓰는 slang 비슷한 단어입니다. 따라서 pick me up 은 나를 pick-up 해달라는 말이 아니고 나를 위해 뭘 사다달라는 말이지요. buy me 와 같은...
long time no see 에서 시작해 whjle 로 빠진 지 너무 long time 이 됐습니다. time 으로 돌아가기 전에 책 한 권 소개할게요. `Long time, No See'... 소아 당뇨로 인해 젊어서 시력을 잃은 Beth Finke 라는 여성의 전기지요. long time 동안 no see 하는 인생을 살기까지 겪어 온 투병, 실명, 전문직 포기, 중증 장애인 아들 키우기, 가정과 재정 문제, 길 안내견과의 훈련, 생계를 위한 누드 모델 생활... 과정을 적은 이 책은 한 개인의 사랑과 공포, 희망을 담은 회고록이자 어른과 어린이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insider's report 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time 과 관련된 생활영어 관용 표현들 몇개 공부하도록 하지요. 우선 의문사 when 과 what time 에 대해 잠깐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중고교에서 이 의문사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 생활영어에서도 what time 을 쓰면 더 좋을 것을 버릇처럼 when 이란 말이 나오게 돼 그래요.
지금 몇시냐고 물을 때는 What time is it? (영국식으로는 do you have the time?) 이라고 하는 정도는 다 아시겠지요. 그러나 `일 몇시에 시작하세요?' 라고 영어로 물을 때 첫머리(의문사)를 어떻게 시작하시는지...
When do you start?
가 먼저 떠오르시는 분들 아마도 많을 것입니다. 우리말은 대개 구체적으로 `몇시'보다는 막연히 `언제'로 묻는 경우가 많아서이지 않을까 해요. 여기에서는 what time 을 더 많이 씁니다. pay 를 시간당으로 (hourly) 계산하는 시간 관념과도 관계가 없지 않을 것 같고요.
What time does the movie start?
그 영화 몇시에 시작하지?
What time do you start and finish school?
학교가 몇시에 시작해서 몇시에 끝나니?
이렇게 우리말로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니?' 라고 묻는 이들도 많을 것이므로 what time 이 입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하시기를... 여기에 또 하나 시작과 끝 시간을 물을 때 알아두어야 할 게 있습니다.
What time do you work until?
몇시까지 일하세요?
What time are you open until?
몇시까지 영업합니까? (몇시에 문 닫습니까?)
`까지' 를 뜻하는 until 이 맨뒤에 있고 이 문장들에서도 역시 when 대신 what time 을 사용했다는 게 눈에 띄지요. 이 두 표현은 speaking 으로도 중요하지만 listening 을 위해서도 꼭 알아두어야 합니다. what time 에서는 잘 들리다가 마지막 until 에서 머뭇거려지기 때문... 말하기나 듣기나 그 표현 전체를 이미 알고 있어야 입에서 바로 나오고 귀에 바로 들어오는 것이지 단어 조각들만 알아가지고는 바로 말하고 바로 들을 수가 없습니다.
The next time you need financial advice, come and see me.
다음에 재정 문제로 조언이 필요하면 저한테 오세요.
When would be a good time to discuss it?
상의 드리려면 언제가 좋을까요?
next time 이란 말은 우리 말과 순서나 단어가 같아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다들 많이 쓰고 계시겠지요. the 는 붙여도 되고 관용적으로 생략해도 됩니다. come and see me 에서도 and 를 뺄 수 있는데 이 관용구 또한 오늘 꼭 외워두세요. `어려워 말고 언제든 찾아오라' 는 뜻으로 말할 때 come see me...
