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4일 연중 제2 주일
-조재형 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1982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입학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힘만으로 된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저를 불러주셨습니다. 저는 5대(代)째 천주교를 믿는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물고기에게 물은 삶이 터전이듯이, 천주교는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제 삶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가족들은 모두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 세상의 이름보다 세례명이 더 익숙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기일이 오면 연도를 바치고, 미사에 참례 했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은 용서가 되었지만 성당에 가지 않는 것은 밥을 먹지 못할 정도의 큰 잘못이었습니다.
아이는 말하는 법을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말을 배우듯이, 성탄 전야 미사, 부활 성야 미사, 판공, 묵주기도는 굳이 교리를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자녀들 중에 성직자와 수도자가 되는 것을 하느님이 은총이라며 기뻐하였습니다. 맞습니다. 가정은 제 성소의 ‘못자리’였습니다. 그래서 저와 여동생은 자연스럽게 성직자와 수도자가 되었습니다.
2013년 교구장님께서 저를 성소국장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성소국장의 소임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젊은이들이 신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식별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학생들의 모임을 ‘예비신학교’라고 불렀습니다. 예비 신학생들은 중학생부터 만 29세의 젊은이들이 대상이었습니다. 매월 예비신학생들의 모임이 있었고, 신학생들이 예비신학생들 모임을 주관하였습니다.
저는 예비신학생 모임에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부르심’이라는 예비신학생들을 위한 소식지도 발간하였습니다. 성소국에서 주관하는 큰 행사는 ‘성소주일과 서품식’입니다. 성소주일은 해마다 부활 제4주에 있었습니다. 서품식은 해마다 2월 첫째 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5번의 성소주일 행사는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장소도 미리 예약을 해서 올림픽 체조경기장과 고척동 돔구장에서 서품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성소국장으로 있을 때 4분의 보좌 주교님 서품식이 있었습니다.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도 있었습니다. 부족한 제가 큰 소임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은총입니다. 어린아이가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듣지 못하는 아이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던 사무엘의 이야기입니다. 사무엘이 이스라엘의 선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생기는 많은 갈등과 분쟁은 먼저 듣지 않기 때문에 생기곤 합니다. 내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듣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3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첫 번째 부류는 밭에 잡초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미리 신경을 쓰는 농부이고, 이를 上農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두 번째 부류는 밭에 잡초가 이왕 생겼으면 크게 자라기 전에 뽑아 버리는 농부이고, 이를 中農이라 부른다고 합다. 세 번째 부류는 밭에 잡초가 생겼는데 이를 신경 쓰지 않고 나중에 추수할 때 뽑는 사람인데 이를 ‘下農’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어떤 농부가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상농이겠지요.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면서 우리 신앙의 농사를 어떻게 져야 할까 생각합니다. 우리 신앙의 밭에는 죄라는 잡초가 생기곤 합니다.
첫 번째 부류는 죄라는 잡초가 생기지 않도록 악의 유혹을 물리치는 사람입니다. 두 번째 부류는죄라는 잡초가 마음의 밭에 떨어졌으면 곧바로 그 죄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세 번째 부류는 죄라는 잡초가 자라서 내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 때까지 내버려 두었다가 나중에 그 죄의 무게 때문에 쓰러지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면서 어떤 부류의 태도로 신앙의 농사를 져야 하겠습니까? 첫 번째 부류의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와서 보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며, 예수님과 함께 살면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그저 마음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안드레아와 시몬 베드로가 그랬던 것처럼 주님께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악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고, 우리의 몸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신앙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말씀과 기도로 영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우리도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 ‘와서 보시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적인 성장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와서 보라’고 말씀하셨던 주님처럼 우리들도 영적인 성장을 이룰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몸은 주님을 섬기라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과 합하는 사람은 주님과 영적으로 하나가 됩니다.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성령의 성전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그러므로 여러분은 자기 몸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십시오.”
[미주가톨릭평화신문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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