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나가려고 초저녁에 잤는데 일어나보니 일감이 취소됐다고 문자가
와있습니다. pc방에서 객이다가 6시쯤 인력 사무실로 그냥 나갔습니다.
소장이 일찍 나왔다며 영혼 없는 인사를 보내건 말건 한 30분 사무실에서
죽 때리고 있었더니 진접 도서관으로 나가랍니다. 예-셀, 도착해서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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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앞에 아파틀 짓고 있었고 도서관 옆에 4,000천 평쯤 돼 보이는
건물이 공사장인 모양입니다. 현장은 아침밥을 준다는 것을 저는 지금에서야
알았습니다. 도서관에 책이나 보러 오는 팔자가 못 돼서 무료로 주는 아침을
먹고 개미 인력에서 온 55세 토끼띠랑 한 조가 되어 노가다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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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천 평 되는 펜스를 걷고 땅을 다지는 것이 이제 건물을 올리려는 모양입니다.
오늘 일은 해체 해 놓은 펜스 프레임을 걷어다가 정리하는 일인데 저는 아웃
사이드에 있는 25kg 철봉을 인사이드로 투포환 하는 일입니다. 운동 삼아 즐겁게
한다고 했는데 300개 정도를 던졌더니 승모 근이 뻐근합니다. 오전 근무가 끝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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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렵 인근 학교 교장이라며 여성이 말을 붙여옵니다. 초등학교 등하교 길이여서
아이들 위험하지 않게 청소 좀 깨끗이 해주라네요. 연명, 알아서 하고 있는데
웬 잔소리냐고? 내 또래 되어 보이는데 언년은 교장 질 하고 있고 언놈은
일용직을 하고 있다니 또 열 받습니다. 점심시간에 아파트 현장에 놀러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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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인가, 반장인가 하는 꼰대를 만났습니다.
혹여 일자리 하나 얻을까하고 갖은 아양과 처세를 떨었습니다.
미얀마에 가거든 나 좀 데리고 가달라고 말입니다. 점심시간 30분을 반납하고
남은 작업을 하였는데 엿이나 바꿔먹을 철봉을 주서다가 한 곳에 모으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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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뜨 악 볕에서 골고다십자가를 지고 왕복 달리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어느 정도 일이 진척되었다고 생각할 무렵 실족을 했고 고랑으로
자빠졌습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야겠지요. 푹신한 땅에 철썩 주저앉아 뒤집힌 발목을
사랑스럽게 주물렀습니다. 이어서 4,000평 되는 대지가 가지런히 정리되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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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보며 인간과 노동에 대하여 잠깐 생각했습니다. 뭐 별다른 생각은 아니고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는 것과 인간은 위대하다는 정도입니다. 2시 반에 일을 끝내고
일당을 막내에게 건네주는 이 기분을 아는 사람만 알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이석 진
증상이 가시지 않아서 다시 현대 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불쌍한 울 엄마 오래 사셔야 할 텐데.
2017.9.15.fri.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