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처럼 가요무대를 시청하였다.
제목이 '트롯트 가요의 멋'이었다.
어떤 곡이 나오는가 하여 유심히 보던 중
남인수씨의 애수의 소야곡을 남강수씨가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흘러간 옛노래와 1960-80년대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반주하는 악기도 기타와 아코디온을 필두로
전자오르간의 경쾌함이 어우러져
모처럼 가요무대에서 3절까지 나오는 것을 들으며
너무너무 반가웠다.
다만 옛노래를 3절까지 보내줄 정도이면
옛가사를 살려주었으면 더 없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을 가졌다.
제일 좋아하는 백년설씨가 부른 번지없는 주막을 필두로
찔레꽃에 이르러서도 너무 즐겁게 들었다.
아주까리 그늘 밑에 마주 앉아 애튿한 사랑을 불태우는 것을 노래하는
본 가사의 의미를 살려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뿐만 아니라 찔레꽃의 가사 중 '작년 봄에 모여 앉아 박은 사진'이라는 가사가
시대적 변천에 따라 음행의 용어가 되어 '찍은 사진'으로 고쳐진 것은
우리 것의 좋은 내용들이 변질되어 가는 듯하여 안타까웠다.
혹시나 '구백리 변두리를 쉬임없이 흐른다'로 끝을 맺는
한강이 나올지 하며 끝까지 기대했는데 나오지 않았다.
많은 공감대가 형성된 곡은
현철씨가 부른 '청춘을 돌려다오'라는 곡이었다.
'흐르는 내 인생의 애원이란다'는 가사에 이르러자
많은 중년인들이 열심히 손뼉을 치며 호흡을 같이하였다.
아마도 그들의 마음도 노래 가사처럼
이제 인생의 재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
어느 듯 세월의 장사 앞에 견디기 힘든 나이가 되어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힘에 부친 안타까움이
그들의 손뼉치는 모습에서 읽을 수 있었다.
어디 그들의 심정 뿐이겠는가?
이렇게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청춘을 돌려다오'라는
내 마음의 애원이 입속에 맴돌고 있음은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나는 지금도 58살이나 되었으면서도
'백금에 보석놓은 왕관을 준다해도 보리 밭 갈아주는 얼룩소만 못하드라'로 시작되는
마음의 자유천지와
'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로 시작되는
물방아도는 내력이 내 심정을 대변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까 기대하다가 끝을 맞으니
아쉬움이 가득하면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흘러간 옛노래를 시대의 아픔과 고난을 고스란히 간직한 체
세월따라 노래따라 우리 주변에 맴도는 위로자가 되었던 것이다.
어재 가요무대를 들으면서 이렇게 즐거움을 느낀 것은
가벼운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첫댓글 마음이뻑 젖으셔서 흡족하셨으리라 봅니다. 예전에는 가요무대를 애청했으며, 그 시간에는 여지없이 TV앞에 있은 것은 그 언젠가 부터 뜸해졌는데, 사회자가 바뀐 후로 구수한 맛이 떨어지더군요. 요즘은 거의 TV를 안봅니다. 고장났으니
그러게 말입니다. 김동건 아나운서의 구수한 진행은 옛노래를 더욱 정겹게 해 주는 것이었는데, 이 카페를 통해 그 맛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너무 오래하다보면 긴장이 풀리는 건 아닌지 요즘은 옛 같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