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의 사순특강을 잘 마쳤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신 교우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조금 일찍 가서 본당의 미사에 참례를 하였습니다. 미사를 주례하는 것도 감사할 일이지만, 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신부님들의 강론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신부님께서 축성하신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도 좋았습니다. 강의를 하였지만, 제게도 묵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자양동 성당에서는 외국인 신부님의 강론을 들었습니다. 잠원동 성당에서는 강의 후에 본당 신부님께서 신자 분들과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연희동 성당에서는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강론을 들었습니다. 신당동 성당에서는 악의 세력과 성수의 의미에 대한 강론을 들었습니다. 중계 양업 성당에서는 신부님께서 신자 분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동창 신부님이 있던 신림 성모 성당에서는 강의 후에 모처럼 우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반포 성당에서는 보좌 신부님의 활기찬 모습을 보았습니다. 묵동 성당에서는 성지(聖枝)와 십자가에 대한 강론을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여러 성당을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신부님들의 좋은 강론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한국교회가 건강검진을 받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수도자와 사제성소가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사회가 급속하게 고령화 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교회도 고령화 되고 있다고 합니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에게 교회의 벽이 너무 높다고 합니다. 가난한 지역보다는 부유한 지역의 신자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대지를 마련하고, 건축을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세례를 받는 신자들도 늘어나지만 교회를 떠나는 신자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신앙생활의 기준인 주일미사 참례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서 기도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모두들 바쁘게 생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식사할 시간도 없는데 함께 기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파스카의 성삼일은 교회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처방전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는 1년 중에 가장 거룩하고 뜻 깊은 성삼일의 첫날을 시작합니다. 전 세계의 가톨릭교회는 오늘 ‘주님의 만찬 미사’를 봉헌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고난의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제자들과 함께 저녁을 드셨는데, 그것이 바로 최후의 만찬입니다. 이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은 빵을 들어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줄 내 몸이다.” 또한 포도주가 든 잔을 들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신 다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해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미사의 원형이고 미사의 시작입니다. 초대교회의 제자들은 바로 예수님의 이 말씀을 잊지 않았고, 예수님의 이 말씀을 따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진정한 이유를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통해서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식탁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뒤,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허리에 두르셨던 수건으로 닦아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발을 씻어 준다는 것은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는 아기에게 하는 일이요, 종이 주인에게 하는 일이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희생과 봉사입니다.
이제 우리가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신다는 것은 남을 지배하고 억누르고, 권위를 내세우고 잘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아낌없이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기꺼이 봉사하고 사랑하라는 주님의 뜻을 따른다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만찬미사입니다. 모든 이를 품어주셨고,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을 주셨으며, 스스로 수난과 고통을 감수하셨던 예수님이십니다. 끝까지 믿어주며 하느님께 대한 열정과 확신으로 고난의 길을 묵묵히 가셨던 주님이십니다. 그런 주님의 사랑과 주님의 희생을 우리도 배워야 하겠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의 그 사랑을 배우며, 우리들 또한 이웃의 아픔과 슬픔을 씻어주는 주님의 제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내어주신 몸과 피를 받아들이듯이, 우리들 또한 우리의 이웃들에게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말씀이 살아 있다면, 우리들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눌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이미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