그 다음 문장에서 good time 역시 next time 처럼 우리말과 비슷해 사용하기에 별 어려움이 없는데 그 앞의 would 가 문제입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영어의 가정법은 우리말에서 단순미래와 `글자'가 같아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똑같이 `~ㄹ 것이다' 이니까요. 그래서 would 로 해야 할 것을 will 로 하기 쉽지요. 위 문장은 `내가 만약 상의를 하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법 조건절에 대한 조동사이므로 will 이 아니라 would 가 된 것입니다. 우리말과 영어의 차이를 생각하며 많은 문장들을 접하면서 익숙해질 수 있는 게 이 가정법인 듯해요.
Isn't it about time we got a new car?
새 차를 살 때가 되지 않았나요?
about time 이란 관용구입니다. 가게 손님들이 lottery 티킷 살 때 이 말 많이 하지요. `(당첨) 되고도 남았어야 할 때다' 라는 뜻으로 It's about time... about 이니까 `대략 그쯤'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빨리 해야 한다, 오히려 늦었다' 라고 해석해야 더 정확합니다. 위 문장에서 got 으로 과거형이 된 것은 일종의 가정법... 이미 샀어야 할 때라는 것이지요.
It's a very good restaurant. We go there all the time.
그곳은 아주 좋은 식당이다. 우리는 거기로 항상 간다.
She keeps nagging me about my smoking all the time.
그녀는 나의 흡연에 대해 언제나 끊임없이 바가지를 긁는다.
all the time 은 always 와 같은데 우리말의 `맨날맨날' 과 어감이 비슷합니다. 오늘부터는 always 대신 all the time 을 일부러 사용해 표현 수단을 다양화해보도록 하세요. 두번째 문장에서 keep ~ing 은 지난번에 했었지요. 계속 ~를 하다... all the time 과 함께 뜻이 중복돼 지겹게 잔소리를 한다는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I have no time for that kind of silly behavior.
나는 그런 종류의 바보같은 짓을 좋아하지 않는다.
have no time for 는 직역하면 `~할 시간이 없다' 이므로 `어떤 사람이나 일을 싫어한다'는 뜻... silly 는 stupid, foolish 란 의미인데 그렇게 경멸적인 말은 아니지요. stupid 도 그렇고요. 우리말에서 `바보같은' `멍청한' 이란 표현을 친한 사람들에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에서 저희집 둘째가 학교 다닐 때 담임이었던 할머니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silly' 하다고 했을 때 무슨 뜻일까 했었어요. 교사가 아주 나쁜 말을 했을 리는 없고... 하면서 말이지요. 한눈판다, 개구장이 짓을 한다, 뒤에서 옆친구와 딴 짓을 한다... 뭐 그런 뜻으로 좋게(?) 해석을 했는데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This job is supposed to be done in no time.
이 일은 바로 끝내야 한다.
in no time 은 시간이 없다 가 아니라 오래 끌 시간이 없다, 즉 instantly, immediately 라는 뜻입니다. 즉시... be supposed to ~ 는 `~하기로 돼 있다, `~해야 한다' 로서 평소 쓸 일이 아주 많은 관용구지요.
Am I supposed to do that?
내가 그걸 해야 합니까? (하기로 돼 있습니까?)
We are not supposed to smoke here.
이곳에서 담배 피우지 않기로 돼 있다. (피우면 안된다)
It's only a matter of time.
그것은 오직 시간문제일 뿐이다.
Things will get better over time.
사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아질 것이다.
You will feel better with time.
시간이 지남과 함께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a matter of time 과 over time 은 지난 시리즈에서 얘기했었습니다. with time 은 over time 과 비슷한 gradually 란 뜻이고요. 이들 관용구도 알아야 하지만 위 문장들에서 보이는 get better 와 feel better 역시 대단히 중요한 표현입니다. 어떤 일들이 좋아지다, 몸 상태나 기분이 좋아지다... 감기 등으로 아팠던 사람에게 `좀 괜찮아요?' 라고 물을 때 사용하면 안성맞춤입니다.
Are you feeling better now?
이제 좀 좋아졌어요?
다음은 성질 급한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필요한 말 하나 배우지요.
Focus on one at a time.
한 번에 하나에만 집중하라.
