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에 서울을 출발하여,
영암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은,
새벽 3시 30분경이고,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 거리에는,
벚꽃만 만개했고...
함께 도착한 사람은,
10여 명인데,
모두가 월출산에 달을 보려고 온 듯...
깜깜한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산속을 향해서,
생각 없이 들어가는데...
주변 나무들은,
이미 녹색의 새순이 가득하고...
역시,
따뜻한 남쪽이라서,
봄이 한창인가 봅니다.
산행을 시작하고,
20분 남짓 흘렀는데...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놀라서 주변을 살펴보니...
커다란 묘지에서,
산짐승(다람쥐 혹은 청솔모)이 후다닥 도망을...
달도 없는 깜깜한 밤은,
가로등이 영암 읍내를 밝혀주고...
하늘에 구름도 없는데,
둥근달은 어디에도 없고...
암튼,
어둠이 가득한 월출산을,
조그만 전등에 의지해서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정말 반가운 녀석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네요.
산 들머리에는 없었는데,
산 중턱을 지나니,
비로소 진달래가...
낮에도 꽃이 피어 있지만,
깜깜한 밤에도 활짝 피어서,
나를 반겨주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진달래 주변에는,
산벚나무도 화려한 모습으로...
집에서 출발할 때는,
벚꽃이 필듯말듯 했는데...
영암에 도착하니,
가장 늦게 피는 산벚꽃이 피어 있을 줄 몰랐고...
산행은,
산성대 입구를 출발해서,
정상까지 3Km 남짓이고,
시간은 2시간 정도 소요 된다고...
그래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산을 올라가는데...
중간에,
고인돌 바위에서,
좁은 공간을 통과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비만도 테스트를 하면서 바위를 지났고...
일출 시간은,
오전 6시 29분인데,
벌써 항해박명이 시작되고...
참고로
천문박명 : 해가 지평선 아래 12~18도에 있는 경우
항해박명 : 해가 6~12도에 있고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정도
시민박명 : 주로 해뜨기 30분 이내로서 신문을 읽는 정도
즉,
지금부터 30분 ~ 1시간 사이에 해가 뜬다고...
주변 사물을 구분할 수 있는 걸 보니,
항해박명이 마무리되고,
시민박명이 시작하려는 듯...
아직도,
30분 이상 시간이 남았는데,
바람은 차고 볼거리도 없어서,
바위틈에 쪼그리고 앉아서 사진만... ㅎㅎ
그리고,
일출 시간 20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상으로 발길을... ㅋㅋ
저 바위를 올라가면,
정상이 나타나는데...
아직도,
일출 시간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았고...
그래도,
일출을 즐기기 위하여,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여기는,
통천문이라 하고...
여길 지나면,
바로 정상이 나타나는데...
아직까지도,
바람이 불고 날은 추워서,
다시 바위틈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ㅠ.ㅠ
바위틈에서,
해 뜨는 방향을 바라보니,
이제는 해가 뜰 듯...
그래서,
바위틈에서 나와서,
일출이 멋진 곳으로 찾아 가는데...
여전히 해가 없는 걸 보니,
아직도 시민박명 시간인 듯...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주변을 확실하게 구분이 가능하고...
즉,
붉은 해가,
구름사이에서 솟아오를 듯...
아니,
그러길 바라면서,
차가운 바람과 힘겹게 싸움을 이어가는데...
주변은 점차 밝아오는데,
아직도 해는 요원하기만...
그래도,
해가 뜨려고 하니,
기온도 차츰 올라서,
견딜만했고...
더구나,
이렇게 멋진 바위를 바라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드디어,
해는 지평선 위로...
실제,
이런 분위기는,
5분 남짓이라서,
아무런 생각 없이 일출에 전념을...
암튼,
소원을 10개는 빌려고 했는데,
고작 2개만 빌고서 일출은 마감을...
일출을 마감하고,
발길은 구정봉을 향해서...
구정봉은,
천황봉을 내려가서 1.6Km를 더 가야 합니다.
거길 가는 이유는,
시간이 너무 많아,
딱히 할 일이 없어서... ㅋㅋ
지평선을 솟아오른 태양은,
월출산의 암벽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가파른 구간을 내려가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한 장... ㅎㅎ
암튼,
달뜨는 월출산이 아니라,
해 뜨는 일출산에서,
즐거운 산행을...
