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끝나고 세종시에 사는 지인 한 분과 통화를 했다.
그분이 선거 직전에 출석하는 교회 목사에게 딱 한 번만이라도 "무속과 이단의 비호를 받는 정치인을 교회가 지지하면 안 된다"는 말을 설교 중에 해달라고 정말 간절하게 부탁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며칠 후에 이런 문자가 왔다고 한다.
"000님, 저는 000님이 감당이 안 되니 다른 교회로 옮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지인이 자기는 이제 어떡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쿨하게 답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세요."
# 선거 끝나고 우리 회사 직원이 주일 예배 때 겪은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서 슬피 울었다.
온라으로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대표 기도를 맡은 장로가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허락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더라는 것이다.
우리 직원이 그 이야기를 하면서 교회를 계속 나가야 하는지 고민이 깊다고 했다.
나는 역시 쿨하게 그냥 나오라고 했다.
# 오늘날 교회에서 정의와 상식 개념을 가진 교인들은 결코 다수가 아니다.
다수가 아닌, 소수다 보니 늘 핍박을 받는다.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가 없어서 혼자 속으로 참고 삭히느라 정신적 고난을 당하고,
행여 용기를 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가는 "너도 좌파였어?" 이러면서 대놓고 왕따를 당한다.
우파 수구 정치관을 갖고 있는 다수가 그렇지 않은 소수를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법이 없이 그저 머릿 수로 찍어누르는 게 대체적인 교회 분위기다.
그런 분위기에서 굳이 소수가 신앙의 미덕으로 마냥 참고 견딜 이유가 없다.
그냥 나오는 게 답이다.
사람들이 떠나야 혹시 목사들이 정신을 차릴라나?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떠남으로써 저들이 긴장을 하게 될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해야 할 지경까지 왔다.
어차피 저들 목사들은 성경에서 가르치는 목자의 심장과 얼을 상실한 지 오래다.
저들은 그저 종교 자영업자들일 뿐이다.
저들이 안절부절하는 것은 고객과 이익의 감소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떠나서라도 저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자기 반성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
이제는 목사들 스스로는 절대 갱신을 못한다.
신학교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종교 시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심판하는 것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이 정도로 타락하고 망가졌다.
오호 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