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를 정리하면서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발효액을 정리하는 것이다.
무겁기도 하지만 종류별로 여러 용기에 담겨 있어서
단단히 마음먹지 않고는 쉽게 시작할 수 없었다.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마음먹고 창고에 있던 발효액 통을 전부 밖으로 꺼내었다.
단지를 포함하면 어림잡아 40통은 되었다.
찌든 먼지를 씻어내고 같은 종류로 한 통에 꽉꽉 채워 다시 정리하여 넣고 빈 통을 씻어 말렸다.
포도 매실 오디 개복숭아 오미자 모과 쇠비름 아카시아 양파 등 10년도 넘은 효소를 하나씩 정리했다.
다음날에 빈 통과 단지를 씻어 겨우 마무리하였다.
일정 기간이 되면 효소를 걸러야 했는데
몇 년을 그냥 두었다가 지금에야 거르게 된 것이다.
걸러야 할 양이 많아 거름으로 쓰려고 큰 통에 부어 모았다.
큰 고무통에 가득 차서 물을 부어 그 물을 오이와 토마토밭에 뿌렸다.
부추로 효소를 담았는데 통 밑에는 설탕이 녹지 않고 굳어 있었다.
특히 오디는 잼을 하면 좋은데 손이 많이 가서 힘들고 번거로워 그냥 버렸다.
그렇게 창고에 종류별로 정리해도 20통은 족히 되었다.
아내는 올해 매실을 담그자고 그러는데 10년 먹을 양은 된다고 했다.
특별한 것은 꿀과 모과로 담은 효소와 집 포도로 만든 효소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창 효소를 담글 때라 창고에 처박아 두고 10년 동안 잊어버렸던 모양이다.
아마도 언제 누구를 위한 쓰임인지는 모르나 귀한 약으로 쓸 때를 예비한 듯하다.
맛보다는 약효가 좋아서 묵은 포도주를 쓰듯
10년 이상 묵은 효소도 어떤 이에게는 귀하게 쓰일 날이 곧 있을 것 같다.
묵은 포도주를 마시고 새것을 원하는 자가 없나니 이는 묵은 것이 좋다 함이니라[눅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