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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 씨, 그동안 어떻게 참으셨어요? 식사하실 때 안 불편하셨어요?” “OO 씨, 다음주에 꼭 나오셔서 상태를 보셔야 해요.” “OOOO 씨, 어디계세요? 오셨어요?”
지난 6일 오전. 광주 남구 은석치과 진료봉사실이 이주여성과 외국인노동자들로 시끌벅적하다. 10여 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병원 대기실을 가득 채웠다. 치과 특유의 기계음에 겁먹은 듯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다들 밝은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광주 남구 은석치과 진료봉사실에서는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무료 진료가 펼쳐진다. 치과치료에 부담을 느끼는 다문화가정, 외국인노동자 등을 위해 광주지역 8곳의 치과의원 14명의 의사들이 모여 매주 봉사활동을 하는 것.
광주의 겨레치과·라온치과·소망치과·은석치과·금호은석치과·e-푸른치과·이민호치과·미플러스치과의 원장과 간호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이 ‘희망나눔 치과네트워크’를 결성해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날 어머니, 아들과 함께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송신(26·중국 심양) 씨는 치과치료의 고통도 잊은 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송 씨는 “어머니가 이가 좋지 않아 그동안 식사가 어려울 정도였는데 다행히 신경 치료를 받아 앞으로 조금씩 식사를 하실 수 있게 됐다”며 “솔직히 치과는 병원비가 너무 비싸 엄두를 낼 수 없었는데 이런 곳이 생겨 너무나 다행이다”고 말했다.
정은하 희망나눔 치과 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그동안 진료비감면혜택 등의 다양한 진료봉사를 해오던 여러 병원 원장님들이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진료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에 함께 힘을 모와 무료 진료소를 꾸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무료진료소를 꾸리기까지는 6개월의 준비기간이 걸렸다. 장소를 물색하고, 각종 기구와 재료들을 준비하고 조를 꾸리는 등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반 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이다.
사실 이들의 진료봉사는 이번의 처음이 아니다. 이미 2년 전부터 네트워크를 구성해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실천해 오고 있었다.
광주지역 저소득층 가정의 중학생 아이들에게는 학교의 추천을 받아 연 2회씩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각 구별로 지역아동센터를 후원해 아이들의 구강보건관리와 칫솔질 교육, 돌봄서비스 등을 펼쳐오고 있다. 또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독거노인 가정방문과 장애인시설을 정기적으로 찾아 무료진료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절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바로 진료비의 1%를 봉사활동에 기부하는 것이다. 환자를 영리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의료서비스를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자 회원치과들이 연계를 맺어 봉사활동에 기부하고 있는 것이다.
김석 희망나눔 치과 네트워크 대표원장은 “네트워크 봉사는 지역사회에서 받을 것을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이왕이면 전문 기술을 살려 조직적으로 돕고 싶어 네트워크를 구성해 진료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칫 무료진료가 병원 홍보로 이어질 수 있고, 거리가 멀면 쉽게 찾아 올 수 없어 진료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일터나 터전 근처에 조그마하게 만들어 이 일을 정착시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무료진료를 하고난 후 김 원장은 “외국인노동자들의 치아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지 않아 이들을 위한 꾸준한 의료 관심과 치료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며 “치과뿐만 아니라 다른 과하고도 연계된 다양한 진료가 될 수 있도록 노력 해야겠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향후 네트워크 센터를 건립해 무료 진료 정착화를 꿈꾸고 있다. 무의탁노인이나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들, 외국인노동자 등 진정으로 치과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손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다.
무료진료가 필요한 이들은 광주다문화지원네트워크협의회로 연락하면 된다. 문의 062-362-5678, 010-6408-0500
* 다문화지원네트워크협의회 추천이 있어야 진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진료를 희망하는 분은 다문화지원네트워크협의회에 문의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