The shortest way to do many things is to do only one thing at a time.
많은 일을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은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는 것이다.
제가 자동차 정비 shop 에서 일할 때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one at a time. 발음은 `원 애트 어 타임' 이 아니고 `원 얻 어 타임'... one after another, one by one 과 같은 관용 표현이지요. 다음 일이 밀려 있을 때 마음이 급하면 이것저것을 동시에 손대게 되는데 그렇게 하면 실수하기 쉽고, 시간도 더 많이 들기 때문에 고참들은 한 번에 하나씩 하도록 시킵니다.
Don't give me such a hard time about that mistake.
I came home late one night and my mom gave me a hard time about it.
give ~ a hard time about... 은 `...에 대해 ~에게 나무라다, 기합을 주다, 잔소리를 하다' 라는 관용 표현이지요. 군대에서처럼 신체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주로 말로 하는 것... 엄마나 선생님, 상사가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이들이 주기도 하는 게 hard time 입니다. 놀리다, 성가시게 굴다...
오늘은 좀 쉬운 표현들이 많지요? 마지막으로 한국식 `차이' 구별을 위해 이 말을 쓸 때마다 불필요한(?) 고민을 하게 되는 in time 과 on time 입니다.
I arrived in time for my flight to Vancouver.
나는 밴쿠버행 비행기 출발 시간 안에 도착했다.
Don't worry, she'll be on time.
걱정마, 그녀는 제 시간에 올 거야.
정확히 하면 in time 은 before it's too late 너무 늦기 전에, 그러니까 정해진 시간에서 큰 차이 없이 도착하는 것이고, on time 은 when expected or scheduled 예정된 시간, 즉 거의 정확히 그 시간에 도착하는 것인데... 대충 둘 중에 하나 써도 큰 문제는 없지만 in (안에) 과 on (에) 의 우리말 뜻이 영어와 비슷해서 엄격하게 구별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마치기 전에 time 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속담, 명언 다시 한 번 `복습' 하고 가지요. 예전에 학교 다니면서 한 번쯤 책에서 본 문장들...
Time flies.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Time and tide wait for no man.
시간과 조류는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Time is a great teacher but unfortunately it kills all its pupils.
시간은 위대한 스승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그의 모든 제자들을 죽인다.
마지막 문장은 시간과 함께 (with time) 우리 인간은 지혜를 얻게 되지만 아쉽게도 생명이 유한해 결국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니 너무 늦기 전에 깨달을 것을 깨달음으로써 long time 지혜롭게,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럼 in no time 은 아니더라도 all the time 그래왔듯이 in time 다시 뵙도록 하지요.
첫댓글 Blueberry님의 영어 강의 잘 보았습니다. 메모해놓고 제대로 쓰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오랜만이시네요. 요즘 거기 춥고 눈이 많이 오지요? 엊그제 뉴스에 런던 쪽 폭설로 하이웨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갇혀 있다 구조되기도 했던데... 종종 그곳 소식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하고요... Be prepared not to get snowed in.
제가 이 말을 사용해야 했을때 미국에 오랫동안 살고 있는 대학생조카에게 물어보니 돌아온 답은 It's been a while.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영문과 나오고 아이들 가르치시고 현재 캐나다에서 박사과정이신 분에게 물어봤습니다. Long time no see.하시면 됩니다. 하시더군요.그래서 예전부터 알고 있어 쉽고, 입에 붙은 뒷문장을 사용하고 있지요. 뜻이 그러했군요.블루베리님의 강의로 단어나 문장의 뜻을 알게되니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요즘 비록 예전의 명강의들을 잊어버리고 있어서 사용 못하고 있지만, 다시금 열공모드를 잡으려고 합니다.계속 쭈욱!~~ 부탁드려요.감사합니다.
아, 그러셨군요. 명랑하시면서 거침이 없는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궁금한 것 있으면 바로 물어보시는... 공부는 하면 좋지만 우리가 또 공부하러 이민 온 것도 아니니 시간 나실 때 가끔 열어봐주세요... 하하. Thanks for an encouraging comment.
