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태극권 + 요가 = 도를 아시나요?
프랑스 현대무용수들을 촬영한 적이 있다.
태극권 배울때 머리속으로 그렸던 움직임이 여기 있었다.
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지금은 말하지만 당시에는 그냥 막연한 느낌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다 걸린 키워드가 바른 움직임이던가 그랬다. 하여간 바른 동작,
바른 움직임 이런거 검색하다 만나게 된 분이 이기현 선생님 (http://ch5.net/studio/) 이다.
내 짧은 정보로 찾아가 볼 만한 곳은 지금은 팔괘장을 가르치고 계시는 한도사님 (http://handosa.egloos.com/),
맛스타드림으로 이름을 날리던 삽짐 (http://www.speedandpower.co.kr/newsap/subpage/main.asp), 그리고
이기현 선생님 정도였던 거 같다. 하지만 한도사님과 삽짐은 내 운동센스를 감안했을 때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결국 태극권과 요가라는 먼가 힘도 덜 들이면서 고수도 될 수 있을거 같은 수업을 진행하시는 이기현
선생님을 찾아가게 되었다.
태극권과 요가가 힘 안들고 땀 안나는 운동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서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당시 내가 아는 태극권과 요가는 그랬다. 이기현 선생님은 본업은 프로그래머시고 택견, 태극권, 극진가라데,
요가, 필라테스를 거쳐 자기만의 운동법을 정리하신 상태였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통해서 코어(단전, 파워하우스)를 확립하고 태극권을 통해서 코어를 유지하며 움직이는
법을 배운다는 체계였는데 이론과 방법 모두 이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없었다.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이
코어확립이라는 목표로 진행됐기 때문에 호흡을 중요시 하면서 근력이 많이 필요한 동작위주였고, 태극권
수업은 무술적 요소는 배제하고 오로지 코어를 유지하면서 체중이동과 회전에 집중하는 방식이었다.
수업은 양질이었다. 코어는 인체의 무게중심이라는 인식, 그 무게중심을 인식하고 강화해서 팔다리가
몸통과 따로 놀지 않도록 하는 것, 어깨를 떨어뜨리고 척추를 바로 세우며 가슴을 연다, 어깨와 골반과 무릎의
수평을 유지한다, 몸의 수직과 수평을 유지하며 체중을 이동시키고 체중이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회전한다 등등
움직임에 대한 기초지식들을 이 수업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운동에 대해서 "운(運)은 중력을 느끼는 것이고 동(動)은 그 중력에 거슬리지 않게 움직이는 것이다"라고
배운 것은 두고두고 도움이 되었다. (물론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말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몸으로는 아직도
아주 가끔 찰나적으로만 이해한다.) 그리고 빡센 운동(워크아웃)은 성과를 내야하는 프로선수들에게나
필요하고, 일반인은 자연스런 범위 내에서만 움직여야 한다(프랙티스), 태양예배자세가 제대로 안되는 경우
절대 역도성 운동을 억지로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같은 말은 나중에 쏨을 알아볼 수 있게 해줬다.
수업은 좋았지만 학생은 늘 없었다. 당시 수업을 대학로에서 했는데 남자 네명정도만 정기적으로 왔었다.
홍콩에서 영춘권을 배우셨던 분, 한도사님께 팔괘장을 배우셨던 분, 너무 힘든 운동은 못할거 같아서 왔다는
직장인분,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나. 태극권을 배우러 왔던 남자들은 무술적 요소가 없는 태극권에 지루해
했고 요가를 배우러 왔던 여자들은 남자들만 있는 공간의 불편함과 코어단련을 목적으로 하는필라테스와
요가에 무척 힘들어 했다.
특히 필라테스와 요가는 내가 피상적으로 알던 에어컨 나오는 시원한 방에서 우아하게 한시간 때우면 되는
그런 운동이 아니었다. 나는 군대 유격훈련 때 하는 지옥의 피티체조 원조가 요가와 필라테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돈내고 유격훈련 받는 셈이었다;;
동작 자체에 코어단련을 통한 근본적 신체강화라는 좋은 목적을 위해 고안된 피티체조가 고작 병사들 벌주는
용도로나 사용된다는 사실에 좀 어이가 없었다. 우리나라 군대도 요가강사나 케틀벨 강사를 초빙해서 세미나
같은 것 좀 했으면 좋겠다. 주짓수 배울 때 보니까 주한미군은 주짓수 세미나나 기타 운동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었었다.
수업은 좋았지만 한계도 있었다. 선생님이 거의 독학으로 체계를 만든 방법이다 보니 운동을 꾸준히 하시다 온
분들은 금방 이해하고 효과도 좋았지만 나처럼 몸의 중심도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나이 들어 몸이 이미
굳어진 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진전이 거의 없었다. 즉 운동체계는 갖고 있는데 교정체계가 없었던 것이다.
좋은 수업이었고 맞는 말이었지만 내 몸이 실행할 수 없어서 너무 아쉬었다. 그러다 내가 잠시 프리랜서를
접고 프러덕션에서 일하게 되면서 시간상 갈수가 없게 되었는데, 그 사이 대학로공간은 문을 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사족) 당시 사람들이 나한테 무슨 운동하냐고 물어보면 태극권과 요가를 한다고 무심코 대답했는데 그때
사람들 표정이 참으로 묘했다. 일단 남자가 요가를 한다는 걸 이해 못했고, 태극권 배운다 그러면 장풍이나
기 뭐 그런 얘기를 물어봤다. ㅡㅡ;;
첫댓글 여정이 흥미진진하네요~
우와아앙 글이 점점 재밌어지네요!ㅋㅋㅋㅋ
장풍ㅋㅋㅋㅋ
저는 지금도 케틀벨&요가 배운다고 하면 다들케틀벨이 뭐냐고 물어보는데 ㅋㅋ 쇳덩이로 장풍쏘는거라고 말해볼까
태극권과 요가를 가르치는 스튜디오 이름이 기억 안나네요. 학교 왔다갔다 하면서 늘 봤었는데...
3편 보고 싶어요!!
아아아아. 정말 좋아요.
관심사가 비슷해요 ㅎㅎㅎ 우왕ㅋ;;
흥미진진하네요~~ 잘보고갑니다
점점 재밌어 지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