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잔뜩 흐리니 녀석들 기상시간이 평소보다 늦어집니다. 기상시간이 늦어지니 아침행사들 시간이 다 밀립니다. 아침식사, 보충제 및 각각 필요한 약물, 샤워, 옷입기 등등. 3녀석을 처리하려니 아침시간은 분주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평소보다 30분 늦어지니 주간보호활동센터에서 전화가 막 쏟아집니다. 목요일 오전은 외부 스튜디오에서 댄스수업이 있어 이동을 해야되는터라 제 시간에 못오면 이동장소로 오라는 것입니다.
학교를 운영해왔던 입장에서 이제는 타기관에 아이들을 보내는 입장이 되어보니 과도할 정도로 90도 인사가 일상이 됩니다. 하긴 학교운영할 때도 이런 인사태도 때문에 부담스러워 했던 사람들도 있었으나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으로 고마와서 나왔던 인사법입니다. 예전에는 우리 학교에 아이를 보내주어서 고맙다, 지금은 태균이와 준이를 잘 돌봐줘서 고맙다, 고마워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원생을 모두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며칠동안의 등하원을 통해 얼핏 보았을 때, 지적장애가 대부분이라 외모에서 드러나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지적장애의 시작점이 대부분 시각정보처리 비중이 큰 것이라서 결국 실행증의 덫에 걸리다보니 아무래도 외모가 구부정해지고 동작성이 둔하게 되는 요인이 됩니다.
우리의 동작 모두는 안구가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돌아가기 때문에 두 개의 안구가동 능력이 각자 동작의 특징을 결정짓습니다. 동작이 빠르고 잽싸고 정확한 사람들은 두 개 안구가동이 그만큼 빠르고 잽싸며 정확하다는 것을 말하며, 동작이 느리고 굼뜬 것은 두 안구가동이 그만큼 느리고 굼뜨고 시야각도가 좁으니 행동반경이 좁아지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시각정보처리 개선을 위한 별도의 눈훈련이 어려울 때는 몸동작 훈련과 운동을 매일해야만 합니다. 운동을 많이 시키지 않은 경우 세월이 지나보면 표시가 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지적장애의 경우 나이가 들면 휠체어에 의존하거나 걸음걸이가 몹시 뒤뚱거리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시각정보처리 기능의 문제는 학습을 어렵게 하는 큰 요인이기도 합니다.
자폐스펙트럼이지만 태균이와 준이는 감각추구 행동이 많이 완화되어있고 운동을 많이 한 편이라 아무래도 실행증의 덫에서는 외모적으로 벗어나 있기는 한 듯 합니다. 발달장애에 있어 운동은 정말 중요합니다. 준이와 완이를 외모만 보면, 일반 사람들은 장애가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합니다. 특히 완이는 아직 어려서 더욱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어제는 완이와 함께 머체왓 숲길을 걸었습니다. 머체는 제주도 말로 바위라는 뜻이고 왓은 밭을 말한답니다. 곶자왈과 결국에 비슷한 개념입니다. 아무래도 용암이 제주도 땅 위에 꽤 넓게 퍼졌고, 용암이 굳어진 환경에 자연이 생성되다보니 빌레, 곶자왈, 머체왓 등의 용어가 자연스레 붙여진 듯 합니다.
제주도와 같이 특수한 지질환경에서의 자연조성에 이끼가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물이 뿌리내리기 어려운 바위로 뒤덮힌 환경에서 숲이 우거지기까지 이끼가 두텁게 바위 위를 덮어주었기에 다양한 식물들의 씨앗이 안착할 수 있었다 합니다. 제주도 숲속의 고색창연 이끼풍경이 그래서 더 반갑고 고맙게 느껴집니다.
수요일의 거문오름 등반이 무리였는지 저도 완이도 다소 피곤함에 몸이 절어있는 듯, 걷기에 활기가 쑥 빠졌습니다. 어차피 머체왓 숲길은 코스도 여러 개인데다가 하루가지고는 안될 것 같아 며칠 오려고 마음먹고 아주 천천히 자연감상 위주로 걷기를 했습니다.
지나가는 숲길 한걸음 하나하나 보여지는 자연환경들이 너무 근사해서 이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가슴벅찰 뿐입니다. 한라산 주변 숲길들이 그렇듯 심한 오르막 내리막 없이 평탄하지만 저들끼리 사람손 타지않고 그저 대지와 대기의 기운으로 오랜 시간 생존해 온 경쟁의 장들이라, 드러난 숲의 모습은 제각각 도생들의 조화의 미 자체!
매일 가도 이렇게 끝없이 쏟아지는 제주도의 자연의 모습은 다 새롭고, 전국에 있는 모든 아름다운 숲길을 다 모아놓은 듯 합니다. 그래서 제주도에 있는 시간들은 보람차지만 늘 아쉬움을 주기도 합니다. 머체왓 숲길가는 길, 그리고 도착해서는 한라산이 정상을 선명하게 보여 주었지만 돌아올 때는 오리운중! 안개보다는 구름이 잔뜩이니 오리운중이 맞습니다.
아이들 픽업해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뿌리기 시작하더니 밤새 빗줄기도 바람에 휘몰아쳐댑니다. 날이 밝으면 세상은 깨끗이 오염을 벗고 더욱 청명해진 대기질로 또 하루를 맞게 해줄 것입니다.
첫댓글 이 글을 읽는 이쪽 동네는 비가 추적 추적 내립니다. 운동의 중요성! 유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