정말 블루베리님의 글 많이 도움이 되요~~ 진짜로~~요.ㅎㅎ 사소하고,쉬운 문장을 물어볼때는 부끄럽기도 하지만,뭐~음... 영어 못하는 것이 큰 죄가 아닌지라~ 이왕이면 정확하게 해야 더큰 부끄러움을 안 당할 것 같아서 물어보는데, 어쩔때는 아주 살짝이 창피해져서 참고,참고 참다가 물어보곤 해요. 그런데 그 창피 한번으로 얻은 완벽한 문장이 내 것이 되는 것이라 그것이 위로가 되요.ㅎㅎ 앞으로도 수고~!!! 부탁드려요~
책을 만드시려나? 예사롭지 않은 글의 연속압니다..ㅎㅎㅎ.ㅋ.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이 되려면 양보다는 질이 문제겠지요. 10년쯤 후에는 그런 수준에 이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Well, it's a long way to get there.
^^* 글 감사합니다.
블루베리 님의 글을 읽다보면...
예전에 "조화유의 미국영어"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그분도 예(사례)를 들어가면서 영어 이야기를
조선일보에 연재했었고 그걸 책으로 낸 적이 있었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알고 계셨군요. 그분 따라가려고 한 10년 잡고 있는 겁니다. 뭐 꼭 그렇게 되려고 한다기보다는 제 공부 열심히 하면서 이민 와 가지고 이렇다하게 남길 것도 없는데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하나의 목표, role model 로 삼고 있는 거지요. 격려 감사합니다. I just want to let you know how much I appreciate your support.
The topic of today is like liguistics courses. It gives another unique pleasure to read this kind of story telling. Goooood job!!
Does it? Good to hear that. Yeah... It's sort of linguistics... just for curiosity's sake. Thanks for a comment.
아~~ 나도 이렇게 영어 답글로 블루베리님을 encouraging 시켜 드리고 싶당~~ ㅠㅠ
읽을 때마다 감사한 마음 가득가득~~ ! 옛날에 영어학원에서 첫시간에 배운 인사말이 Long time no see. How have you been? 이었습니다... 이젠 It's been a while로 말해야겠습니다 ^^ 그리구요, 앞에서 말씀하신 '호'자는요, 중국어로 '얼마나' 라는 뜻도 있습니다. '하오 지여우 부 찌엔' 이라고 중국인들이 오랫만에 만날 때 많이 쓰는 인사말입니다 ^^ 즐거운 한 주 되시기를 바라구요~~~~ 감사합니다!
아니... 중국어를 잘하시는군요. 와우! 혹시 거기에서 잠시 사셨는지... 저는 그 호 자가 좋을 호 이기도 하면서 요즘은 서로 호 로도 같이 쓰는가보다 했는데 how 의 뜻이었네요. 일종의 감탄사... 감사합니다. 이래서 셋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선생님이 있다고 했나 봐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시는데 중국어에도 조예가 깊으시다는 걸 알고 나니 사람이 아주 달라 보입니다. 멋있어요... 하하. 그전에 다시 뵙게 될지 모르겠는데 미리 인사... 즐거운 성탄 되세요!
중국어도 기초수준입니다 ^^ 전공은 다른쪽이었는데요, 중국어에 관심이 있어서 대만사대에서 6개월정도 어학연수를 받았습니다.(벌써 십몇년 전 일입니다.) 영어든 중국어든 오랫동안 공부 안하다가... 영어는 당장 써야 돼서 다시 공부?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에 많은 도움을 주셔서... I just want to let you know how much I appreciate your lectures(?) !!! ^^
전공이 아니신데도 어학연수까지... 대단하시네요. You sound like a passionate learner... 제 영어 이야기에 감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I appreciate your grateful attitude too. Happy holi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