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아 30분 만에 배달하는 아마존
“인터넷으로 책이나 CD를 주문하면 소형 무인 헬기가 30분 내에 상품을 당신의 집으로 배달해 줍니다.”
미국 CBS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한 제프 베조스 CEO는 8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헬리콥터형 드론 ‘옥타콥터(octacopter)’가 아마존의 배송센터에서 상품이 담긴 노란 플라스틱 박스를 픽업해 하늘을 날아 고객의 집 앞마당에 내려놓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 따르면 차세대 배송 시스템 ‘아마존 프라임 에어(Amazon Prime Air)’에 활용되는 드론은 GPS가 장착된 무인 헬기로, 배송 범위는 물류 센터로부터 반경 약 16km, 배송무게는 최대 2.3kg까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소형 무인 헬기 배송 서비스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고도 60~120m를 최고 시속 48km로 비행할 수 있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급강하해 착륙하는 드론이 실제로 판매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비슷한 성능의 드론에 높이 60m이상의 건물이나 장애물을 피하도록 미리 설정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적인 정비의 부족으로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측은 미국 연방 항공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AA)이 현재 무인기 상용화 규정을 제정 중이며, 제도가 갖추어지는 대로 무인기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빠르면 2015년에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인 배달 서비스는 제도 마련과 함께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가지고 있다. 드론의 추락에 의해 사람이 다치거나 기물 또는 배송상품에 파손될 경우, 집 앞에 둔 짐이 도난당한 경우, 나쁜 의도로 ‘무인기 사냥’을 한 경우, 다른 무인기와 공중에서 충돌할 경우, GPS 전파를 수신하지 못했을 때의 대응 행동 등 해결해야 될 문제는 산더미처럼 있다.
하지만 아마존은 프라임 에어 서비스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상품 배송 시간의 단축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공중에서 이동하므로 교통체증에 시달릴 일이 없고,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적기 때문에 미래에 각광받을 배송 서비스라는 것이다.
제프 베조스 CEO는 “SF영화 속 일 같지만 ‘프라임 에어’는 현실”이라며 “현재 길 위를 지나다니는 택배트럭을 보는 것이 일상인 것처럼 4~5년 내에 하늘에 떠있는 ‘프라임 에어’의 소형 무인 헬기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 자동차를 탄 휴머노이드가 배송하는 구글
지난해 3월 안드로이드(Android)의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난 앤디 루빈이 ‘Google X’팀에서 로봇 공학 프로젝트를 이끌며 ‘인간형 로봇(humanoid)’을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지난달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앤디 루빈이 개발하고 있는 로봇이 산업용이라는 점이다. 구글이 로봇 사업의 구체적인 목적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Google X’가 개발 중인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인 ‘구글 글래스’나 자동으로 주행하는 ‘무인 자동차’ 등 최신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기기의 하나로 생산과 운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획기적인 산업용 로봇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 측은 “제조 현장에서부터 고객의 현관에 이르는 서플라이 체인 전 과정에서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을 로봇을 사용해 자동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 6개월 간 일본의 인간형 로봇회사 SCHAFT를 포함해 8개의 로봇 공학 기업을 인수하였으며, 지난해 3월에는 신경 회로망 연구로 유명한 DNNresearch도 인수한 바가 있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앤디 루빈의 로봇프로젝트팀의 진행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며 “아마존닷컴의 드론에 의한 배송 서비스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멀지 않은 미래에 구글의 ‘인간형 로봇’이 구글의 ‘무인 자동차’를 타고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궁극의 효율화’를 위한 무인 배송
무인기에 의한 배송은 아마존, 구글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적 조류가 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UPS와 중국의 SF익스프레스도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고, 도미노피자의 영국법인도 ‘도미콥터(DomiCopter)’라는 무인 배달기를 발표한 바가 있다. 남아프리카의 한 맥주회사는 무인 헬기에서부터 낙하산으로 캔을 떨어뜨려 배달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구글은 인류가 반복되는 고된 노동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산업용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과 고령자의 이동을 위해 무인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은 광활한 물류센터 안에서 수천, 수만 가지 상품을 골라 옮기는 일을 로봇에게 맡기고, 드론에 실어 나르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시작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물류센터 안에서도 밖에서도 그동안 인간이 하던 일을 최대한 로봇에게 맡겨 극한까지 효율화를 도모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아마존이나 구글이 주목하고 있는 물류 자동화에 대한 노력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자동화=궁극의 효율화’라는 흐름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2014년이 물류 혁명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