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8
선인봉 남측길
김지웅 원정옥 정선 박도철 김명숙
지웅선배님께서 올리신 글을 봤을때 선인봉이 어딘줄도 몰랐다. 검색을 해보니 도봉산이란다. 한참을 고민했다. 저번에 도봉산 갔을때 헛구역질을 하며 숨도 모자라고 다리도 아프고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으며 끙끙 고생했던 기억이 스쳐지나갔지만 남측길은 쉽다는 블로그 후기에 혹해서 일단 참석 댓글을 달았다.
원래 자일을 내가 들고 가려고 가방 바닥에 집어 넣고 짐을 챙기는데 웬일로 헬멧까지 들어갈 정도로 가방에 공간이 남았다.(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 전 도봉산에서 한참 고생했던 나를 기억하는 명숙선배님께서 올라가는 길엔 자일을 대신 들어주셨다. 가방이 한층 더 가벼워져서 그런지 발걸음이 가벼웠다.(이때까지도 가방이 왜 가벼운지 눈치를 못챘던....)
한참 앞장서서 올라가시는 명숙선배님의 선명한 형광연두색 옷을 쫓아 열심히 올라갔는데 아무생각 없이 올라가다 자운봉 정상을 마주했다. 자운봉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동안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저기 어디에 샛길이 있나보다.... 하면서 가는데 명숙선배님께서 여기가 아니라고 내려오신다. 그렇다. 우리는 원래 가야하는 길에서 한참을 올라온것이다. 어디까지 내려가야 하는거지? 하고 있었는데 등산까지만 동행한 수현선배님께서 우리를 찾으러 올라오셨다. 하하 진짜 한참을 더 내려가서야 원래 가야했던 샛길이 나왔고 그 샛길에서 쪼금만 진짜 쪼금만 더 가면 남측길 1피치 구간이라 더 허탈했다.
짐을 주섬주섬 풀고 장비를 착용하고 신발을 신으려고 할때 쯤이었다. 나는 이때서야 내 가방이 유난히 가볍고 비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신발이....없다!!
아니 설마? 진짜로? 가방을 아무리 휘적거려도 역시 없다.... 나오는거라곤 파란색 신발주머니뿐... 아니 신발도 없으면서 신발 주머니는 왜 있는건데ㅠㅠㅜㅜㅠㅠ
나 이대로 수현선배님 따라서 하산 해야하나? 싶어서 저.. 신발을 안가지고 왔어요... 말씀을 드리니 아무도 하산하라는 말을 안하시길래 엇, 트래킹화 신고 가두 되려나?히히 하며 슬쩍 1피치 가기 전에 있는 타이타닉 바위까지 올라갔다. 포토존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후기에서 봤던대로 마냥 어렵다고 생각되는 길은 없었고 종합선물세트 마냥 크랙, 팬듈럼, 침니, 트래버스 그리고 뜀바위, 호랑이굴 등등 색다르고 재밌는 길이 많았다.
물론 신발이 일반 트래킹화라서 발이 계속 미끄러져서 도철 선배님께서 손으로 발을 여러번 받쳐주시기도 하고(흑흑 감사합니다...), 벽에 비비고 최대한 좋은 손을 찾기위해 버둥거리기도 하고, 무릎도 쓰고, 발을 직접 잡아올려 좋은 발자리에 가져다 올려놓기도 하고 아등바등 올라갔다.
제일 기억에 남는 구간은 2,3m쯤 하는 미니 침니구간과 뜀바위 였다. 침니구간은 매우 짧았는데 엉덩이로 밀고 조금 올라가다가 소금쟁이 처럼 자세를 잡는데 그때가 포토타임이었다. 지웅선배님께서 자세를 잡으라고 오더를 내려주셔서 가다말고 다시 뒤로 물러 나름 최대한 멋진 자세를 취해봤다.
그리고 바로 뜀바위가 나왔다. 넘어가야하는 바위가 제법 멀리 떨어져있어서 손이 좋다고 해도 공포감이 장난아니었다. 내 앞에서 가는 정옥선배님께서도 공포감에 망설이셨는데 뒤에서 봤을때는 오 쉽게 가시겠는데? 하던 저를 반성합니다.... 막상 내가 해보려니 손은 그렇다치고 발이 너무 멀어가지고 진짜 너무 무서웠다. 와중에 지웅선배님은 점프해~ 하신다. 볼더링장에서도 점프는 무서워서 못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점프 연습도 조금 해둘걸 그랬다...
발끝을 바들바들 뻗어서 갖신히 발을 건너편 바위로 옮겼으나.... 과한 다리찢기로 고관절에서 비명을 질렀다. 이때는 공포보단 고통이.... 평소에 다리찢기 열심히 해둘걸... 아무튼 고통에서 해방이되기 위해 하나둘셋 구호를 외치며 바위를 꽉 잡은 손을 믿으며 왼다리를 박차며 넘어가긴 했다. 넘어간 후에도 고관절이 아파서 조금 찡찡거렸다. 유연성을 좀 더 길러야....
마지막은 호랑이굴이었는데 수직으로 올라가는 구역이었다. 굴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게 뭐야 싶었지만 시원하기도 하고 손자리 발자리가 다 좋아서 색다른 기분으로 선인봉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신발만 챙겨왔어도 더 수월하게 갈 수 있었을 텐데 이 경험으로 절대 신발이나 다른 장비를 챙기지 않는 일이 없을 것 같다....
아 정상에서 먹은 정옥선배님이 챙겨오신 황도랑 계란이 너무 맛있었다. 원래 황도 국물은 안마시는 편인데 진짜 너무 맛있었다. 또 지웅선배님의 히리춤에 달려있던 '정산'이라는 이름이 쓰여진 퀵드로우가 있었는데 나랑 비슷한 이름이 신기해서 여쭤봤더니 주었다며 내게 주셨다. 아싸 감사합니다!!
첫댓글 진짜 좋아보여요
소풍가듯 다녀 올려고 했는데, 어프로치 힘들었다.ㅜ
37기중 가장 우등생 정선씨 최고야!
아 진짜 대단해요~신발 안가져왔는데 저 종합선물세트를 다 재밌게하고온거 멋지구만..침니사진이랑 엎드려서 빼꼼뒷모습 넘 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