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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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거의 뜬 눈으로 지샌 진철은 새벽에 담배가 피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빈소 밖으로 나왔다.
건물 뒤로 돌아간 그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한 모금 깊숙하게 빨아 들여 가슴으로 밀어
넣은 후 입을 오므리고 조금씩 후~ 하며 뱉어낸다. 담배연기는 조금 굵은 밧줄처럼 가지런하게 입에서
밀려나와 허공에서 흩어졌다.
수한이의 방 옆에 있던 망인의 장례식이 오늘이라 느낀 것은 그가 담배를 다 피우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였다. 수한이가 죽기 하루 전에 죽은 사람의 장례일인 것이다.
화환을 들어내고 여인들은 음식담은 함지박을 이고 나오고, 아마 앞 정리가 끝나면 상주가 고인의 사진을
들고 앞장서고 뒤에 운구하는 사람들이 걸음을 맞춰 관을 옮길 것이다. 화장일까? 매장일까? 문득 수한이의
장례는 어떻게 치를 것인지가 궁금해 졌다.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이제 상주들이 왔으니 입관을 한다고, 수찬이와 수정이는 입관을 하러 가려고
빈소에서 나오다 진철을 보더니
“오빠, 같이 가자.”
하고 팔을 잡아끌었다.
“내가?”
“응, 수찬오빠랑 아이들만 가려니 마음이......”
단촐 한 가족, 큰 오빠의 입관에 자신들만 들어가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오빠 친구잖아. 친구니까 입관하는 거 봐도 괜찮을 거야. 오빠도 싫어하지 않을 테고.”
진철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친구가 입관을 본다면 자신 외에도 한 두 명이 함께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였다.
그때 한경이 눈에 뜨인다. 진철은 수정에게 눈짓으로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어이! 한경이.”
하고 불렀다.
한경이 일어서며
“왜?”
하고 묻는다.
“이리 와, 우리 함께 가도록 하지.”
“어디?”
한경은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들에게로 다가온다.
“지금 입관한다고 하는데, 같이 가자고.”
“그래, 한경 오빠도 같이 가.”
수정이 선뜻 동의를 한다.
수한이는 철제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베옷을 입고 하얀 장갑을 낀 두 손은 아랫배 쪽에 가지런히 모아서
겸손을 표현하고 있었다. 두 남자가 침대 양 쪽에 서서 얼굴을 화장하고 있었다. 화장이라기보다 청결하게
하는 것이다.
수찬이가 형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마지막으로 대하는 형의 얼굴을 보며 인사를 하는 것이다.
“형!, 잘 가요. 가서 엄마 만나서 잘 지내요. 아버지랑 화해 하셨는지도 알아보고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거리고 있었다. 수정이는 차마 오빠의 얼굴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다른 가족
들이 고인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생소하다는 모습이다. 하긴 수찬과 수정 남매 외에는
수한에 대한 끈끈한 정이 없는 그들이고 보면 그저 아빠의 형님, 엄마의 오빠. 남편의 형님, 아내의 오빠일
뿐, 그렇다고 함께 보낸 시간도 별로이고 보면 오히려 입관을 보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