가파른 등산로를 내려가는데,
아침 햇살은 향로봉과 구정봉에 따사롭게 비추고...
갈 길은 멀지만,
아침 햇살을 즐기면서,
부지런히 구정봉으로 가는데...
역시,
진달래는 정답입니다.
간밤에는,
등산로 주변에 있는 꽃들만 보았는데...
해가 뜨니,
여기저기에 진달래가 피어 있고...
이 바위는,
이름이 정말 특이해서...
아무리 살펴도,
돼지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하필,
돼지바위라는 이름인지,
그것이 궁금하기만...
아침 햇살은,
등산로에 화려하게 핀 진달래에 걸렸고...
진달래가 너무 붉어서,
아침 햇살이 치어 보였고...
암튼,
어딜 가도 있고,
언제 봐도 화려한,
진달래가 너무 멋있었고...
이 바위도,
이름이 너무나 특이하기만...
더구나,
바위 정상에는,
진달래가 살고 있다는데...
아무리 살펴도,
꼬추(남근) 바위에는,
진달래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구정봉이 지척에 보이고...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멀리 보이는 바위 정상까지,
무서움을 무릅쓰고 올라야 한다는 것...
어째튼,
이름 아침부터,
고난의 산행을... ㅎㅎ
이 굴의 이름은,
'배틀굴'이라는 소박한 이름이...
임진왜란 때,
피난한 여인네들이,
이 굴에서 배를 짠 데서 유래한다고 하는데...
그 아래에는,
굴이 여성의 성기를 닮았다는,
사실적인 문구도 함께...
구정봉을 가는,
등산로입니다.
분명 안내판은 있는데,
등산로가 어디인지 구분이 되나요??
정상으로 가는 길은,
바위를 통과해서 좌측으로 가면 되는데,
나 같은 뚱땡이 지날 수 없을 정도였고...
구정봉 정상에서,
월출산 천황봉을 바라보니,
멀고도 험한 능선을 걸었네요.
중요한 것은,
저길 다시 가야 한다는 것이고...
암튼,
배는 고프지만 추위가 물러가니,
산행하기에는 훨씬 부담이 없었고...
구정봉의 유래는,
바위 정상에 이런 웅덩이가 9개가 있어서,
구정봉이라 했다고...
실제로 9개인지 세봤는데,
물이 고인 웅덩이는 4개뿐이었고...
암튼,
우물이 있는 구정봉을 내려가서,
다시 천황봉으로...
여길 지나올 때는,
체력적인 문제도 없고,
초행이라서 호기심에 잘 왔는데...
다시 돌아가려고 하니,
배도 고프고,
힘도 빠져서,
내려가는 길임에도 힘들기만...
아침에는 못 봤는데,
돌아가는 길에 이런 귀한 선물이...
조계산에 들렀을 때,
얼레지 군락지가 있었는데...
여기는,
군락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얼레지가 자라고 있고...
이제는,
천황봉이 코앞에 있는데...
가파른 바위 구간을 올라야 하니,
눈앞이 깜깜하기만...
그래도,
얼레지의 응원에 힘입어,
꾸역꾸역 올라 봅니다.
이쯤에서,
남은 물은 몽땅 먹고서,
5분 남짓 쉬었습니다.
저기만 올라가면,
이제는 내리막이라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완전히 방전되어서,
내려갈 일이 걱정스러웠고...
해가 뜰 때는,
두세 명이 옹기종기 모였는데,
구정봉을 다녀오니 제법 많은 사람이 모였고...
어째튼,
오전 8시경 여길 다시 와서,
두 번째 인증을...
이제는,
구름다리 방향으로 산을 내려가서,
광주로 가면 되는데...
내려가야 하는 능선이,
결코 만만치 않네요.
더구나,
사다리에 가까운 계단도 내려가야 하고,
제일 싫어하는 구름다리까지 건너야 하는데...
암튼,
싫어도,
가야 할 길이라서,
발길을 옮겨보는데...
정말 화사한 진달래가,
나보고 힘내서 내려가라고...
그리고,
새로 만든 구름다리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진달래의 격려를 받으면서,
젓 먹던 힘까지 보태서,
산을 내려갑니다.
