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1년 2월 16일 화요일
긴 연휴가 끝나고 화면으로 만난 아이들은 다 밝아 보였다. 특히 막내 '민'의 헤어 스타일이 재밌었다. 인디언 모히칸처럼 주변 머리를 매끈하게 밀고 윗 머리만 남겼다. 미용실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이렇게 됐다나 뭐라나. 어쩌면 아이들은 이 곳 센터에서 가장 사랑을 많이 받고, 밝게 보일 것이다. 이곳에서 마음의 빛을 쌓아 나가도 여러가지 유혹과 어둔 환경에서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마당을 나온 암닭'을 읽었다. 워나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여러가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었다. 이미 여러번 보거나 에니매이션으로도 본 아이들도 많았다. 그래도 여전히 울림이 있고 재미었다고 했다. 이 작품은 삶의 현실적인 모습을 너무나 자세히 그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연 이 작품을 동화로 해도 될런지 많은 반대로 있었다. 그러나 이런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어린이들은 이 작품의 의미를 더 받아들이고 감동을 받았다.
일단 다들 마지막 장면이 슬프고 충격적이라고 했다. 잎싹이가 족제비에게 스스로 먹이가 되는 장면에 나도 처음에는 놀랐다. 작가는 아버지의 임종을 경험하고 죽음이란 남은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것이라고 깨달았다고 했다. 작가의 인터뷰 장면을 모두 보면서 책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잎싹이가 양계장에서 편하게 알을 낳기를 거부하고 위험이 도사리는 마당으로 나온 이유에 대해 물어 보았다. "심심해서, 알을 낳다가 지쳐서, 바깥 세계가 궁금해서,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 등의 대답이 나왔다. 내가 잎싹이라면 마당으로 나올 것인지 다시 물었다. 다 나온다 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나오지 않겠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초록이가 자신이 잎싹이와 다른 것을 알고 화를 내며 반항하는 장면을 보면서 처음으로 부모님과 다툰 때와 이유를 나눠 보았다. 그런데 아무도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야기하지 싫단다. 아이들은 이 책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잎싹이처럼 헌신적인 부모의 이야기를 보면 아이들은 많이 부러워 한다. 자신들이 받지 못한 사랑의 결핍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 말하기 싫어한다.
마지막으로 잎싹이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죽음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결국 그 삶이 다른 이에게 자양분이 될 수도 있음을 말해 주었다. 그렇게 되려면 나의 삶의 마당에서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지 고민해 보자고 했다. 아이들도 결국 센터를 떠나고, 부모를 떠나서 자신만의 마당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이런 저런 고생도 하고, 어려움도 겪으면서 더 반짝 빛나는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