등산로는,
바위를 통과하지 못함으로,
바위를 피해서 급경사를 내려가는데...
이 바위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네발로 기어서 올라야 합니다.
암튼,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야 하는 부담을 간직한 채 구름다리로...
등산로는,
뱀처럼 꼬불거리면서,
하늘을 향해 이어지고...
물도 없는데,
초코 과자 1개에 의지해서,
이런 길을 올라가려니,
다리가 천근만근처럼 무겁고...
그래도,
헥헥거리며,
한발 두발 발걸음을 옮겨보는데...
역시나,
올라오니 진달래가...
뿐만 아니라,
월출산의 기암들도,
힘내라고 응원을...
땀을 닦으며,
잠시 쉬면서 내려갈 길을 걱정하는데...
다리에 힘도 없고,
체력이 완전히 방전되니,
더 이상 무서움은 사라지고...
평소였다면,
뒤로 내려갈지,
앞으로 내려갈지,
한참을 고민했을 텐데...
몸이 풀려서 그런지,
아무런 생각 없이 내리막을 걸었고... ㅎㅎ
다시 이어지는 계단은,
구름다리에 대한 공포까지 한 번에...
몸과 마음을 비우고서,
내 의지와 관계없이 걷다 보니,
왠지 편안한(??) 느낌도...
암튼,
모든 걸 버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나 봅니다.
계단을 내려와서,
이 다리를 건넜다는 현실이,
전혀 실감나지 않네요.
돌다리도 건너지 못한 내가,
이렇게 험난한 구름다리를...
암튼,
월출산의 기암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도 한 장 남기고서,
남은 구간을 내려갑니다.
구름다리를 거너고,
산을 내려가는데...
내가,
저길 건넜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고...
암튼,
저런 다리를 건넜고,
암벽 사이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서 하산을...
이 계단을 끝으로,
암벽코스는 마무리 됐고...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자꾸만 눈에 어른거리네요.
암튼,
산을 내려가서,
맛있는 짱퉁어탕에 시원한 막걸리를... ㅎㅎㅎ
남쪽이라서,
동백이 활짝 피었고...
여길 지나는 시간이,
오전 9시 25분입니다.
평소에는,
이 시간에 산행을 시작도 하지 않는데,
오늘은 너무 이른 시간에 하산을...
산 아래는,
나무가 푸른색으로...
이 정도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계절이,
정말 빨리 흐르네요.
월악산을 배경으로,
조그만 식당이 있는데...
저곳에서,
짱퉁어탕에 시원한 막걸리를 먹으려 했으나...
산을 너무 일찍 내려왔더니,
아직 영업 전이라는 문구만... ㅠ.ㅠ
주변 식당을 배회하면서,
먹을 것을 찾아보는데,
장어 말고는 마땅한 먹거리는 없고...
먹거리를 대신하여,
화려한 벚꽃과,
산 중턱에 걸리 구름다리가 조망되고...
어째튼,
먹고살아야 하기에,
담양읍까지 걸어가기로...
농로라서,
2차선 길은 한가하지만...
길에 핀 벚꽃은,
따사로운 봄 햇살과 더불어,
내 몸을 노곤 하게 만들어 주고...
어쩌면,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ㅎㅎ
영암의 넓은 들판에는,
유채가 제법 많이 자라고...
배가 너무 고파서,
납의 유채밭에 들어가서,
한 움큼 뜯어서 나왔고...
암튼,
소나 염소도 아닌데,
양손에는 쥔 유채 줄기를 먹으며,
시골길을 하염없이 걸었네요.
드디어,
영암읍에 도착해서,
사람이 주식으로 먹는 음식을 시켰고...
너무 허기가 심해서,
음식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도 몰랐습니다.
심지어,
시원한 막걸리 한 병 먹으려 했는데,
그마저도 잊어버리고서...
이후 일정은,
영암에서 버스를 타고 광주로...
예식장에서는 소주를 벌컥벌컥,
친구네 가계에서는 맥주로,
이렇게 귀한 음식은 꿈나라에서...
결론은,
너무 잘해준 친구들이 고맙고,
그래서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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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취하고,
술에 취했지만...
함께한 친구들은,
내 가슴속 깊은 곳에...
친구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니,
항상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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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델고가지 그랬어...ㅉ
그러게...
그걸 생각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